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으로'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으로'
  • 박상진
  • 승인 2010.05.19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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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뉴스앤조이 아카데미를 시작하며

88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그 다음 해, 부모님을 따라 처음 미국 땅을 밟았습니다. 푸른 꿈을 안고 시작한 이민 생활의 중심에는 교회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신앙생활에 열심이던 제 입에는 찬양이 끊이지 않았고,  학교에서 돌아 오던 길에 교회에 들러 기도하던 것도 낯설지 않았습니다. 해질녘이면 교회 주차장 농구대에서, 친구들과 땀 흘리던 것도 즐거웠던 추억입니다.

“교회가 왜 이럴까?”

매일 집처럼 교회를 드나들던 어느 날, 이상한 기운을 느꼈습니다. 반갑던 얼굴들이 하나 둘 교회에서 사라지는 것입니다.  어른들은 쉬쉬했지만, 예배시간의 빈자리가 늘어나는 것을 보며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교회 안에서 벌어졌던 갈등과 분쟁을 견디지 못한 분들이 교회를 떠났던 것입니다. 어린 제 마음에 "교회가 왜 이럴까?"라는 질문이 생겼고, 그 무렵부터 교회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그후, 평신도로 때론 교역자로 여러 한인 교회를 경험했습니다. 한인 사회의 '대표적'인 교회도 있었고, 몇 가정이 집에서 모이던 작은 교회도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해결점 없는 교회의 문제로 절망하기도 했고, 새로운 교회의 꿈에 빠져들기도 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사역’으로 지치기도 했고, 한 영혼이 회복되는 모습에 보람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사람으로 인해 눈물 짓고, 사람으로 인해 기뻤던 날들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시간들을 통해 한인 교회들이 가진 문제들을 보았습니다. 성공주의 신학, 물량주의 사역, 교회 내 분쟁, 개교회주의, 소통 없는 교회 구조, 세대 간 분리, 교회의 세속화, 지역사회와의 단절… 많은 이들이 느꼈을 만한 문제들 속에서 제 고민은 더 깊어 갔습니다.

주변을 살펴보니 저와 같은 고민을 가진 이들이 있었습니다. 교회 때문에 아파하는 마음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들의 문제였던 것입니다. 곳곳에서 외롭게 고민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보다 나은 교회를 위해 의기투합을 했습니다. 교제하고 공부하며 대안과 방향을 찾아보려 노력했습니다.

미주뉴스앤조이 아카데미의 시작은 이런 ‘우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밑거름을 바탕으로, 같은 마음으로 함께해 온 <미주뉴스앤조이>와 한 살림을 차리게 된 것입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걸음이 시작된 것입니다.

아카데미의 역할

미주뉴스앤조이 아카데미 (이하 아카데미)는 연구와 실천을 통해 성숙한 성도와 건강한 교회를 만들어 가는 기독교 운동입니다. 21세기를 맞아 한국이나 미국 기독교계에서는 교회를 새롭게 하기 위한 다양한 갱신 운동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주 한인 교계에는 눈에 띄는 움직임이나 네트워크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아카데미는 무엇보다 우리가 속한 이민 교회의 상황에 필요한 일을 찾아내고, 미주 한인 교회를 돕는 일을 해 나갈 것입니다.

아카데미는 성도들을 잇는 다리가 되겠습니다. 오늘의 교회 현실에 고민하는 그리스도인의 친구가 되겠습니다. 갑갑한 사정을 토로하고, 고민을 나누는 장을 마련하겠습니다. 성숙한 신앙을 찾아 가도록 배우고 가르치겠습니다.

거기에 멈추지 않고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데 이바지 하겠습니다. 비판만 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겠습니다. 보다 나은 교회의 내일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리고 한인 교회에 대안과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아카데미가 하려는 일

이 일을 위해 다양한 정기 모임을 가질 것입니다. 기독교 신앙의 심화를 위한 연구 세미나, 영적 갈망을 가진 이들을 위한 영성 모임, 좋은 책을 함께 읽는 독서 모임, 건강한 목회를 추구하는 목회자 모임 등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또한, 건강한 교회를 위한 기획 행사를 열 것입니다. 담임 목회자들의 설교를 돕기 위한 설교 클리닉, 교회의 미래를 고민하는 젊은 목회자들을 위한 신학생 멘토링 컨퍼런스, 건강한 교회의 꿈을 나누는 건강 교회 심포지엄, 성육신적 선교를 위한 선교 세미나 등을 2010년에 열 것입니다. 그 외 다양한 연구 실천 활동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열 사람의 한 걸음으로’

‘미국을 움직이는 작은 공동체’라 불리는 구세주교회 (Church of the Savior)의 고든 코스비 목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가장 유익한 시도는 너무 순수해서,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정도만 알고 있는 순수한 사람들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지나치게 지혜롭거나 경험 많은 사람들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은 결코 이룰 수 없다.”

아카데미를 함께하는 이들은 지혜롭거나 경험 많은 사람들이 아닙니다. 교회의 변화를 주도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교회개혁이라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이전에 그저 교회를 사랑하는 이들입니다. 사랑하기에 아파하는 순수한 마음과 작은 일에 충실하려는 단순한 의지로 하나님나라 사역의 부분을 감당하려 합니다.

<미주뉴스앤조이>의 ‘성숙한 성도, 건강한 교회’를 위한 발걸음에 동참해 주십시오. 교회에 대한 고민과 마음을 나누어 주십시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으로 함께 걷는 여러분이 미주 한인 교회의 희망입니다.

박상진 기획실장 / 미주뉴스앤조이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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