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준 독일과 일본의 교회"
"피해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준 독일과 일본의 교회"
  • 박지호
  • 승인 2009.04.02 12: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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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인터뷰] 김동춘 교수, '민족의 응어리, 교회가 풀자'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인 김동춘 교수(성공회대 사회과학부 NGO학과)는 과거사 청산 작업을 일종의 '사회적 치유 과정'으로 정의했다. 강연차 UCLA를 방문한 김동춘 교수를 3월 31일 LA 다운타운에 있는 가든스윗호텔에서 만났다.

▲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김동춘 교수. 지유철 전도사는 그의 책에서 "김동춘 교수는 고통당하는 자의 발과 입과 머리가 되어 그들을 대변했고, 그들의 억울한 죽음을 응시했고, 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위무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과거사 청산은 사회적 치유 과정이다.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을 위로하는 과정을 통해 국가 폭력에 짓밟힌 피해자들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사회적 통합을 이끌어내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진실화해위원회가 지난 3년간 했던 일 중에 가장 주요한 것이 '들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피해자가 스스로 참혹한 과거사를 털어놓도록 돕고 그것을 들어주는 것이 치유의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역사적 희생자를 도닥이는 일에 한국 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지만, 이런 일에 교회가 사실상 무관심했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역사 청산에 대한 한국 교회의 태도는 무관심에 가깝다. 교회가 가진 사명을 고려할 때 안타까운 대목이다. 화해를 이끌어내는 화해자로서의 역할보다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던 것이 오늘날 한국 기독교의 모습 아닌가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용서의 정신으로도 이념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오히려 친미 반공의 구호를 외치며 불의한 국가 권력에 한국 교회가 침묵했던 점도 지적했다.

"근현대사에서 한국 교회가 친미 반공 일변도로 치우치면서, 교회가 보수 우익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통로가 되고 말았다. 때문에 그간 자행되어온 인권 침해, 독재, 학살 등에 대해 교회가 침묵하거나 외면하는 경향이 많았다."

이명박 정권은 출범 이후 진실화해위원회의 기능을 축소 또는 통폐합시키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내비쳐왔다. 때문에 위원회가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이에 김 교수는 "위원회의 활동 기한인 내년 4월까지 활동하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이명박 정권에서 활동을 연장하도록 허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 교수는 또 "연장된다 하더라도 정부의 취향에 맞는 사람들을 배치해 지금까지 위원회가 내렸던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

▲ 진실화해위원회는 2008년 10월, 한국전쟁 당시 국군이 민간인을 집단 학살했던 경남 산청군 외공리에서 유해 260여 구를 발굴했다. 산청 민간인 희생 사건은 1950년에 국군 제3연대 정보과, 제2대대 소속 군인들이 공비 색출을 명분으로 집결시켜 적과 내통했다는 이유로 민간인을 집단 학살한 사건이다. 유골을 확인한 결과 어린이와 여성들이 포함되어 있어 가족 단위로 끌려와 학살된 것으로 파악됐다. (출처 : 진실화해위원회 홈페이지)
김 교수는 이승만 정권을 미화하려는 뉴라이트의 움직임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런 시도는 반공을 기치로 사회를 통제하려는 현실 정치 상황과 맞물려 있다고 김 교수는 해석했다.

"뉴라이트의 가장 큰 문제는 이승만 대통령을 중심으로 해방사와 건국사를 다시 쓰려는 것이다. 이승만 정권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면 독재 아래서 자행됐던 국가 폭력, 선거 부정 등이 반공이란 명목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이승만 정부에 몸담았던 사람들의 대부분이 친일 경력자이기 때문에 사실상 '친일 정권'이나 다름없었다. 따라서 이승만 정권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면 친일자들도 면죄부를 받는 셈이다."

김 교수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반대 세력을 응징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믿는 미국 근본주의 기독교의 논리가 뉴라이트에도 깔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일부 교계 지도자들이 뉴라이트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고 봤다.

역사 청산 작업에 무관심 내지는 부정적인 태도를 일관해온 한국 교회가 앞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냐는 질문에, 김 교수는 독일 교회와 일본 교회를 예로 들었다.

"독일 교회는 1954년대부터 지금까지 50년 동안 '화해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교회가 모금을 해서 독일 인근 국가(프랑스, 체코 등)에 있는 피해자를 찾아다니며 사죄하고, 보상하고, 위로했다. 유대인 학살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교회가 앞장서서 했던 것이다. 일본 교회도 마찬가지다. 정신대 할머니나 식민지 피해자들에 대해서 제일 앞장서서 돕는 사람들이 일본 교회다. 일본 교회가 일본의 양심을 대표하고 있는 거다. 독일 교회와 일본 교회를 보면 한국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할지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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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den 2011-08-27 16:55:04
This info is the cat's pajma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