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교회와 '비슷한 듯 많이 다른' 리디머교회
사랑의교회와 '비슷한 듯 많이 다른' 리디머교회
  • 김성회·박지호
  • 승인 2010.01.31 23: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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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위해…사랑의교회는 '건축', 리디머교회는 '분산'

여러 모로 비슷한 길을 걸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와 뉴욕 맨해튼에 있는 리디머교회(팀 켈러 목사) 모두 고소득층이 주를 이루는 도심지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고, 목회자 한 명의 리더십에 의해 대형 교회로 발돋움했다. 

사랑의교회는 제자훈련을, 리디머교회는 성경공부를 통한 성장을 도모했다. 사랑의교회 옥한흠 원로목사는 속성으로 교회를 키울 수 있는 일회성 이벤트나 기복을 도모하는 설교 대신 텍스트에 충실한 제자 훈련에 집중했고, 교회 갱신을 촉구하는 운동에도 목소리를 보태며 세습을 일삼는 기존 대형 교회와 다른 길을 걸었다.

   
 
  ▲ 사랑의교회를 개척한 옥함흠 원로목사(왼쪽)와 리디머교회를 이끌고 있는 팀 캘러 목사(오른쪽). 두 교회는 여러 모로 비슷한 길을 걸었다.  
 
리디머교회 팀 캘러 목사는 가장 종교에 관심이 없는 계층인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들이 모인 맨해튼을 찾았다. 팀 캘러 목사는 웨스트민스터 교수 출신 목회자답게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들도 피해가지 않고 논리적으로 복음을 변증해가며 지식인들의 마음을 샀다.

평신도 리더들의 양육에 집중하고 이들이 사역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사랑의교회 옥한흠 원로목사는 모든 평신도가 사역자라는 평신도 정체성을 심어주면서 교회의 체질 변화를 시도했다. 제자 훈련으로 양육된 평신도들이 다시 제자를 만들어가는 형태를 취했다.

리디머교회는 맨해튼에서 각 분야를 주름잡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교인들의 다수를 점하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격조 있는 교회의 웹사이트나 출판물 디자인에서도 평신도 사역자들의 전문성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평신도가 주도하는 지역사회 선교 모델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리디머교회가 자선 사역(Mercy Ministry)을 위한 별도의 비영리기구를 만들어 체계적이고 꾸준하게 도시 선교를 펼쳐 미국 교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두 교회 모두, 개척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해왔고, 추가 성장을 원하고 있다. 리디머교회는 목회자들이 고개를 가로젓던 맨해튼 중심에 교회를 세워 출석 인원만 5,000명을 넘기고 있다. ‘구도자(seeker)'라는 전제를 붙이긴 했지만, 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교회 성장의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커뮤니티센터 건물들을 구입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사랑의교회는 개척 이후 담임목사가 교체되는 상황에서도 줄곧 성장세를 유지하며, 현재는 등록 교인 8만 명에, 출석 교인만 4만 5,000여 명에 달한다. 사랑의교회 역시 더 큰 교회가 되어야 세계를 품고 사역한다며 건축을 통한 무한 성장을 시도하고 있다.

   
 
  ▲ 오정현 목사는 성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전도와 선교의 열정이 공간의 한계로 인해 식어가는 것 같은 목양적 위기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출처 : 사랑의교회 홈페이지)  
 
목양적 위기? "공간적 한계"인가, '메가처치화'인가

하지만 여기까지다. 두 교회 모두 포화상태에 이른 공간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을 도모하고 있지만, 사랑의교회는 '건축'을, 리디머교회는 '분산'을 선택했다. 사랑의교회는 2,100억 원 규모의 예배당 건축을 추진하고 있고, 리디머교회는 예배당은 주일에만 임대해서 사용하되 2019년까지 3개 교회, 3개의 커뮤니티센터, 7개 예배당으로 분산할 계획이다.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는 하나님나라의 계보를 잇자며 초대형 예배당 건축을 추진하면서 그 이유를 "목양적 위기"에서 찾았다. 여기서 '목양적 위기'란, "한 영혼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는 전도와 선교의 열정이 식어가는 것"인데, 그 원인이 "공간의 한계"에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한 영혼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는 전도와 선교의 열정이 공간의 한계로 인해 식어가는 것 같은 목양적 위기가 느껴졌습니다."(2009년 6월 21일자 '성도들께 드리는 편지 중에서)

   
 
  ▲ 사랑의교회는 교회 홈페이지를 통해 "친환경적 건물이 가지는 강점 때문에 새 성전에 출입하는 것 자체만 통해서도 자녀들에게 신앙 교육의 효과가 일어날 것"이라고 홍보했다. (출처 : 사랑의교회 홈페이지)  
 
'목양적 위기'를 느끼고 변화를 시도하기는 팀 켈러 목사도 마찬가지다. "메가처치가 되면 회중이 주도하고, 복음이 중심이 되는 교회의 전통이 훼손될 것"이라는 팀 켈러 목사의 진단에서 이런 위기의식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위기의 원인을 교회의 무한 성장으로 인한 메가처치화에서 찾았다. ‘크고 비대한 교회가 되길 원치 않았다’는 선언도 대형 교회로서 스스로의 한계를 인식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의교회가 건축을 결정하고 온 마음을 쏟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오정현 목사는 "목양적 마음"에서 비롯했다고 설명했다. 그 목양적 마음이란, "성도들의 갈급한 필요를 채우고자 하는 것"인데, 그 갈급함 역시 '공간적 필요'에서 나왔다. 주일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줄을 서야 하는 성도들, 열악한 공간에서 고생하는 자녀들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팀 켈러 목사도 '목양적 마음'으로 분산을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팀 켈러 목사의 마음을 힘들 게 한 것은 '공간적 한계'가 아닌 회중이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였다. 신앙생활을 하나님나라를 위한 '운동'으로 이해하고 실천하던 교인들이, 수천 명이 모이는 대형 교회가 되자 주도성을 잃고 프로그램을 즐기는 '소비자'로 전락한 것이다. 팀 켈러 목사가 교회를 쪼개기로 한 이유로 “평신도 리더십의 열정과 가능성을 활짝 열어줄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헌신하는 교역자들을 사랑하지만, 그들이 우리를 위해 교회가 되어줄 수는 없다. 회중이 교회다. 초창기의 멤버들은 리디머교회의 분산 정책을 더 지지한다. 그들은 운동으로서 신앙생활이 갖는 의미를 알기 때문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평신도 모두를 바깥으로 내보내겠다." (2009년 11월 교회 사역자 회의 중)

   
 
  ▲ '맨해튼의 구역배치도' 리디머교회는 3개의 회중으로 분리된다. 각각의 교회가 10년 안에 2개~3개의 예배당을 확장하여 총 7개의 예배당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출처: 리디머교회웹사이트)  
 
'사람이 없어서' vs, '없으니 키워서'

그렇다고 교인들을 무작정 내보낼 일도 아니다. 대형 교회가 '분립'을 고려할 때 직면하는 가장 큰 현실적인 어려움이 바로 '사람'이다. 기존 교회의 목회 철학을 충분히 체득하고, 그 철학을 이어갈 수 있는 적당한 리더를 마련하는 것이 관건인데, 사랑의교회 역시 이 "두 조건을 만족시키는 경우가 드물다"며 '분립불가론'을 내세웠다.

하지만 오정현 목사가 "지난 5년간 마음을 같이하여" 기도한 것은 차세대 리더십이 아닌, "새로운 공간 부지"였다. 부임 직후부터 건축을 염두해두고 있었다는 말이다. 부임 후 7년 동안 분립을 구상하며 밑그림을 그리고 사람을 키우려는 노력도 없이 '사람이 없어서'라는 것은 하나마나한 변명에 불과한 것이다.

리디머교회는 2019년까지 3개의 교회로 나누겠다고 선언하면서, 팀 켈러 목사 자신이 10년 동안 집중할 핵심 과제로 '사람을 키우는 일'을 꼽았다. 10년 뒤, 회중이 3개로 나뉘고, 예배당이 7군데로 늘어나게 되면 팀 켈러 목사와 3개의 회중 담당 목사, 그간 양성한 차세대 목회자들이 함께 설교하고 목회하는 게 기본적인 구상이다. 팀 켈러 목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3개의 각 교회가 지역별로 활동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 리디머교회가 지역사회와 공동으로 사용하기 위해 구입할 계획인 커뮤니티센터의 층별 설계도. (출처 : 리디머교회 홈페이지)  
 
사랑의교회가 건축을 위해 내세운 또 하나의 명분은 '거룩한 인프라' 구축이다. 거룩한 인프라(새 예배당) 위에 교회를 튼실하게 세워서 "강남을 변화시키는 영적 공동체"로, "한국 교회와 지역사회가 가장 요긴하게 사용하는 교회"로, "복음의 남북 통일과 세계 선교를 마무리하는 통로"로 세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리디머교회 역시 지역사회와 교회가 함께 사용할 커뮤니티센터를 구입할 계획을 가지고 추진 중이다. 주일 예배 때 사용할 예배당은 임대하기로 했다. 커뮤니티센터 앞에 '거룩한'이란 수식어를 달지 않았지만, '지역사회가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교회'로 만들겠다는 취지 역시 동일하다. 하지만 리디머교회는 지역 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인프라'(다목적 공간)로 200석 규모(지상 5층)의 커뮤니티센터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봤다.

"수천 명이 모일 수 있는 예배당을 지으면 돈이 많이 든다. 하지만 몇 백 명이 모일 수 있는 규모의 커뮤니티센터들을 지역별로 짓는 것으로도 교회 운영을 충분히 할 수 있다" (팀 켈러 목사가 지역 목회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리디머교회가 시도하는 변화에 한계가 없는 건 아니다. 현재 5명의 설교 목사가 돌아가며 설교하고 있지만, 팀 캘러 목사가 설교할 때 가장 많은 사람이 나고 든다. 그만큼 팀 켈러 목사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는 얘기다. 대형 교회로 분류되는 리디머교회 역시 불가피하게 크기라는 한계를 피할 수 없고, 3개의 회중으로 나눈다고 했지만 결국 하나의 당회 아래 묶여 있기 때문에 얼마나 독립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의교회와 리디머교회는 분명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리디머교회의 시도 역시 성장을 위한 것이긴 하지만, 그 한계를 인정하고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기 때문이다.두 교회 모두 포화상태에 이른 공간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갖가지 목양적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지만, 그 원인과 처방은 판이하다. 두 교회가 비슷하지만 다른 이유다.  

김성회·박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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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2010-02-02 07:45:16
전도와 선교의 열정이 오정현 목사로 인해 식어가는 것 같은 위기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