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이 타 종교 비하해야 높아지나?’
‘복음이 타 종교 비하해야 높아지나?’
  • 이승규
  • 승인 2010.10.26 15: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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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종교 믿는 것과 존중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얘기

찬양지도자학교에 소속한 5~6명의 젊은이들이 강남에 있는 봉은사에 ‘난입’해 소위 '땅밟기'라는 영적 전쟁을 수행했다. 난입이라는 뜻은 어지럽게 함부로 들어오거나 들어감을 뜻한다. 이번 경우에 딱 들어맞는 단어다. 그냥 몰래 들어가 자기들끼리 하고 나왔으면 됐을 텐데, 동영상까지 찍어 올렸다. 그리고 결국 그것이 문제가 됐다.

   
 
  ▲ 2년 전 장경동 목사도 뉴욕에서 불교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약 2년 전이다. 한국에서 유명한 장경동 목사가 뉴욕을 방문했다. 3일 동안 부흥회를 인도하던 중 집회 마지막 날 "내가 경동교(장경동교)를 만들면 안 되듯이 석가모니도 불교를 만들면 안 된다"며 "원불교나 통일교도 만들면 안 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장 목사는 또 "스님들은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빨리 예수를 믿어야 한다"며 "불교가 들어간 나라는 다 못 산다"며 "(내가 이런 말 하면) 불교 비하한다고 하는데, 나는 바른 말을 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장 목사의 발언이 <미주뉴스앤조이>를 통해 한국에도 보도가 됐고, 이어 종교 편향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아마 교회를 다니는 대다수 교인이나 목사들은 장 목사의 말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교인들이나 목사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얘기였기 때문이다. 교계 내부에서 장 목사의 망언을 비판하는 얘기를 거의 들을 수 없었다는 것이 그 증거다. <뉴스앤조이>나 일부 복음주의권 운동가들 사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을 뿐이다. 

장경동 목사는 재수 없어서 걸렸을 뿐…

재미있는 것은 한국교회언론회(대표 김승동 목사)라는 단체의 반응이다. 2년 전 장경동 목사 발언에는 일언반구도 없었는데, 이번 사태에는 발 빠르게 논평을 냈다. 한국교회언론회에 따르면 봉은사에 난입한 사람들은 '정통 기독교 진리에서 벗어난 일과성 행동'을 했다. 그래서 '종교 간의 진리 차이가 종교 간의 다툼이 되어서는 안 되며, 자신들의 확신을 타인에게 강요해서도 안 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그런데 나는 장경동 목사와 이들의 차이점을 도무지 모르겠다. 장경동 목사는 목사니까 그런 말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보도가 나간 뒤 찬양지도자학교 대표가 일단 봉은사 쪽에 사과의 말을 전달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하지만 자신들 생각보다 더 크게 논란이 되니, 일단 사과하고 넘어가자는 분위기가 그 단체를 지배할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 지금 이 상황은 사탄 마귀가 주는 시련일 뿐이다. 하나님이 자신들을 좀 더 큰 그릇으로 만들기 위해 이 고난을 허락하셨다고 믿는다.

대부분 교인은 스님을 그냥 중이라 부른다. 그리고 혹여나 길거리에서 만나면 재수 없다고 가던 길을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 아니면 옆에서 쯧쯧쯧 혀를 차며 '저 지옥 불구덩이 제일 깊숙하게 들어갈 사람들'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실제로 모두 내가 들은 얘기고, 봤던 행동이다. 

다른 종교는 물론 종교인들을 존중하고, 그들과 함께 사회정의를 위해 가난하고 소수인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하면, 그럼 너는 그 종교를 믿는 거냐고 엉뚱한 대답을 듣기 일쑤다. 다른 종교를 믿는 거랑 존중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이야기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다른 종교에도 구원이 있다고 여기는 종교다원주의자로 몰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욕쟁이 예수>를 쓴 박총은 이런 지적을 단호하게 반대한다.

"불교 신자들을 하나님의 형상이자, 우리의 이웃으로 보고 애정과 존중으로 대하는 것이 모든 종교에 구원이 있다는 다원주의와 무슨 관련이 있는가? 그렇다면 다른 종교에 속한 이웃들에게는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 주지 말란 얘긴가?"

   
 
  ▲ 몇몇 교인들이 봉은사에서 땅밟기를 하는 모습. (봉은사 동영상 갈무리, 한국 <뉴스앤조이>에서 인용)  
 
다른 종교 존중하자는 말이, 그 종교를 믿자는 얘기는 아닌데…

성경에도 다원주의 시대에 살았던 한 인물이 있다. 바로 다니엘이다. 느브갓네살은 높이 27미터, 너비 2.7미터의 금으로 된 대형 신상을 만들 정도로 다른 종교에 심취한 왕이었다. 하지만 다니엘은 그 금상을 때려 부수지 않았다. 금상 주위를 돌며 땅밟기를 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하나님은 자신의 선하심과 위대하심을 다니엘을 통해 보여주셨다. 다니엘은 다리우스 왕 때는 한 지역의 총리까지 할 정도였다. 다니엘을 시기한 사람들이 다니엘의 잘못한 점을 찾으려고 했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 못했다.  

<욕쟁이 예수>에서 박총은 사도 바울의 예를 들었다. 바울은 세계 종교의 진열관과 같은 아테네에서 온갖 신을 섬기는 그들에게 신앙심이 깊다고 얘기했지, 너희는 우상숭배를 했으니 지옥행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베드로가 우리의 소망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공손하고 친절한 태도로 설명해주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제 다른 종교를 비하하는 행동은 그만하자. 그건 절대 예수님이 한 행동이 아니었다. 다른 종교를 존중하는 것과 다른 종교를 믿는다는 것의 차이를 분명히 알자.

<욕쟁이 예수>의 한 부분이다.

"복음이 이웃 종교를 격하시켜야만 상대적으로 더 괜찮아 보이는 그런 별 볼 일 없는 것인가. 복음을 전한다고 하면서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욕되게 하지 말라. 그럴 시간 있으면 불교를 아무리 추어 올려도 복음의 매력과 능력을 당할 수 없다는 것을 그대의 삶으로 보여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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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pen 2012-02-03 17:04:18
This is way more helfpul than anything else I've looked 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