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그런 사람 아닌데…"
"예수는 그런 사람 아닌데…"
  • 박지호
  • 승인 2009.05.12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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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항 씨의 [예수전] 강독 모임, 5월 18일부터 LA 평화의교회서

   
 
  ▲ 김규항 씨가 출간한 <예수전>.  
 
'예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예수전>을 관통하는 저자 김규항 씨(<고래가 그랬어> 발행인)의 외마디다. 안타깝고 답답한 게다. 예수를 믿는다는 사람들이 "예수를 세속적 욕망을 하나님께 청탁하는 유능한 중개인쯤"으로 여기는 현실 때문이고, "종교적 지식과 선입견" 때문에 예수의 진면목이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김규항 씨는 홍세화 기획위원(<한겨레신문>)·진중권 교수(중앙대) 등과 진보적 사회 평론지인 <아웃사이더>를 펴내고, <한겨레신문>·<씨네 21>·<오마이뉴스> 등에서 논객으로 활동하다, 현재는 대안적 어린이 교양 잡지인 <고래가 그랬어>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목회자도 신학자도 아닌 자칭 '불온한 B급 좌파'가 쓴  예수 이야기가 뭐 그리 대단하겠냐고 퉁기기엔, 한국에서 열린 '나의 예수전'  모임에 참여했던 이들의 증상이 심상찮다. 어지간한 부흥회에서 은혜 받은 사람들의 간증 못잖게 뜨겁고 진지하다. 참석자들이 쓴 자신만의 예수 이야기 중 일부를 공개한다.

"나는 소위 말하는 모태신앙이다. 자연스레 교회에 가게 됐고, 고민과 성찰 따위는 애초에 있지도 않았다. … 김규항 선생의 <예수전> 수업을 듣게 됐다. … 수업을 들으면서 두려움을 떨쳐내고자 했는데, 더 무서워졌다. 제길. 차라리 예전처럼 일주일에 한 번씩 예수의 이름으로 자위를 하는 게 더 쉬웠다. 안식일을 뺀 나머지 날들은 오히려 더 가뿐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었다…. 사실 알고 있었다. 예수를 믿는 것은 '예수처럼 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되뇌었지만, 그 길이 어렵기에 외면했을 뿐이다. … '나의 예수전'을 쓰겠다 했던 게 후회된다. 지금까지 '나의 예수'가 박제돼 있었는데, 뭘 얘기할 수 있을까. 더럽게 쪽팔린다. 여태 난 뭘 보고 기도하고 울고 웃었던 걸까. 일단은 사과부터 해야겠다. 그동안 나의 자위를 받아주었던 예수에게. 이제 당신 말에 정식으로 귀 기울일게. 내 안의 당신 이야기는 이제 시작임을, 약속한다." (김규항 블로그에 실린 박영복 씨의 나의 예수전 중에서)

"꽤 오랫동안 예수를 알았지만 그동안 예수를 제대로 느낀 적이 없었다. 그저 편안함과 위로가 필요할 때 나의 기도를 들어 주는 사람이었을 뿐이다. 예수는 예수, 내 삶은 내 삶인 채 따로따로였다. … 그러던 차에 '나의 예수전'을 듣게 되었다. 생전 처음으로 앉은 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마가복음을 읽는데 그렇게 눈물이 흘렀다. 내 멋대로 예수를 생각해버리고 써먹었었는데, 예수의 마음이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 하느님의 뜻은 버리고 인간의 전통을 지키기에만 급급한 굳은 마음,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만 예수를 판단하고 이용하는 이기심, 깨어있으라는 스승의 말을 한순간도 지키지 못하는 연약함은 바로 내 안에 있는 것이었다. … 가난한 자들을 편애하고, 죄인을 가여워하고, 어리석은 우리를 위해 피를 흘려 처참하게 모욕당하며 죽으신, 그리고 부활하여 지금 여기에 살아계신 예수의 뜻이 궁금해졌다.…" (김규항 블로그에 실린 이상용 씨의 나의 예수전 중에서)

어디서 비롯된 힘일까. 김규항 씨의 마니아들을 열광시키는 그만의 빼어난 필력 때문일까. 김규항 씨는 애당초 <예수전>에서 "자극과 카타르시스"와 같은 조미료를 기대하지 말라고 일렀다. <예수전>의 힘은 '예수에 대한 견해'가 아닌, '예수의 견해'를 전달하기 위한 김규항 씨의 몸부림 덕택이다. "1차 완성된 1,500매의 원고를 절반 이상 지워 뼈만 남긴 다음 다시 필요한 최소한의 살만 붙여 완성한 것"도 예수로 하여금 예수를 말하게 하기 위한 저자의 노력이다. 그는 예수의 견해를 가장 훌륭하게 담아낸 4복음서를, 그중에서 종교적 첨가가 적은 마가복음을 선택해 복음서로 하여금 예수를 증언하도록 했다.

저자가 직접 소개하는 <예수전> 사용법은 이렇다. "이 책을 책으로만 읽지 말고, 부디 묵상하고 곱씹어가며 읽어 달라." 그렇지 않으면 십중팔구 '생각보다 약한 걸' 하는 반응이 나올 것이란다.

허나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에서 혼자 묵상하고 곱씹기가 어디 쉬운가. LA 지역에 사는 몇몇이 모여 강독 모임을 열고, 함께 <예수전>을 잘근잘근 씹어볼 예정이다. 그리고 각자가 씹어 삼킨 '예수의 견해'를 함께 되새김질하며 나눌 계획이다.

<예수전> 강독 모임은 5월 18일부터 매주 월요일(7시)마다 10주간 진행된다. 책은 강독 모임에서 구입할 수 있고, 장소는 LA 평화의교회(김기대 목사, 1640W Cordova st, LA CA 90007)다. 강독 모임에 참석하려면 김성회 씨(213-507-8332, grassroot@gmail.com)에게 연락해 미리 등록해야 한다. 6월 말에는 김규항 씨를 LA에 초청해 강독 모임 참석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공개강좌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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