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순복음교회판 똥돼지 논란
여의도순복음교회판 똥돼지 논란
  • 김용민
  • 승인 2010.11.12 03:1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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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기 목사의 아들들을 그렇게 만든 자 누군가'

‘똥돼지’라는 신조어의 어감이 참 강렬하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채 사건을 계기로 부모를 잘 만나 특별한 방법으로 공무원 자리를 얻는 자녀를 가리키는 은어로 사용된 이말. 비단 공직뿐인가. 10년은 돼야 오를 수 있는 과장 자리를 사회생활 경력 2년 만에 꿰차신 대통령 외아들 이시형 씨에게도 외람되지만 이 별명이 이질적이지 않다.

지금 여의도는 시끄럽다. 은퇴는 했건만 종신 ‘능력의 종’인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의 아들들 때문이다. 연로한 자신과 야심 많은 아내를 앞세워 동생과 동생의 장인을 겁박해 <국민일보>를 탈환하려는 큰 아들 조희준 씨의 좌충우돌. 물론 여기에 지지 않는 동생 조민제 사장의 십자포화 공격까지.

시시비비를 가려야 옳다. 둘 다 아버지 배경 없으면 어디 감히 그 자리에 앉았겠느냐만, 그래도 동생 조민제 사장의 편에 서는 게 정당해 보인다. <국민일보> 구성원 상당수는 조민제 사장이 언론사 대표로서의 인격과 리더십, 경영 수완에 있어 큰 흠결을 남기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반대로 형 조희준 씨는 그의 살아온 이력(<국민일보> 회장 시 인사 보복 등의 전횡을 일삼았고, 순복음교회의 물적 자원을 바탕으로 음란성 스포츠 신문을 발행했으며, 2001년 25억여 원을 탈세하고 183억 원을 횡령하는 식의 범법을 저질러 옥살이도 했음)이 말해 주듯 <국민일보> 파행의 진원지다.

<국민일보> 노사공동비상대책위원회 특보를 보자. <국민일보> 노조위원장이 기록하고 공개한 조희준 씨의 말이다. “정말 웃기는 새끼 아니에요? 언제든지 한판 붙자고 하세요. 복싱 글러브 끼고 한 판 붙자고 해요. 저 킥복싱을 3년 했습니다.” 여기서 ‘웃기는 새끼’는 자신에게는 사돈어른이면서 동생에게는 장인 되는 노승숙 <국민일보> 회장이다. 그의 안하무인은 다음 주장에서도 그대로 녹아난다.

“(노승숙 회장에 대한) 이 원한을 풀기 위해서 끝까지 갈 겁니다. 그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가 이 건물(<국민일보> 사옥)을 폭파해서라도 내 원한을 풀 겁니다. 노승숙이가 예전에는 제가 전화하면 ‘예!’ 이렇게 대답하고 전화를 받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목소리가 ‘네∼’ 이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아니 노 회장 목소리가 왜 그렇습니까?’ 물으니까 목이 잠겨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처음에는 안 그랬는데 좀 지나니까 복도에서 저를 보면 고개를 15도쯤 들고 목에 힘을 주고 걸어 다니는 거예요.”

다시 이야기해 네가 뭔데 어디 내 앞에서 건방을 떠느냐는 타박이다. 상대가 사돈어른이라도 ‘권력 서열’ 상의 상하(上下)관계는 분명히 하자는 이야기다. 조희준 씨를 만나면 나는 꼭 묻고 싶다. “조희준 씨, 당신이 노승숙 씨의 상(上)이 된 이유가 뭔데? 아버지 덕 말고 다른 게 있어?”

사돈 우습게 아는 건 당연하다. 자기 아버지에 대해 뭐라고 묘사하는지 살펴보자. 계속해서 조희준 씨 말이다.

“조용기 목사님이 2006년 12월에 파킨슨병이 왔습니다. 내가 잘 아는데요. 이 병은 5년 지나면 휠체어에 앉을 수밖에 없습니다. 휠체어 타고 설교도 안하고 그러면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사실상 와해된다고 봐야 합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사실 조 목사님의 카리스마 하나로 유지해 왔습니다. 예전에 아버지가 해외 출장 한번 가니까 일주일에 15억 원 들어오던 헌금이 7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그 정도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아버지에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중략) 어느 순간에 갑자기 아버지가 깔딱할 수도 있습니다. 조용기 목사님과 저는 일반적인 부자 관계가 아닙니다. 아버지가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절대 못합니다. 저희 아버지와 저는 친구 같은 사이입니다.”

아들이라면서, 숙환 중의 아버지에게 행여 닥칠지 모를 불행한 상황을 ‘깔딱한다’라고 묘사하는 저 저렴한 입놀림을 보니 정말 일반적인 부자 관계 속 자(子)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는다.

나와 조희준 씨 간에는 ‘풋풋한 인연’이 있다. 2000년 8월, 조용기 목사가 월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아들 조희준 씨가 스포츠 신문을 만들어 음란성 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부분에 대해) “우리 아들도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닌가”라고 말한 일이 있었다. 이에 격분한 나는 개인 홈페이지에다 조용기 목사에 대한 비판의 글을 올렸다.

그 일로 직장이었던 <극동방송>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물러나게 되는 곡절을 만났다. 나를 내보내면서 사장 김장환 목사가 “조용기 목사가 큰 아들 문제에 관해서는 매우 민감하다”라고 한 귀띔이 새삼 떠오른다. ‘누가 조희준을 그렇게 만들었는가’에 관한 답은 이미 그때부터 정해져 있었는지 모른다.

외양만 보면 몸무게 세 자리인 내가 ‘똥돼지’에 더 가깝다. 나는 (80만 성도의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비길 바 아니나) 조희준 씨와 같은 목회자의 자녀이다. 하지만 성도의 봉헌을 통해 축적된 교회의 물적 자원을 아버지의 영향력을 매개로 편취한 바 없다. 조희준 씨는 반면 그 말쑥하고 단정한 외양과는 달리 <국민일보>를 하나의 사유물 체계로 보고 있다. 그리고 재산 정리를 통해 수하에 두려하고 있다. 조희준 씨가 부디 ‘똥돼지’의 오명을 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왕 나온 김에 <국민일보> 구성원에게도 한마디 한다. 지금 노사는 한국 교회의 공적 자산으로서의 <국민일보>를 수호한다는 입장인데, 모순이다. 왜냐. 공적자산 운운하면서 어찌 조용기 목사의 또 다른 아들에 기대고 있는가. 여의도순복음교회 등으로부터 재정적 자립을 전제로 한 독립 언론의 노정까지 요구하는 게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결속이 김성혜와 조희준의 진입을 막기 위한 싸움에 그치는 ‘기득권 투쟁’이라면 그대들은 형과 동생의 아귀다툼에 동원된 엑스트라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일보>가 공적 자산인가? 그렇다면 공적 임무 수행자로서의 정체성을 보여 달라.

김용민 / 시사평론가

* 이 글은 <복음과상황>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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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면 만 보고 2010-11-21 15:10:33
한쪽 말만 듣고 성급히 판단하고 비판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국민일보가 나아가길 기도해야 겠습니다.

anony 2010-11-15 21:30:59
똥돼지 맞습니다. 대형교회 목사 숭배 정말 문제입니다. 하나님을 섬기는 건지 담임목사를 섬기는 건지... 조희준씨 위치는 이건희 회장 아들의 위치였겠지요... 대형교회 목사 자녀들 대부분 안하무인입니다. 성도들이 너무 찬사를 보내고 아부를 해서 본인들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영혼을 위해서라도 이런 구조가 사라져야 합니다.

이준 2010-11-15 18:02:59
나는 순복음 교회를 다닌 사람입니다. 목사가되고 성경을 가르치면서 안 것은 조목사는 욕심을 잉태케하는 설교를 하였다고 알게된 것입니다 .
결국 자신의 말에 자신이 고통을 당하게 된다는 것을 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