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 총장·글렌 스테슨 교수, 빈 라덴 사살 놓고 토론
마우 총장·글렌 스테슨 교수, 빈 라덴 사살 놓고 토론
  • 김성회
  • 승인 2011.05.1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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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 "무슬림 위해 기도하라", 글렌 "복수는 하나님 몫"

지난 5월 11일 풀러신학교에서 리처드 마우 총장과 글랜 스테슨 교수가 최근 있었던 빈 라덴 사살을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행사는 풀러평화와정의지지모임(Feller's Peace and Justice Advocates: PJA)에서 주최했으며 학생 등 100여 명이 참가했다.
 

   
 
  ▲ 리처드 마우 총장. ⓒ 미주뉴스앤조이  
 
마우 총장은 인사말을 통해 "사건 발생 직후 많은 언론에서 인터뷰를 요구했으나 거절해왔다. 그런데 풀러신학교에서 학생들이 부르는데 거절할 수는 없었다. 나는 여기서 월급을 받고 학생들과 대화하는 것이 직업이다(웃음)"며 운을 뗐다. 그는 "처음에 '좋은 소식이다'라고 생각"했고 그 뒤에 들려오는 "일부 기독교인들이 '이것은 기뻐할 만한 일은 아니다', '승리감에 도취되지 마라'고 했을 때 사실 좀 이상한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반대편 극단에서 'U.S.A! U.S.A!'를 외치며 백악관에 모여든 사람들이나 이 과잉애국주의를 보면서도 불편한 마음을 가실 수 없었다"고 했다.
 
마우 총장은 "둘 중 어느 쪽이냐고 묻는다면 승리감 쪽에 마음이 쏠린다"고 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이것은 좋은 소식이다. 이게 왜 좋은 소식인지를 생각해봤고 또한 이 소식이 신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해봤다"고 했다. 그는 다섯 가지의 영역에서 이 문제를 바라봤다고 했다.
 
"첫 번째는 우리가 승리감을 느끼는 이유가 이 사건 자체가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정의에 대한 우리의 정당하고도 깊은 열망을 보여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빈 라덴 방식의 테러에 의한 공포심을 자극하는 방식은 단지 '세상이 이대로는 안 돼'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도 일부분만 만족시킬 수 있는 방식이다. 반대로 '봤지? 미국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최고의 국가임이 증명 됐어'라고 하는 것도 정의를 복수로 왜곡하는 것이다." (리처드 마우 총장)
 
두 번째로 마우 총장은 "천국과 지옥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로브 벨의 이야기가 또 나오게 됐다"고 했다. 사람들이 '빈 라덴은 지옥에 가나요?'라고 묻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우 총장은 "물론이다. 풀러신학교의 신앙 고백서를 보면 '사악한 자는 영원히 하나님으로부터 격리될 것'이라고 나와 있다. 일부에서 내 신학과 내가 로브 벨의 책을 추천한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데, 빈 라덴은 회개하지 않은 악인이며 영원토록 하나님과 떨어져있도록 저주받았다고 믿는다"고 했다. 마우 총장은 오사마 빈 라덴을 언급하며 "오바마" 빈 라덴이라고 반복적으로 실수를 해 결국 학생이 지적을 하기도 했다.
 
빈 라덴도 회개했었으면 천국행?

마우 총장은 카를 로버츠 교수(베플신학교)가 "오사마 빈 라덴은 천국에 있을까?"라는 글에 대해 언급했다. 카를 교수는 "만일 사건 전날 빈 라덴이 신약을 읽고 회개하고 예수를 구주로 영접했다면 그는 천국에 있지 않았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소개했다. 마우 총장은 "복음주의자라면 그가 천국에 갈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로버츠 교수의 글을 읽기 직전에 마우 총장은 예배 때 부를 찬송으로 "큰일들을 이루신 하나님께"를 골랐다고 했다. 그는  "'최악의 범죄자도 예수를 믿는다면 그 순간 구원을 받네'라는 이 구절을 정말 믿는가"하고 청중들에게 되물었다.
 
"빈 라덴이 죽기 10분 전에라도 회개를 했다면 천국에 갔을 것이다. 나는 내 마음(heart)을 다해 그것을 사실이라 믿는다. 하지만 내 감정(emotion)과 생각(mind)은 그런 생각에 동의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리처드 마우 총장)
 
마우 총장은 다른 사람을 협박하는 자들에 대한 정의 구현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우 총장은 "폭력-비폭력의 이분법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는 힘들어졌다. 테러리즘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질문은 '이 복잡한 관계에 얽힌 세상에서 정의를 추구하는 일을 어떻게 하면 계속 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고 했다.
 
그는 또한 기독교인과 이슬람교도들 사이의 관계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많은 무슬림들이 무슬림과 빈 라덴을 동일시하는 사람들로부터 가해져 올 폭력  때문에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 역시 직시해야 한다. 이제 우리 역시 무슬림을 걱정하고 있고, 그들을  위해 기도할 때다. 무슬림 아이가 단지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맞고 있다면 지금이야 말로 우리가 그들을 보호해줘야 할 때가 아닌가." (리처드 마우 총장)
 
빈 라덴의 사살이 아닌 예수의 속죄

마지막으로 마우 총장은 신학생들의 역할에 대해 언급했다. 빈 라덴의 죽음에 대해 구원론적인 입장과 종말 신학(eschatology)적 입장에서 이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마우 총장은 "빈 라덴을 죽이는 것으로 그의 죄를 속죄할 수는 없다. 오로지 한 사람의 죽음,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만이 속죄의 힘을 가진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그런 식의 복수에 목말라할 필요가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미 주님을 통해 채워지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종말 신학(eschatology)의 입장에 대해서 그는 "모든 일은 예수의 재림 후에야 완벽해질 것이다. 하나님나라의 도래에 의해 평화를 불러오실 주님이 오실 때가 반드시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 달라"고 당부했다.
 
글랜 스테슨 교수(풀러신학교, 기독교 윤리학)는 "빈 라덴은 무슬림의 지도자가 아니라 수많은 무슬림을 학살한 범인이다. 그가 죽인 무슬림의 숫자는 뉴욕에서 희생당한 3,000명 보다 더 많다. 또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지난 몇 달간 중동에서 불어오는 민주화 운동의 바람이다.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비폭력 직접 행동은 오사마 빈 라덴 같은 무리들의 설 땅을 더 좁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원수는 하나님이 갚아주시는 것

그는 오사마 빈 라덴을 무슬림 전체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며 "오사마 빈 라덴은 개인이 아니다. 그는 테러리즘의 심벌이었고, 테러리즘은 여하한 목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우리의 문제는 사실상 오사마 빈 라덴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테러리즘을 감소시킬까에 있었다" 며 실질적 해결책을 논의하자고 했다.
 

   
 
  ▲ 글렌 스테슨 교수.  
 
"난 길거리에서 'U.S.A! U.S.A!'를 외치는 사람들에게 공감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화가 난 사람도 아니다. 여태 우리가 겪은 일을 생각하면 그 정도 반응은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나는 그들 중 하나는 아니었다.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고 주께서 말씀하시니라.'(롬 12:19) 하나님께서 원수를 갚아주시니 내 일은 그게 아니다. 그러니 나는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복수를 기뻐하고 싶지는 않다." (글랜 스테슨 교수)
 
스테슨 교수는 "비폭력 평화 운동으로 테러리즘을 어떻게 감소시킬까에 나는 더 관심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비폭력 직접 행동을 지지 지원하는 일이다. 지금 중동 민주화 운동이 좋은 예다. 두 번째는 독립적 자주성의 보장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독립적 자주성을 보장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탄압이 테러리스트 모집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라며 두 가지를 지적했다.
 
스테슨 교수는 미국에 대한 비판도 거침없이 했다.
 
"미국은 제네바 협정을 무시하고 물고문을 하고 있다. 2003년의 일이라고 덮자는 사람도 있다. 통계를 하나 보자. 이라크 전쟁을 시작한 2003년 전 세계 테러리스트 사건은 208건이었다. 2004년에는 3,168건, 그 다음 해에는 1만 1,000건, 그 다음 해에는 1만4,000건으로 늘어났다. 고문은 분노만 키웠을 뿐이다. 고문은 또 다를 테러리스트를 모집하는 도구로 사용 됐다. 이 통계는 미 통계청 자료다." (글랜 스테슨 교수)
 
스테슨 교수는 "우리 자신의 참회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했다.
 
이어서 학생들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한 학생은 "오사마가 쓰러졌다고 했을 때 난 '잘 된 일(good deal)'이라고 생각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나와서 3,000명의 희생자를 언급하며 '정의가 완수됐다'고 하는 것을 봤다. 난 수 천명의 사람들이 미국 정부의 이익을 위해  CIA 공작에 죽어 나갔고, 미국의 외교 정책에 의해 군사력과 CIA를 동원해 다른 나라를 착취해왔다. 어쩌면 우리가 더 먹을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덜 먹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국가 권력이 결국 테러리즘을 키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직면해야할 때"라고 언급했다.
 
이라크 전쟁과 중동 복음의 상관관계

글랜 스테슨 교수는 "우리가 어느 곳엔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의와 분쟁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정의로운 평화만들기의 과정이라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우리는 회개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건방진 태도는 다른 나라와의 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테러리즘이 악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데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마우 총장은 "학생 의견에 공감한다. 이라크 전쟁도 정의로운 전쟁이라는 명분하에 시작했다. 우리는 신학자로서 '이라크 전쟁이 중동 지역 복음에 무슨 영향을 미쳤나'라는 아무도 묻지 않은 질문을 해야 한다. 먼저 말 할 수 있는 것은 이라크 전쟁으로 이라크 내 기독교 공동체가 붕괴됐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스테슨 교수도 동의했다. 마우 총장은 "이집트 민주화와 복음의 상관관계도 물어야 한다. 우리가 아니면 누가 생각해보겠나"라고 했다.
 
다른 학생은 "무슬림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마우 총장은 "수많은 무슬림 지도자들이 테러리즘을 비난하고 있지만 이들의 목소리가 묻히고 있다. 우리가 그들의 목소리를 옮겨야 한다. 미국에 살고 있는 무슬림들은 다른 사람들의 접근을 두려워하고 있고, 무슬림 근본주의자의 접근도 두려워한다. 9.11때 '무엇을 할 때인가'라는 전화를 받고 나는 바로 LA에 있는 모스크에 전화를 걸어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지금 같이 어려운 때 그들에게 다가가 함께 기도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슬림들에게 기독교 공동체가 특히 복음주의권이 그들과 함께 한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다른 학생은 글랜 스테슨 교수에게 "정의로운 평화만들기를 주장하는 입장에서 살상 무기 사용을 여하한 경우에라도 허용하는 것이 정당한가"라고 질문했다. 
 
"이혼해도 괜찮냐는 질문만큼 항상 토론이 벌어지는 주제라고 본다. 우리는 그런 부부에게 이혼이 괜찮은 것인지 아닌지를 가지고 토론하게 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춘다. 정의로운 평화만들기는 마우 총장 같은 정의로운 전쟁주의자 (Just war theorist)와 나 같은 평화주의자(pacifist)가 함께 모여 있다. 우리의 공통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전쟁을 예방할 수 있을까이다. 만약 오사마 빈 라덴을 우리가 체포해서 이슬람 국가에서 재판을 받게 했다면 지금 미국이 받고 있는 모든 비난을 받을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글렌 스테슨 교수)

무슬림 친구들을 위해 기도하라
 
다른 학생은 "연단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설교하는 것이 옳았을 것이라고 보나"라고 질문했다.
 
스테슨 교수는 "내가 설교를 했다면 아마 길거리에서 축포를 쐈던 사람들을 비난하면서 시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10년간 받아왔을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그 정도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본다. 하지만 원수를 갚는 것은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켰을 것이다. 악을 제압하기 위해 우리가 악을 쓰는 것은 옳지 않다. '선으로 악을 이기라(롬 12:21)'을 상기하라"고 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 빈 라덴도 회개했었어야 한다는 사실, 회개를 했다면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교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성경에 기초한 확고한 사실을 알리고 교인들이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하지 않겠나. 이것이 교육이다. 설교로 모든 것을 선언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한다. 두 번째로는 무슬림 친구들을 위해 기도하라고 권하고 싶다. 다음 주 설교 때 모든 목사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슬림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권한다면 얼마나 좋겠나. 그러한 우리의 마음을 무슬림들이 알게 되면 우리에게 더 마음을 열고 예수에 대해 함께 말해볼 기회가 생기지 않겠나. 세 번째는 무슬림 지도자들을 초대해서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에 대한 그들의 반응을 들어보는 것이다. " (리처드 마우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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