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계선 목사는 스스로 소심하다고 했다. 얼마나 안타까우면 이런 책을 썼겠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 ||
이 목사가 쓴 <대형 교회가 망해야 한국 교회가 산다>(들소리)는 사실 특별한 내용이 담겨져 있지 않다. 그동안 언론에 보도가 됐던 대형 교회의 문제점들을 중심으로 책을 엮었기 때문이다. 책에는 아들에게 당회장 자리를 넘겨준 금란교회 김홍도 원로목사, 불투명한 재정 사용으로 몇 차례 구설수에 올랐던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 변칙 세습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소망교회 원로 곽선희 목사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평소 교회 개혁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책 제목은 '낚시'가 될 수도 있다. 그만큼 새로운 내용은 없다. 하지만 이 목사의 안타까움은 구구절절하게 느낄 수 있다. 그가 이 책을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목사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누구 하나 대놓고 고치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 이상하다고 했다. 이 작업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안타까움이 너무 많았는지, 표현에도 거침이 없다. 이 목사는 대형 교회를 한국 교회를 잡아먹는 공룡이라고 비유했다. 대형 교회가 한 개 생길 때마다 소형 교회 30개가 문을 닫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형 교회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전체 기독교인은 줄어드는 이유란다. 또 대형 교회는 부패의 온상이라고 일갈하기도 한다.
이 목사는 대형 교회가 이단과 닮았다는 소리도 서슴없이 한다. 그는 한국 교회사를 보면 부자 세습의 원조는 이단들이었다며, 아들에게 전도관을 물려준 박태선 씨, 막내아들에게 퉁일교를 물려준 문선명 씨 등을 예로 들었다.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 임마누엘교회 김국도 목사, 인천숭의감리교회 이호문 목사 등이 세습을 했다. 이 목사는 '교인들이 투표를 해 결정했기 때문에 세습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카리스마 있는 목사가 군중심리를 이용하면 찬성 투표는 누워서 떡 먹기라고 반박했다.
▲ <대형 교회가 망해야 한국 교회가 산다>. | ||
이 목사는 책에 실린 모든 글을 변호사에게 감수를 받았다. 혹시 명예훼손이 우려되는 부분은 이니셜로 처리했다. 하지만 언론에 이름이 오르락내리락 했던 목회자들은 실명을 밝혔다.
이 목사는 대형 교회를 꿈꾸는 욕망 자체를 꾸짖지 않았다. 이 욕망을 어떻게 다스리느냐를 중요하게 봤다. 하지만 사람이 욕망을 누르기란 하늘의 별 따기란 사실을 알고 있는 이 목사는 욕망을 눌러 주는 장치로 제도를 선택했다.
이 목사는 교단이나 국가가 나서 제도를 만들 것을 권유했다. 이 목사는 종교개혁 이전 가톨릭은 부패 종교의 대명사였는데, 이들의 부패를 규탄하고 일어난 개신교가 이제는 종교 부패의 대명사가 됐다고 했다. 특히 대형 교회가 생기면서 한국 교회가 물량주의, 세속화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 목사는 교회도 가톨릭처럼 중앙에서 헌금이나 목사의 이동 같은 것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대형 교회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목사가 제시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종교개혁 당시의 마음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개신교는 농산품으로 치면 신종 상품인데, 자꾸 세속적으로 따라가려고 하니, 농약에 중독된 농산품처럼 맛도, 영양도 모두 잃어버렸다는 진단이다.
이 목사는 교회는 계속 개혁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게 바로 종교개혁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루터가 한 종교개혁은 사실 모든 걸 뜯어고치자는 얘기가 아니라, 오리지널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교회가 제도와 조직으로 교인들을 묶었고, 세속적인 것들로 교인들을 속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