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여전히 기독교인인가
나는 왜 여전히 기독교인인가
  • 유진 조
  • 승인 2010.08.10 11: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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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조가 말하는 "불완전한 인간, 불완전한 교회"

한국인 2세인 유진 조 목사는 시애틀에 있는 퀘스트교회의 담임이자 지역사회 운동체인 Q Cafe의 사무총장이기도 하다. 전 지구적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One Day's Wage" 운동을 그의 부인 조민희 씨와 함께 시작했다. <소저너스>의 필진이기도 한 조 목사가 앤 라이스 논쟁에 관한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미주뉴스앤조이>는 유진 조 목사의 동의을 얻어 전문을 번역해 개제한다.  

당신이 구석기 시대 원시인이 아닌 이상에야 앤 라이스의 "난 더 이상 기독교인이길 거부한다"에 관한 소식을 들어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당신이 앤 라이스의 광팬이 아니라면, 나도 좀 껴서 한마디하려는데 들어줬으면 한다. 혹자는 "이런 건 좀 그만하고 전 지구적 가난 같은 문제에 집중하면 안 될까"라고 물을 텐데 나도 동의한다. 여기를 방문해보라.

먼저 밝혀두건데, 나는 앤 라이스의 팬이다. 사실 앤 라이스를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는 대단한 작가다. 그는 68세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늙지 않았다. 그녀를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어 간단한 설명을 첨부한다.

"앤 라이스(본명 Howard Allen O' Brien, 1941년 10월 4일 생)는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 시 출신으로 기괴하고 에로틱하고 종교적인 주제의 글을 쓰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는 시인이자 화가였던 스탄 라이스와 결혼하여 41년간 함께 살았다. 스탄 라이스는 2002년 암으로 죽었다. 앤 라이스의 책은 1억 부 이상 판매됐으며 현대 역사의 가장 유명한 작가 중 하나다." (출처 : 위키페디아)

앤 라이스는 기독교인이었던 적이 있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얼마 전 그가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적었다.

"내 신상에 대해 걱정해주는 이들과 다른 사람들에게 고한다. 나는 더 이상 기독교인이기를 거부한다. 이젠 그만두겠다. 주님에 대한 나의 마음은 변함없지만 나는 "기독교인"으로나 그 언저리에 남아있는 것은 그만 두겠다. 이 호전적이고 논쟁적이고 악명 높은 기독교인들과 함께 어울린다는 것이 나에게는 불가능했다. 지난 10년 간 나는 노력해봤다. 그리고 나는 실패했다. 난 바깥에 머무르겠다. 나의 이성이 기독교를 빠져나가는 것 외에는 다른 답을 내놓지 못한다. 주님의 이름으로 나는 동성애 반대자가 되길 거부한다. 주님의 이름으로 반여성주의자가 되길 거부한다. 주님의 이름으로 가족계획 반대자가 되는 것을 거부한다. 주님의 이름으로 나는 기독교를 떠날 것이며 기독교인이 아님을 선언한다. 아멘." (앤 라이스, 소설가)

만약 당신이 이런 주제에 관심을 가졌다면 당신의 입장 같은 것을 이미 생각해 본 바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누구나 한 번쯤은 기독교를 떠나고 싶어 한다

   
 
  ▲ 유진 조 목사 (출처 : 유진 조 목사 트위터)  
 
앤 라이스가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이 되지도 않을 것이다. 사실 모든 세대, 모든 교단, 모든 종족, 모든 집단에서 누군가는 기독교를 떠나왔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비록 앤 라이스처럼 각광을 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오늘도 누군가는 기독교를 떠났을 것이다. 그 사람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한마디 썼을 성 싶다.

나도 부분적으로는 앤 라이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가 느꼈을 감정을 나도 느끼기 때문이다. 사실 솔직히 말해서 우리 모두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나? 교회에 다니는 누구나 현실의 교회가 "아름답고, 이상적이고 평화로워야하는 진짜 교회의 모습"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앤 라이스는 발표 이후 있었던 인터뷰에서 그의 결정은 경솔한 것이 아니었으며 수년간 몇 가지 중요한 의제를 놓고 씨름한 결과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의 결정을 이해한다. 최소한 그의 감정을 이해할 수는 있다. 왜냐하면 우리 역시 기독교의 실패와 모순을 경험한 바 있으며, 삶의 한 순간 혹은 여러 순간에서 기독교인이기를 그만 두고 싶어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진절머리남"에 대한 지나친 과장

좀 솔직해져보자. 기독교나 교회에 대해 비판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우리는 기독교인으로서 기독교 자체에 대해 건설적으로나 비판적으로 말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내가 남자건, 여자건, 아이건, 시인이건, 가수건, 냉소주의자건, 신도건, 부정적인 사람이건, 자유주의자건, 보수주의자건, 민주당원이건, 공화당원이건, 독립당원이건, 보수옹호세력이건, 진보옹호세력이건, 장로교도건, 침례교도건, 칼뱅주의자건, 알마니안이건, 스타트랙의 팬이건, 당신도 나도 모두 그럴 권리를 가지고 있다.

사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기독교인이라면 당신은 "공인된"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기독교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쿨해 보이고, 엣지있어 보이게 된다.

공인된 기독교인이라…. 앤 라이스가 묘사한 기독교라는 것이 다 틀렸다고 말하기도 좀 그렇긴 하다. 그런데 이런 식의 기독교에 대한 가정이나 판단이나 묘사가 기독교의 모든 것에 대한 인식을 대변한다고 말하는 것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가 이런 종류의 묘사에 대해 너무 강조하다보니 기독교의 현실보다 좀 더 과장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종류의 문제에 집착하다보니 기독교인인 우리 자신을 반동성애자, 반여성주의자, 가족계획반대자가 되어야만 진정한 기독교인으로 생각하게 되진 않았을까?

앤 라이스가 말 한 기독교인의 정의라는 게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사실일까? 그렇다. 앤 라이스가 말 한 기독교인의 정의라는 게 기독교 전체 운동의 성격을 띠나? 아니다.

예수님은 불완전한 인간(과 교회)을 위해 돌아가셨다

기독교인이 되는 게 반동성애자가 됐건, 반여성주의자가 됐건, 교회가 반대하는 어떤 종류의 반무슨무슨주의자가 됐건 간에 그런 반대주의자가 되는 면허를 발급 받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기독교를 떠나거나 기독교인으로 알려지기를 거부하는 게 답은 아니다.

답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복음은 기관의 종교가 아니다. 복음은 교단이나, 기독교나, 교회가 아니다. 복음은 하나님의 말씀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명제로서의 진실이 아니라 예수님을 통해 증거된 진리다. 예수님은 완전한 인간이었으며 완전한 신이었다. 예수님은 인간과 함께 살기로 정하시고 이 땅에 오셨으며, 불완전하고 타락한 세상과 교회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분이다.

나도 앤 라이스처럼 기독교를 그만 두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예수님이 보여주신 완벽한 사랑에 이끌려 내가 불완전한 세상에 대해 불완전한 애정을 가지고 교회에 남아있기를 선언하고자 한다. 나는 기독교인이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아주 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완전한 사랑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글 · 유진 조 목사(퀘스트교회 담임) / 번역 · 김성회 기자

출처 : http://eugenecho.wordpress.com/2010/08/03/everyones-quitting-christia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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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hoi 2010-08-22 23:18:59
저 역시 젊었을때 기독인임을 거부하고 살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님의 무한한 인내하심과 사랑하심에 이끌리어 이제 다시 저도 기독인임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글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