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않으리라
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않으리라
  • 김기현
  • 승인 2009.09.30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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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은 목사의 신간 [메가처치 논박] 추천사

신광은 목사의 <메가처치 논박>을 읽는 독자는 예언자의 출현을 증언하는 목격자다. 예언자가 등장하는 시기는 위기의 시대다. 그런 점에서 우리 시대는 위기요 불행한 시대다. 그렇지만 예언자마저 없었다면 더 참혹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나마 위로를 얻는다. 나는 예언자의 정의 중 아브라함 헤셸의 것이 제일 마음에 든다. 그에 따르면, 예언자란 '악에 민감한 사람'이다. 남들은 그러려니 하고 대충 넘어가는 사소한 것들에도 예민하고 격렬하게 반응한다.

내가 신광은 목사를 예언자에 빗대는 것은 내가 봐도 심하고 과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무리하고 무례하게 감히 예언자 타령을 하는 것은 한국 교회의 '메가처치' 현상에 대해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목사는, 그리고 이다지도 깊이 천착한 신학자는 일찍이 없었기 때문이다. 돌 위에 돌 하나 남기지 않고 무참하게 부서뜨리는 그의 글에 간담이 서늘하면서도 일말의 쾌감이 느껴지는 것은 예언자적 철저함에서 온 것이다. 마치 쟈크 엘룰, A. W. 토저, 키에르케고를 보는 것 같다. 앞으로의 진로를 눈여겨볼 참이다.

나는 이 책을 쓰겠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부터 극구 만류했다. 하나는 선배로서의 염려 때문이다. 이런 도발적인 책을 내면 독자들에게 선명한 이미지를 구축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한국교회는 패기만만한 질문과 성찰을 들어줄 여유가 많지 않다. 그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가 만만치 않다. 시쳇말로 찍힌다. 신진 작가가 기성 질서와 권위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등장하는 것은 고금의 역사이고, 그렇게 역사와 신학은 성장하거늘, 우리 풍토는 녹록치 않다. 게다가 대형 교회를 모두 꿈꾸는 목사나 그런 교회를 다니는 것으로 자랑삼는 평신도의 욕망을 여지없이 들쑤시고 폭로했으니 욕먹기 딱 좋다. 그러니 후배 걱정이 되어 되도록 안 했으면 했던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신학적인 이유에서다. 나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신 목사는 기존 교회를 비판하기 전에 대안을 제시했으면 바랐다. 메가처치를 비판하기 전에 대안 교회를 제시하는 것이 순서라 생각해서 말렸다. 지금 우리 시대는 '이건 아니야'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럼 뭐냐?'라는 질문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원했던 공동체, 그분이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단 하나의 이유인 하나님나라 백성 공동체인 교회의 비밀을 말해주기를 소망했다. 진리가 드러나면 거짓은 자연스레 사라지기 마련이다. 저자의 능력이라면 그 대답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랬기에 나중에 하라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신 목사가 제시하는 대안은 믿을 만하므로 나도 좀 본받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내 염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일단, 그의 글을 받아 들고 읽노라니 그가 들이대는 방대한 자료와 사태를 장악하는 안목, 풀어가는 글 솜씨,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이 탁월했다. 이만하면 짓밟아도 끄떡없고 무시해도 대차게 일어설 내공이 충분하고 충만하다. 돌보는 이 없어도 오직 하나님의 은총과 계획 가운데 성장하는 들의 백합과 공중 나는 새처럼 신 목사의 전도는 창창하다.

그리고 우리 주님이 기도를 가르치면서 먼저 본받지 말아야 할 이방인의 기도를 말씀하신 다음에서야 이렇게 기도하라고 일러주셨다. (마 6:8-9) 한국 교회가 세속화되고 이교화했다는 증거가 메가처치화에 있다면, 이를 본받지 말아야 하고 그런 교회를 내심 연모하는 우리 안의 욕망과 우상을 분쇄하는 일이 바른 교회를 세우는 일과 같이 해가야 하는 일이면서도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구체제에 대한 성찰과 비판 모드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그러나 이후에, 대안 질서를 모색하는 것이 순서다.

그러니 신 목사의 길이 옳다. 나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신 목사의 길을 동행하기를 권하고 싶다.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다. 진심으로 교회를 사랑한다면, 그래서 교회를 개혁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그럴수록 더 절망하고 시름이 깊어진다면, 이 책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보기에 그 길은 좁다. 찾는 자도 적다. 이제 갓 시작했다. 독서하기에도 내용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그 길은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 교회를 회복하고 갱신하는 출발점이다.

신광은 목사와 이 책은 큰 나무가 될 만한 겨자씨요, 가루 서 말을 전부 부풀게 할 만한 누룩이다. 당신도 겨자씨가 되고 누룩이 되고 싶다면, 적어도 그 가지에 깃들인 새의 행복을 누리고자 한다면, 부풀어 올라 연하고 부드러운 빵의 일부가 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이 책을 사라! 그리고 눈을 떼지 말고 그 자리에서 독파하라! 한국교회가 다시 보이고,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인 교회가 새롭게 보일 것이다.
 
김기현 목사 / 부산 수정로침례교회

* 이 글은 한국 <뉴스앤조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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