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 있는 대형 마트는 최근 계산원을 위한 의자를 놓기 시작했다. 사진은 이마트 안성점. 하얀 원 안에 의자가 보인다. (사진 출처 서서 일하는 서비스 여성 노동자에게 의자를 캠페인 홈페이지) | ||
그렇다면 뉴욕은 어떨까. <미주뉴스앤조이>는 퀸즈 플러싱과 리틀텍, 롱아일랜드에 있는 한인 마트(한아름, 한양, 아씨)와 중국 마트(L&L 슈퍼마켓), 미국 마트(STOP&SHOP, WALMART)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의자를 놓은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다만 아씨 마트와 L&L SUPER 슈퍼마켓만이 박스를 갖다 놔 계산원들이 손님이 없는 틈을 타서 앉아 쉴 수 있도록 했다.
5년 동안 한아름에서 일했던 20대 여성 박 아무개 씨. 박 씨는 여러 가지 일을 해봤지만, 계산원이 제일 힘들다고 했다. 업무의 특성상 자리를 비울 수도 없으며, 일주일 매출액의 절반 이상이 토요일과 일요일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말에 마음대로 쉴 수도 없다. 가장 힘든 건 하루에 평균 10시간은 서서 일해야 한다는 점이다. 의자가 있으면 손님이 없는 틈을 타 쉬기라도 하겠건만, 자리가 비좁아 의자를 놓으면 자신이 서 있을 공간이 부족해진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얻는 건 다리와 허리에 생기는 병이다.
계산원들이 마음 놓고 푹 쉴 수 있는 시간은 점심과 저녁 식사 시간뿐이다. 물론 손님이 뜸한 시간에는 놀고 있는 계산대를 닫아 계산원들이 계산대를 벗어나 쉴 수 있지만, 휴게실이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한아름 본사 홍보실 관계자는 "의자는 없지만 손님이 없는 경우 계산원이 계산대에서 빠져 쉴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 캠페인단이 공개한 여성 노동자의 자리. 하지 정맥류에 걸린 여성 노동자 사진. 이 병은 모두 5단계로 나누는데, 사진은 4단계다. (사진 출처 서서 일하는 서비스 여성 노동자에게 의자를 캠페인 홈페이지) | ||
마트 쪽이 내세우는 주된 이유는 손님들의 정서다. 아씨 마트의 한 관계자는 "아직 손님들의 정서가 계산원들이 앉아서 일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 한다"고 말했다. 앉아서 일하는 모습이 손님들에게 좋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아름 그레잇넥점의 김 아무개 씨는 한국 사람보다 외국인의 시선이 더 부담스럽다고 했다. 김 씨는 "온갖 민족이 모여 사는 뉴욕에서 외국인들의 정서도 무시하지 못 한다"고 했다.
과연 마트를 찾는 소비자도 그렇게 생각할까. 아씨 마트에서 만난 70대 여성은 "계산원이 의자에 앉아 있어도 괜찮다"고 했다. 단 계산을 할 때에는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한아름 유니온점에서 만난 30대 남성은 "한국에 있는 일부 마트에서 의자를 놨다는 얘기는 들었다. 그런데 뉴욕에서 한국을 쫓아하기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이 남성은 의자를 놓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았다. 아예 무관심한 사람도 있었다. 아씨 마트에서 만난 한 60대 남성은 "나랑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불편함도 한 몫 한다. 힐사이드에 있는 한아름 관계자는 "약 5~6년 전에 의자를 놨다. 그런데 오히려 계산원들이 불편해 하더라"고 했다. 계산원들은 계산대 안에서 일하는데, 가로, 세로 80cm 정도의 좁은 공간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 공간에 의자를 놓으면 서 있기도 불편하다. 게다가 3분의 1정도는 바깥으로 삐져나와 카트의 흐름을 방해할 수도 있다. 계산대와 계산대 사이의 간격이 1m도 안 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산업안전보건법 보건 규칙 제227조에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는 직업의 경우 의자를 놓도록 사업주에게 의무를 지운다'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미국에는 그런 법조항이 없다.
▲ 뉴욕 퀸즈 지역에 있는 한인 마트 중 의자를 비치해 놓은 곳은 없었다. 사진은 계산원이 서서 일하는 공간. 여기에 의자를 놓으면 서 있기도 불편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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