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가주 생협', 생명의 밥상 일군다
LA '가주 생협', 생명의 밥상 일군다
  • 박지호
  • 승인 2009.05.19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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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환경, 지역 경제 동시에 살리는 '생협' LA서도

   
 
  ▲ 가주생협은 쌀과 잡곡을 비롯해, 채소, 과일, 수산물, 건어물, 축산, 유제품, 가공식품, 쨈, 케찹, 소스, 꿀, 양념류, 빵, 떡, 한과, 차, 커피 등의 먹을거리와 환경수세미, 대안생리대, 유기농 의류, 잡화 등의 환경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품목을 마련했다.  
 
프랑스 탐사 전문 기자인 윌리엄 레이몽 씨는 미국산 먹을거리를 '죽음을 부르는 만찬'이라 일컬었다. 그는 자신의 책 <독소>에서 안락사한 동물의 사체가 들어간 사료를 먹고 자란 소,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소시지, 살충제에 절여진 과일과 채소, 유해 지방산이 첨가된 과자와 아이스크림 등을 열거하면서 미국 식품 산업의 참상을 폭로했다.

미국의 먹을거리 실상에 개탄한 레이몽 기자는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지역 먹을거리'를 대안으로 꼽았다. 최근 LA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가주 소비자 생활협동조합'(조합장 김윤희, 이하 가주생협)이 한인 사회의 주목을 받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가주생협은 지난 5월 9일 LA 평화의교회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첫걸음을 내딛었다. 생협을 준비하기 시작한 지난 2월부터 창립총회를 열고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5월까지 3개월 만에 LA 인근에 사는 한인 100여 가정이 가주생협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 유전자 변형콩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 콩을 사용해 재래식 방법으로 만든 된장 및 간장이다.  
 
바른 먹을거리 나누는 소비자와 생산자 네트워크

'정보의 부재는 두려움을 낳는다'는 말은 식탁도 예외가 아니다. 눈앞에 있는 음식이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든 것인지 알 수 없으니 믿을 수 없고, 믿을 수 없으니 꺼림칙하다. 가주생협은 양심적으로 농사를 짓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건강한 먹을거리를 나누는 공동 직거래 활동을 하면서,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해나가고 있다.

누가 어떻게 생산했는지 알게 되면 소비자 입장에선 먹을거리를 신뢰할 수 있어서 좋고, 자신이 만든 먹을거리에 대한 가치를 알아주고, 합당한 값을 쳐주니 생산자 입장에선 고마운 것이다. 또 대규모 농산물 대신 지역 농산물을 이용하니 지역사회의 소농과 환경을 동시에 살릴 수 있다는 점도 생협의 큰 장점 중 하나다.

이렇듯 신뢰 관계 속에서 생산된 바른 먹을거리를 유통하는 것이 가주생협의 역할이다. 가주생협이 자생적으로 생기게 된 배경에는 김윤희 조합장의 개인적인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몸이 허약하고 자주 아팠어요. 두통, 생리통 등 원인 모를 통증에 시달렸죠. 한국의 시사 잡지에서 과자나 인스턴트식품에 첨가된 화학 첨가물들이 몸을 병들게 한다는 글을 읽고, 과감하게 식습관을 바꿨는데, 거짓말처럼 몸이 조금씩 회복되는 것을 느꼈어요. 원래 체질이 허약한 것을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이십여 년 동안 일주일에도 서너 번씩 진통제를 먹던 것이 이제는 연중행사로 뜸해졌으니까요. 그때부터 '내가 내 입에 넣는 것이 나를 병들게 하는구나' 하는 걸 실감했죠."

김 조합장은 식습관의 변화가 몸과 생활의 변화와 직결된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유기농 먹을거리를 직접 찾아다니며, 구매하기 시작했다. 일종의 농장 직거래를 시작한 것인데, 김 조합장은 인터넷 블로그를 만들어 자신의 경험을 나누기 시작했고, 먹을거리에 대해 고민하던 주부들이 하나둘 구매를 부탁하기 시작하면서 가주생협이 시작된 것이다. 
    

   
 
  ▲ 가주생협이 자생적으로 생기게 된 배경에는 김윤희 조합장의 개인적인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끊어진 관계 회복이 우선

김 조합장은 생협을 "사업이기도 하고, 운동이기도 하다"고 했다. 물건을 사서 유통하기 때문에 사업이기도 하지만, 먹을거리를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운동이라는 것이다. 생협을 일종의 운동으로 규정했을 때,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끊어진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김 조합장은 말했다.

"현재의 먹을거리 공급 시스템은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관계가 단절되어 있습니다. 소비자에겐 슈퍼마켓에서 음식을 구입해서 먹고, 화장실에서 배출하는 단계까지만 입력되어 있죠. 정작 중요한 건 슈퍼마켓에 오기 전까지의 단계인데, 그 과정은 까맣게 모르고 먹습니다."

김 조합장은 편리함과 풍요함에 취해 자신의 입으로 들어가는 먹을거리에 대해 성찰하지 못하는 것을 또 다른 문제로 꼽았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과자를 사줄 줄만 알았지, 그 과자에 무슨 첨가물이 들어 있는지 알아보지 않았습니다. 날마다 밥을 먹으면서도 그 밥이 어떤 방식으로 생산된 것인지 생각해보지 않았고, 과일을 하나 사더라도 때깔 좋고 모양 좋은 것만 생각했지, 그런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한 농민의 수고와 노력을 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 가주생협 조합원들은 지난 4월 초 무농약으로 체리와 매실을 기르는 김명현 씨의 농장을 방문해 농촌 활동 모임도 가졌다.  
 
함께 공부도 하고 농사일도 돕고

가주생협은 유기농법으로 농사짓는 영세농을 발굴해, 농장 직거래를 통해 공급하고, 화학 첨가물을 넣지 않은 가공 식품 등을 취급하고 있다. 모레노 밸리 지역에서 화학비료나 농약을 최소화해 각종 야채를 생산하는 서니 박 씨, 무농약으로 체리와 매실을 기르는 김명현 씨 등 생산처 10여 곳을 발굴해 네트워크를 형성해나가고 있다. 또 미국 농무부의 유기농 인증을 받은 식품이나, 한국의 '생활협동조합 전국연합회'와 연결해 공급 품목도 늘려갈 계획이다.

가주생협은 올바른 먹을거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조합원들끼리 공부도 하고, 생산처를 방문해 농사일도 도우면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 관계도 쌓아갈 예정이다.

가주생협의 물품은 조합원으로 가입해야 구입할 수 있다. 회원 가입 시 조합비 100불을 지불해야 하며, 일시불로 지불하거나, 4년에 걸쳐 1년에 25불씩 나눠서 지불할 수도 있다(분할 지불 시 수수료 5불 추가). 조합비는 체크로 지불하거나 첫 물품 구매 시 조합비를 함께 지불하면 된다. 물품은 인터넷으로 주문하거나, 전화로 주문해 가까운 곳에 있는 가주생협 지점에서 수령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가주생협 홈페이지( www.gocoop.org )를 통해 확인하거나, 가주생협 사무실(714-773-4984, info@gocoop.org)로 문의하면 된다.

   
 
  ▲ 가주생협은 지난 5월 9일 LA 평화의교회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첫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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