'중국산 아이들'
'중국산 아이들'
  • 강희정
  • 승인 2009.01.0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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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미국 엿보기 23 - 많은 중국 아이들이 미국에 입양되는 이유

▲ 바니타 오엘슐라거가 지은 <Made in China>라는 동화책의 표지. (사진 제공 : www.vanitabooks.com)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갔는데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제목의 동화책이 눈에 들어왔다. '입양에 관한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 호기심이 나서 얼른 읽어 보았다. 중국산 물건처럼 자신이 중국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어린 여자 아이가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을 시작으로 하는 이야기다.

이런 입양에 관한 이야기가 동화책으로 쓰일 만큼 미국에서는 입양하는 가정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도 입양을 한 가정들을 수없이 많이 만났다. 한국 사람들이 입양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는데 반해 이들은 참 쉽게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자기 자녀가 없는 경우에만 입양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의 자녀가 많이 있음에도 새로운 자녀들을 입양하기도 하고, 자녀들을 다 성장시키고 난 후에 입양하기도 한다.

피입양 국가들은 다양하다. 베트남·타이·인도·한국·러시아 등 여러 나라를 들 수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흔하기는 중국과 한국이다. 나이가 많은 입양아들 중에서는 한국계를 많이 볼 수 있지만 어릴수록 중국계가 많아진다. 최근 들어 한국과의 피입양국 선두 다툼에서 중국이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먼저 한국과의 피입양국 선두 다툼에서 한국이 선두 자리를 물려 준 것이다. 이유는 두 나라에서 피입양아를 생산하는 요인이 변했다. 한국은 과거 한국전쟁이라는 특수 변수로 인해 전쟁고아 등이 많았고, 경제력도 낮아서 많은 아이가 미국에 입양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전쟁의 상처가 치유될 만큼 시간도 흘렀고, 한국의 경제력도 상향 조정된 만큼 입양 대상자의 숫자는 상대적으로 줄었다.

미국 사람들이 외국 아이들의 입양을 선호하는 까닭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도 미혼모 출산이나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인해 많은 아이가 보육 시설에 맡겨지고 있다. 국내 입양으로 공급이 충분한데도 해외에서 입양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입양하는 과정 및 절차에 대한 미국 법이 까다롭다는 객관적인 이유가 있고, 문제의 소지를 가진 입양아일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라는 주관적인 판단도 개입이 된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입양하기 위해서 몇 차례의 친권포기 소송 과정이 진행될 뿐더러 입양 이후에도 친권자가 원하면 파양이 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 법은 철저히 생모 중심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앞집에 사는 이웃의 경우 보육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아이를 오랜 동안 기르다가 그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 세 번의 소송을 거쳤다고 들었다.

미국 사람들이 국내 입양을 기피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사람들이 미국 내에서 입양할 때 정상적인 아이를 입양하는 것이 극히 드물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웬만한 미국 사람들의 경우 아이를 키울 수 없는 환경이라면 일찌감치 낙태를 선택한다. 보육 시설에 아이를 맡겨야 하는 상황에서 출산한다면 대부분이 마약 복용자라든가 교도소 수감자 또는 십대청소년 등이어서 신체적 결함을 가질 확률이 매우 높다고 보는 것이다.

▲ 어려운 환경 속에 있는 아이들을 보다 좋은 환경에서 사랑으로 돌보기 위해 많은 미국인이 외국에서 입양을 한다. 사진은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동화에 나오는 삽화로, 이 동화의 삽화를 그린 크리스틴 블랙우드도 딸 아이를 낳고 나서 중국에서 여자 아이를 입양했다.(사진 제공 : www.vanitabooks.com)

이것은 내가 만난 가족들의 경우에서도 확인한 사실이다. 한 가족은 아이 둘을 낳고 나서 마약 복용자로부터 자녀 셋을 입양했는데, 셋 모두 다 지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돌봄이 많이 필요한 경우였다. 이들을 입양한 사람은 특수 교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으로서 자신은 이들을 입양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이 셋을 입양하고 그녀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세 아이를 집에서 가르치며 지내고 있다.

신체 결함이 상대적으로 적은 아이를 입양할 확률이 높은 나라로서도 단연 중국이 손꼽힌다. 중국의 경우는 정부 정책으로 피입양아들이 양산된 만큼 정상적인 사람들에게서 출생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간주된다.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도 소수의 사람들을 빼놓고는 건강하고 정상적인 아이들을 키우고 싶어 하는데, 이 점이 중국 아이들을 선호하는 데 한 가지 이유로도 작용한다.

입양은 법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두 나라의 법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하나는 미국 법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들을 보내는 나라의 법이다. 인도 정부는 몇 년 전부터 입양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엄격히 관리하기 시작했다. 외국에 입양된 아이들이 창녀촌으로 팔린다든가 양부모로부터 정신적, 육체적으로 학대를 받는 등의 부작용으로부터 자국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인도 정부가 나섰다. 그때부터 인도로부터 입양되는 아이들의 숫자는 급격히 줄었다고 한다.

입양을 하는 데도 돈이 적지 않게 든다. 입양 알선 기관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출생지 마다 다르다. 예를 들면 중국에서 한 아이를 입양하는 경우 13,000불 정도가 든 반면 러시아에서 한 아이를 입양하려면 30,000불 정도가 든다고 한다.(2005년 기준) 이처럼 비용이 차이가 나는 데는 각국의 통화의 가치가 관련이 되기도 하지만 인종주의가 개입되기도 한다. 러시아의 아이들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입양을 하는 계층인 백인 중산층들이 선호하는 백인종이기 때문에 값이 많이 산출된다고 하니 그저 웃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이다.

'중국산 아이들'이라는 제목을 붙인 입양에 관한 동화가 나올 정도로 중국의 많은 아이가 미국에 입양되는 데는 이처럼 다양한 이유가 있다. 첫머리에 소개했던 그 동화의 삽화를 그린 크리스틴 불랙우드라는 일러스트레이터도 딸 하나를 낳은 후 중국에서 여자 아이를 입양하여 기르고 있다. 그리고 크리스틴의 어머니 바니타 오엘슐라거는 양손녀 이야기를 바탕으로 동화를 썼다.

이 동화에서 자신의 근본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된 아이가 상처를 받지 않도록 입양의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은 감동적이다. 거기서 우리는 이기적인 뜻에서가 아니라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이들을 보다 좋은 환경 속에서 돌보기 위해 입양을 하는 대다수 미국인 양부모들의 선량한 마음과 중국 아이들을 입양하는 속 깊은 이유를 읽을 수 있다.

"아가야, 너는 중국산 장난감처럼 만들어진 것은 아니란다. 너는 우리에게 기쁨을 주려고 중국에서 태어났어. 너는 중국에서 너를 너무도 사랑했던 너의 친어머니로부터 태어났지. 그러나 너의 친어머니는 중국에서 너를 돌볼 수가 없어서 너를 이곳으로 보내는 아주 힘든 결정을 내렸단다. 네가 여기로 오는 동안 우리들은 너를 우리 가족으로 맞아들이기 위해 기다렸다.(중략)

아가야, 부디 슬퍼하지 말아라. 네가 중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나는 네 아빠가 될 수 있었단다. 만약 네가 여기서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그저 내게 오렴. 우리가 너를 지금도 사랑하고 옛날에도 사랑했고 이 넓은 세상에서 너를 더 이상 사랑할 수 없을 만큼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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