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기독교인 1백만명 기도회에 반대한다
보수-진보 기독교인 1백만명 기도회에 반대한다
  • 김민수
  • 승인 2010.08.11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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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보다 규모에 치중한 '8.15 기념 한국교회 대성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이광선 목사)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권오성 목사)에게 오는 8월 15일 '한국교회 8·15 대성회'(이하 8·15 대성회)를 함께 개최하자고 제의하자 NCCK가 이를 수락했다. 이에 따라 8·15 대성회 조직위는 8월 3일 기자회견을 열어 8·15 대성회의 주요 내용과 담당자를 공개했다.
 

   
 
  ▲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공동 주최로 나선 '한국교회 8·15 대성회' 포스터 (출처 : 한국교회 8·15 대성회 조직위)  
 
조직위는 서울광장에 60만 명, 지방에 40만 명, 합계 100만 명 참여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기독교인들이 경술국치 100년을 맞아 '8·15 대성회'를 통해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자는 것이다. 주요 순서에는 방지일 목사(최고령 목회자),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와 수원중앙침례교회 김장환 원로목사 등이 포함되어 있다.
 
NCCK의 권오성 총무는 한기총 이광선 대표회장에게 "NCCK가 오는 6월 개최를 준비하고 있는 남북한기도회에도 한기총이 동참해 함께 북한을 방문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한다. 한국교회 일치를 위해 보수적인 한기총과 진보적인 NCCK가 연합해야 한다는 고뇌가 깔려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연합인가 야합인가, 묻고 싶다
 
지난 30년간, 한국의 보수교회는 자본주의적 물질 숭배와 교회성장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물질을 향한 무한경쟁에 몰두해 왔다. 그 결과, 큰 교회를 세우고 월급을 많이 받는 목사는 목회에 성공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교회만큼 철저하게 자본주의 논리가 지배하는 집단이 한국에 없다고 할 만큼 오늘날의 한국교회는 타락했다. 교단의 주요직책을 돈으로 사는 일은 기본이고, 개교회에서도 평신도의 직책 역시 믿음이 아닌 돈으로 얻는 것이다. 지금 한국교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맘몬이라는 우상이다.
 
과거 교회를 중심으로 민주화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날 때, NCCK는 암울한 사회의 빛이었으며 살맛나지 않는 세상에 맛을 내는 소금과도 같은 역할을 감당해왔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보수적인 입장을 가진 이들은 진보적인 입장에 선 NCCK를 견제할 세력을 원했다. 그 결과 한기총이 만들어졌고 보수적 입장에 선 이들이 대거 회원 교단으로 가입하면서 한국 개신교 최대 단체가 만들어졌다.
 
그 이후 한기총은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사학법과 관련해 NCCK와 반대되는 견해를 내놓고 갈등을 빚었으며, 4대강 사업에도 찬성하는 등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감당해왔다. 최근엔 한상렬 목사의 방북사건과도 관련해서도 한국기독교장로회(NCCK 가맹교단, 이하 '기장')에 목사면직을 요구하는 등 도를 넘는 행동들을 서슴지 않고 있다. 가장 큰 단체(결국, 재정도 가장 튼튼하다)라는 이유로 마치 한국교회의 대표인 것처럼 행세하는 것이다.
 
결국, NCCK는 과거 민주화운동을 이끌며 한국교회의 중심에 서서 에큐메니칼(일치) 운동의 견인차 구실을 하던 힘을 상실했다. 위에서도 밝혔듯이 교단의 주요직책을 돈으로 사는 일이 보편화되면서 한국교회는 스스로 위기를 자처한 것이다.
 
한기총과 NCCK의 대형 행사 공동 주최가 연합인지 아니면 야합인지 묻고 싶다. 근본적으로 한기총이 추구하는 입장이 있고, NCCK가 추구하는 입장이 있다. 일정 정도의 일치점을 찾을 수는 있지만, 결국은 '예와 아니오'가 분명한 지점에서 서로 반대 입장에 설 수밖에 없다. 그 한 예가 '4대강 사업'에 대한 입장이다. NCCK는 6월 금강산 평화기도회에 한기총이 참여해 주길 바란다는 이유 하나로 한기총이라는 거대 조직에 이용당하는 것이 아닌가 심히 우려된다.
 
NCCK는 예언자 정신을 지켜야
 
이번 행사 준비 측에서 교계나 일반 언론을 통해 강조한 것은 내용이 아니라 숫자였다는 것에 경악했다. 서울광장 60만 명, 전국적으로 10만 명… 이런 식이다. 그렇게 해서 60만, 100만 명 동원하면 뭐하는가? 역사의식 없이, 관행대로 자기 교회 목사 설교만 끝나면 우르르 빠져나가는 교인들이 아무리 많이 모여 봐야 뭐하겠는가 말이다. 강사들의 면면도 그렇다. 대부분 보수적인 입장에 서 있는 대형교회 목사들이 대다수인데다가, 그들 중 상당수는 지난 6월 25일 전쟁광 부시를 강사로 초청해 평화기도회를 연 이들이다.
 
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면 들어가서 변화시키는 것이 맞지만, 그렇지 않다면 맞서 싸워야 한다. 그런데 이번 행사가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심히 우려스럽다. 그렇게 60만, 100만 동원해 무엇을 과시하려는가? 한국교회에는 회개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하나님을 섬기지 않고 맘몬이라는 우상을 숭배한 죄, 자본주의 논리에 철저하게 빠져 있는 죄, 미국이라는 나라를 절대 신으로 믿는 죄, 돈으로 교계의 관직을 사고판 일, 하나님의 말씀에 의해서가 아니라 돈에 의해서 움직여지는 일 등등. 그러한 회개 없이 교인들의 피땀 어린 헌금으로 대형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경제 정의에도 어긋난다. 그런 일에 NCCK는 왜 들러리를 서려고 하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그런 대형 행사 보다는 먼저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으라고 권한다. 국치100년의 역사가 되도록 한국교회가 친일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점, 교인들에게 현실의 역사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한 점, 성서를 왜곡하고 곡해하여 사이비 신앙인들을 양산해 낸 일에 대해서, 이젠 교회가 가난한 자들은 감히 드나들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는 점, 분단된 조국에서 무조건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레드콤플렉스에 빠져 살았던 점, 실체가 없는 사탄과만 싸우라고 했지 눈앞에서 우리의 삶을 옭아매는 사탄을 보지 못하게 한 점 등등.
 
이번 8·15 대성회는 한국교회를 위해서나 교회의 일치를 위해서, 올바른 신앙의 길을 가려는 이들을 위해 취소되어야 한다. 이번에는 길거리에서 요란하게 기도할 것이 아니라, 골방에서 기도해야 할 때다. 무슨 때만 되면 요란스럽게 대형기도회를 여는 모습, 더는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을 것이다.

김민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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