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회개의 '3가지' 필요조건
진정한 회개의 '3가지' 필요조건
  • 박지호
  • 승인 2010.10.06 15:01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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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 면죄부'로 성추행 목사 비호하는 이들과 영화 [밀양]

한국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 성추행 관련 기사가 올라가자, 아니나 다를까 전 목사를 옹호하는 댓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미주뉴스앤조이>에 올라온 댓글 중 하나다. 

"다윗이 우리야의 아내를 범하고 우리야를 전쟁터에서 죽게 했을 때 하나님은 나단 선지자를 보내 다윗의 회개를 받으셨습니다. 전병욱 목사님 또한 하나님께 회개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자신의 죄를 시인했고요. 그런데 계속적으로 비난하고 비판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에 반하는 죄임을 모르십니까?" (9월 23일자, '전병욱 목사 성추행 논란, 문제는 사후 처리다'는 기사 댓글 중)

당사자가 회개했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에 반하는 죄라는 주장이다. 새로울 것은 없다.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는 말과 함께 목사의 잘못을 비호하는 충성스런 성도들의 전형적인 반박논리 중 하나다. 이 소식이 트위터를 통해 퍼져나가자 누리꾼들은 "댓글이 기가 막힌다"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 '고문 기술자', '인간 백정'으로 불리던 이근안 씨도 좋은 예다.  
 

현재로선 전병욱 목사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회개했다는 공식적인 발표는 없다. 하지만 그 교인의 말처럼 혼자 골방에서 죄를 자복하고 처절한 회개를 했을지 모를 일이고, 혹 그렇지 못했다면 꼭 그래야 할 일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회개의 여부가 아니라, 회개의 성격이다. 이웃은 고려하지 않고 하나님과 개인의 관계만을 강조하는 한국 교회의 '일방통행적 회개' 경향을 말한다.

한국 교회의 일방통행적 회개…하나님과 나만? 

비단 전병욱 목사를 두둔하는 교인들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고문 기술자', '인간 백정'으로 불리던 이근안 씨도 그 예라 할 수 있다. 회개했다며 목사가 됐지만 '반공 강연'을 다니며 "자신도 피해자"라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고문에 견디다 못해 허위로 자백하고 옥고를 치렀던 피해자들이나,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에게는 이근안 씨의 변신이 역겨운 것이다.

이런 모습은 영화 <밀양>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신애가 자신의 아들을 죽인 박도섭을 용서하기 위해 교도소를 찾아간 장면이다. 떨리는 목소리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해주고 싶어 왔다는 신애를 향해, 살인자 박도섭은 인자한 웃음을 만면에 머금고 편안한 목소리로 이렇게 고백했다.

“…저도 교도소에 들어온 뒤로 하나님을 가슴에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하나님이 이 죄 많은 놈한테 손 내밀어 지은 죄를 회개하게 하시고 저의 죄를 용서해주셨습니다. 눈물로 회개하고 용서받았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평안을 얻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기도하고 하루하루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하나님께 회개하고 용서받으니 이렇게 편합니다.…” (영화 <밀양> 중에서)

이 말을 들은 신애는 교도소 밖을 나서자마자 충격 때문에 넋을 잃고 쓰러지고 만다. 무엇이 신애를 실신할 지경으로 몰아넣었을까. 송단 목사는 신애가 기절한 이유를 이렇게 해석했다.

“신애가 용서하려고 찾아갔으나 그는 이미 성자가 되어버린 죄수였습니다. 얼굴이 하나님의 은혜로 환하게 빛이 났습니다. 그러나 신애는 본능적으로 파렴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가 너무나 뻔뻔스럽게 보였던 것입니다. 도저히 용서 받을 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하나님이 용서를 해주셨다고 하니 그녀는 미쳐버린 것이었습니다.…문제는 그가 신애에게 크게 죄책감을 갖지 않은 것입니다. 그녀의 유일한 아들을 죽이고, 그녀의 인생을 망쳐놓았는데도 말입니다. 그는 마치 모든 것을 초월한 도사나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수도사와 같았습니다. 이것이 신애를 미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영화 밀양에서 본 한국 기독교’, 07년 11월 05일자, <뉴스앤조이>)

   
 
  ▲ 영화 <밀양>에서 살인자 박도섭은 인자한 웃음을 만면에 머금고 편안한 목소리로 하나님으로부터 용서를 받았다고 말한다.  
 
진정한 회개는 '3자적 관계' 속에서

정강길 씨는 이 장면을 통해 “기존 기독교의 죄와 ‘죄 사함’이라는 것이 철저히 신과 개인이라는 ‘1대1 관계’에서 빚어지는 것들임"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독교에서 말하는 진정한 용서와 치유는 ‘신과 나 그리고 이웃이라는 3자적 관계’에서 현실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박도섭의 말을 들은 신애는 교도소 밖을 나서자마자 충격 때문에 넋을 잃고 쓰러지고 만다.  
 
"누군가가 죄를 지었다는 것은 그 죄로 인해 고통 받는 타자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죄(Sin)가 있는 곳에는 필연적으로 한(恨)도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죄 사함은 신과 개인의 일대일 관계가 아니라 신과 죄인과 그 죄로 인해 고통 받은 이웃이라는 ‘3자적 관계’에서 고찰되어야 진정으로 그 죄와 죄 사함이라는 용서와 치유가 이뤄진다. 궁극적인 죄사함 즉 진정한 구원과 용서와 치유는 신과 나라는 일대일 관계에서가 아닌 ‘신과 나 그리고 이웃이라는 3자적 관계’에서 현실화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밀양>, 관념적 기독교 맹점을 예리하게 포착한 영화’, <뉴스앤조이> 07년 05월 29일자)

3자적 관계 외면치 않는 온전한 회개는?

그렇다면 하나님과 나와 이웃의 ‘3자적 관계’를 외면하지 않는 온전한 회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온전한 용서와 회개에 관한 김영봉 목사(와싱톤한인교회)의 설명을 들어보자.

"기독교가 성서를 바탕으로 가르쳐온 용서는 그렇게 값싼 것도 아니고, 무책임한 것도 아닙니다. 정통 기독교 신학에서는 온전한 용서가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가르칩니다. 회개의 3R(Three R’s of Repentance)이라고 부르는데, 첫째가 Repentance(회개), 둘째가 Restitution(보상), 그리고 셋째가 Reformation(개혁)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눈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것이 repentance이며, 자신이 끼친 잘못에 대해 어떻게든 보상하는 것이 restitution이고, 다시는 그런 잘못을 하지 않도록 자신을 고치는 것이 reformation입니다. 이 세 가지가 갖추어져야 온전한 회개입니다." (와싱톤한인교회 김영봉 목사 설교 중에서)

전병욱 목사의 회개를 거론하는 것이 네티즌들을 '기막히게' 만드는 것은 아직 전 목사와 삼일교회의 모습에서 회개의 ‘3R’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전 목사가 교회로부터 '3개월 설교 중지'와 '6개월 수찬 정지'를 받았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피해자와 교회와 사회가 받은 피해에 대해서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언급하지 않았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하나님과 관계만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문제로 고통 받은 이웃을 외면한다면, 한국 교회를 향해 분노에 몸을 떨면서 하나님을 노려볼 또 다른 신애를 만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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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dlespear 2010-10-16 08:53:15
글쓴 이는 분명히 "아직 전 목사와 삼일교회의 모습에서 회개의 ‘3R’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하나님과 관계만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문제로 고통 받은 이웃을 외면한다면, 한국 교회를 향해 분노에 몸을 떨면서 하나님을 노려볼 또 다른 신애를 만들게 될 것이다" 가 글쓴 이의 결론입니다.

이 글이 그렇게 언짢으십니까? 저는 놀고있다 님의 "다 나단이냐?" 라는 시비조의 반말 어투가 아주 심히 언짢습니다. 거짓부렁하는 이런 매체라? 신문도 안 믿고, 공공기관의 의견에 그리 못마땅하시면 의견난에 의견 달지 말고 그냥 지나가면 됩니다. 마치 타진요 웹싸이트에서 찌질대다가 경찰이 수사하고 나선 후에 수사망이 좁혀오니까 이런 데 와서 찌질대는 못난이처럼 보인단 말씀입니다. 무뇌아가 아니라면 회개하십시오.

놀고있다 2010-10-10 15:17:09
나단을 세운것은 하나님이지 나단이 자신이 아니다.
그런데 진정으로 그 목사에게 전하는 하나님 말씀이 설마 제사가 우상숭배가 아니라는
거짓부렁 하는 이런 매체를 통해설까 보냐.
진정한 회개는 성경에 삭개오를 보면 나오지 않는가. 뉴스앤조이는 기성교회의 잘못을 실랄하게 비판하지만 그 비판속에 회개를 촉구하는 마음보다는 그냥 그들의 넘어짐이 너무 신나고 즐거운듯한 모습이 더 보이는거 같다.

벨라 2010-10-10 03:41:51
그저 우스운것은, 삼일교회에서의 일은, 그리고 어느 누구의 사건이라도, 사건에 직접 개입한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도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세상 사람들은 이렇게 화려하게 analysis 펼쳐대는것이다. 알지도 못하면서 소매를 겉어부치고 인간의 머리와 지식과 상상력으로 왈가왈부 하는것은 참... 교만이 아닐까. 성경이나 밀양의 스토리처럼 주인공들의 대화와 대사를 우리가 아는것도 아니고, 뭐 그렇게 미워하는 사람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처럼 이러는지..

Dalmer 2010-10-07 12:21:04
Andrew Sung Park 의 저서 [The Wounded Heart of God: The Asian Concept of Han and the Christian Doctrine of Sin] 의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저자는 우리게 있는 '한' 을 신학적인 주제로 삼아 서양신학계에 화두를 던진 신학자입니다. 다른 내용들도 귀하지만, 본 기사와 관련하여 우리가 그 저서에서 얻을 수 있는 도움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죄 용서' 또는 '샬롬' 은 죄를 범한 사람과 용서하시는 하나님, 그 둘 사이뿐이 아니라, 그 죄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사람의 상처 까지도 포함된 '관계적인 것' 이어야 한다는 지적을 통해서입니다. 밀양이라는 영화에서 던지는 문제제기와도 같은 선상의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저자에 의하면 (제가 깊게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전통적인 구원의 개념은 죄인의 죄책감과 고통에서의 치유와 회복에 관심을 두지만, 진정한 치유 (샬롬) 는 피해자의 상처 회복까지도 포함 되어야 하는 "관계적" 인 것입니다. 부족하지만 저는 이 문제의 당사자이신 분과 주님의 몸된 교회 공동체 안에 바로 그런 통전적인 의미에서의 샬롬이 일어나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Dalmer 2010-10-07 12:19:53
Andrew Sung Park 의 저서 [The Wounded Heart of God: The Asian Concept of Han and the Christian Doctrine of Sin] 의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저자는 우리게 있는 '한' 을 신학적인 주제로 삼아 서양신학계에 화두를 던진 신학자입니다. 다른 내용들도 귀하지만, 본 기사와 관련하여 우리가 그 저서에서 얻을 수 있는 도움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죄 용서' 또는 '샬롬' 은 죄를 범한 사람과 용서하시는 하나님, 그 둘 사이뿐이 아니라, 그 죄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사람의 상처 까지도 포함된 '관계적인 것' 이어야 한다는 지적을 통해서입니다. 밀양이라는 영화에서 던지는 문제제기와도 같은 선상의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저자에 의하면 (제가 깊게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전통적인 구원의 개념은 죄인의 죄책감과 고통에서의 치유와 회복에 관심을 두지만, 진정한 치유 (샬롬) 는 피해자의 상처 회복까지도 포함 되어야 하는 "관계적" 인 것이어야 합니다. 부족하지만 저는 이 문제의 당사자이신 분과 주님의 몸된 교회 공동체 안에 바로 그런 통전적인 의미에서의 샬롬이 일어나게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