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성금 유용', 정작 남가주교협은 '억울'
'아이티 성금 유용', 정작 남가주교협은 '억울'
  • 박지호
  • 승인 2010.03.0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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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덕 교협회장, "특정 언론 편애해서 생긴 문제"

남가주교회협의회(회장 지용덕 목사, 이하 남가주교협)의 아이티 성금 사용을 두고 교계 안팎으로 말이 많다. 성금을 유용했다는 것이 핵심인데, 성금으로 CTS 기자 2명의 항공료 및 경비를 지불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남가주교협 측이 밝힌 아이티 구제 성금은 총 13만1,060불(2월 23일 기준)다. 짧은 시간에 10만 불이 넘게 모여 교계의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총 36개 교회와 26명의 개인(타주 14명 포함)이 후원했다. 남가주 교계 대표들이 2월 15일부터 4박 5일간 아이티를 방문하면서, 쓴 돈은 3만8,792불. 지용덕 남가주교협 회장을 포함해 6명이 방문했다. 이중 항공료로 4,296불이 지불됐는데, 여기에 CTS 기자의 항공료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지용덕 목사 외 2명은 자비로 처리했음)

하지만 이번 논란이 확대된 것은 남가주교협이 성금 모금 기자회견을 하면서, “교계에서 모금된 성금은 일체 운영비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방문단의 항공료도 개인이나 교회서 부담하겠다"며 성금 사용의 투명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 남가주교협 회장인 지용덕 목사.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남가주교회협의회(이하 남가주교협)의 회장인 지용덕 목사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지 목사와의 인터뷰는 2차례 진행됐다. 첫 번째 전화 인터뷰 이후 지 목사가 자청해 양곡교회에서 3월 4일 다시 만났다. 첫 인터뷰에서는 “내 맘이다”, “왜 남의 일에 간섭하냐”고 따지던 지 목사는 논란이 확산되자 태도를 바꿨다. 하지만 말투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고생하고 왔는데, 목숨 걸고 갔다 왔는데, 너무 섭섭하다 싶다. … 억울한 생각이 든다. (아이티 가기 전) 한국에 다녀와서 안 갈려고 했다. 억지로 갔다. 너무 고생했는데…"

CTS 기자를 대동한 것도 논의를 거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희민 목사와 여러분들이 모임을 했다. 실무자 1명에게 항공료를 제공하기로 했고, CTS의 도움이 필요해서 CTS를 안고 가자 그렇게 된 것 같다. 대표자들은 자기 표 끊어서 했는데, CTS 기자가 갔다 온 거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해서 깜짝 놀랐다.”

지 목사는 이번 아이티 방문에 CTS의 덕을 많이 봤다며 이런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답답하게 여겼다.

“기자가 (카메라를) 딱 대니까 권위가 있어. 우리만 가면 힘이 없다. 생방송하니까 거기 유력한 분들을 만났는데 아주 효과 있었다. 나눠줄 때도 (카메라) 대고 하니까 효과 있더라. 너무 답답하다. (비행기) 표를 끊어줘도 거기 가면 효과 있는데. 그런 생각을 안 한다. 울고 싶다.”

동행한 기자에게 항공료를 제공한 것이 문제가 되어 깜짝 놀랐다는 지 목사는 특정 언론사에게만 특혜를 줘 타 언론사가 문제 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내가) 잘못했다. 형제 간에도 편애하면 안 되잖나. 편애하면 문제가 생긴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똑같이 해야 하는데. 큰 실수했다. 기독언론협회 회장과 상의를 했어야 했다.”

CTS 기자들의 항공료를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자, 남가주교협은 ‘광고비’라며 서둘러 진화했다. CTS 측은 항공료를 남가주교협 측으로 보냈고, 대신 광고비로 3,000불을 교협에 청구했다고 지 목사는 말했다.

“CTS에서 나중에 항공료를 반환했다. 반환하고 광고비를 달라고 하더라. 비행기 표 값으로 체크를 보냈더라. 광고비 3,000불을 내놓으란다. 우리가 손해를 많이 보게 됐다.”

남가주교협 방문단이 호텔에서 숙식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호화 방문단이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에 지 목사는 호텔이 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호텔에 잔 게 아니고, 첫 날은 도미니카에 있는 선교관에 잤고, 아이티에서는 아무개 선교사 집에서 잤다. 귀국하기 전날 1인당 70불짜리 리조트에서 잤다. 그런데 아이티에서 호텔에서 잤다니까 기겁을 하겠더라.”

방문단의 경비 과다 지출 논란에 대해서는 “거기 가서 사과 하나 전달을 하려고 해도 돈이 든다. 누가 해도 안 할 수가 없다. 어쩔 수가 없다. 원로들과 의논해서 최소한의 경비로 했다”고 답변했다.

미군에게 식사비용을 제공한 것에 대해서는 “실무자가 알아서 하는 거”라며 모른다고 대답했다.

“내가 볼 때는 미군들이 고맙다. 생명을 지켜주는 사람들이다. 밥을 사줘도 된다. 거기에 채플린이 있어서 선교도 된다. 내가 사줘도 사줘야 한다. 밥 사준 것은 잘못이 아니다.”

현재 상황에서 선교센터 짓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견이 있다고 하자 “고아원 세우고 학교 세우자고 하는데, 지금 사람들이 죽어 가는데 무슨 선교센터냐”며 선교센터 건립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은 성금 9만여 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나는 공동대표 중에 한 사람이고, 혼자 결정하는 게 아니다. 여러 단체가 의논해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남가주교협은 항공료로 4,296불, 예방주사 비용으로 743.75불, 구급약으로 823.68불, 비상식량으로 596.20불, 숙식비로 2,560.37불(3박, 2끼, 12명, 미군 17명 포함), 현지 교통비로 2,800불(4일 동안, 밴 2대, 트럭 1대), 음식 배급 비용으로 1만 불, Lovinghands Ministry에 7,000불(교회 복구 기금), 선교사 6명과 고아원 지원금으로 8,700불, 의료 지원비로 500불, 치과 지원비 2872불로 총 3만8,792불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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