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그물로 폭력을 묶어라'
'평화의 그물로 폭력을 묶어라'
  • 박지호
  • 승인 2011.06.03 13:5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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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포럼', 갈등과 폭력이 만연한 시대, 교회의 담론은?

포레스트믿음장로교회(조원태 목사)가 5월 31일, 제1회 평화포럼을 열고 예수의 생명과 평화를 이야기했다. 이번 평화포럼은 세계 기독교계 평화운동의 동향을 그려보며, 갈등과 폭력이 만연한 시대에 교회가 붙들어야 할 평화의 담론은 어떤 것인지, 평화적 담론을 실천하기 위해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포레스트믿음장로교회에서 열린 이번 포럼에서 아시아태평양생명학연구원 원장인 김용복 박사(전 한일신학교 총장)가 기조 강연을 했고, 김기석 교수(성공회대학교)와 배근주 교수(데니슨대학교)가 논찬했다. 강연과 논찬이 끝난 뒤에는 한국기독교평화연구소의 정지석 소장의 사회로 전체 대화 모임이 이어졌다.   

   
 
  ▲ 기조 강연을 한 아시아태평양생명학연구원 원장인 김용복 박사(전 한일신학교 총장).  
 
김 박사는 2011년 자메이카세계평화대회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세계 기독교의 평화운동의 동향부터 짚었다. (아래 박스 기사 참조) '세계 기독교의 생명 평화 동향'이라는 제목으로 기조 발제한 김 박사는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의 중요성부터 강조했다.

"작년에 팔레스타인에 들렀다 갈릴리 바다에 갔는데, 바다 한복판에서 들려오는 주님의 음성이 내면을 울렸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다르다'하는 예수님의 말씀이다. 평화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생각하고 글을 써왔지만, 예수님으로부터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처음으로 느꼈다. 평화를 만드는 사람, 이것이 모든 기독교인의 핵심적인 자의식이 되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럼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평화는 무엇인가. 김 박사는 팍스 로마나의 평화와 대조했다. 위에서부터 군대에 의해 유지되는 평화가 아닌 평화를 만드는 영적인 힘이 추동하는 예수의 평화가 진정한 평화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평화적 담론은 민간적인 차원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김 박사는 강조했다.

"평화의 담론은 반드시 폭력과 전쟁으로 희생당하는 그러한 생명체와 인간으로부터 출발해야 그 평화가 진정한 평화가 될 수 있다. 닉슨은 '참 평화라는 것은 이 세상에 없으며 힘에 의한 평화만 가능하다'고 말해 참 평화를 비웃었다. 미국처럼 거대한 군사력을 힘을 가져야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닉슨의 담론은 예수의 평화와 다른 담론이다.

우리가 찾아야 하는 새로운 평화의 담론은 어떤 것인가. 강대 세력에 의해서 억눌린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말해야 진정한 평화다.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이 주장하는 평화는 우리 민족의 평화일 수 없다. 우리 민족이 주장하고 찾는 그 새로운 평화의 담론이야 말로 거대한 제국들이 만든 담론을 깨뜨리고 새로운 비전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김 박사는 팔레스타인과 중동과 동북아시아의 연관 관계에 주목했다. 예수가 가졌던 평화의 비전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중동이라는 것이다. 중동의 지정학적인 강대국의 구조가 동북아 지역과 아주 유사하다는 것이다. 또 우리 민족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강대국에 둘러싸여 고통을 당하면서 민족 문화와 철학을 통해서 평화의 새로운 비전을 논의해 왔다는 점도 언급했다.

   
 
  ▲ 왼쪽부터 배근주 교수, 김용복 박사, 정지석 박사, 김기석 교수.  
 
그럼 교회와 가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 김 박사는 "답은 분명하다"고 말하며 개별 교회들이  '평화 교회'를 선언하고 평화 교육에 집중하라고 제안했다.

"동독 교회들이 평화 교회를 선언하고 실천했다. 평화 교회로 선언하면 성서를 연구하면서 사회의 폭력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가정에서 대화할 때 어떻게 평화로운 대화를 할 것인가. 어떻게 학생들을 평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기를 것인가, 다양한 사회적 갈등 속에서 어떻게 피스메이커가 될 것인가 하는 점들을 고민하면서 신앙적인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김 박사는 이를 '피스 페다고지'(페다고지란 헬라어 합성어로 교육을 뜻함)라고 명명하고 평화 교육학이라고 설명했다. 평화를 교육하는 것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평화로움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폭력의 불편함을 자각하는 감성적인 교육부터 시작하라고 제안했다.

김 박사는 교회뿐 아니라, 신학교에서도 평화 선교와 평화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폭력을 무력화시킬 평화의 그물망을 넓혀가라고 말했다.

"지역에서뿐 아니라 제국이 지배하는 모든 차원에서 평화의 그물망을 만들어야 한다. 평화의 아름답고 부드러운 그물망으로 폭력적인 세력을 꽁꽁 묶어야 한다. 성경은 말한다. 아무리 힘이 센 공룡이라도 하나님 앞에서는 한 마리의 애완동물처럼 온순하게 행동한다고. 그렇게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품고."

   
 
  ▲ 데니슨대학교의 배근주 교수.  
 
평화를 위해 당신은 지금 무엇을?

이어 논찬을 맡은 배근주 교수가 논의를 더욱 구체화시켰다. 스스로를 엑스 세대 신학자이자, 여성 신학자로 규정한 배 교수는 전쟁이 반하나님적인 행위라는 것을 기독교인들이 철저히 자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는 생명의 종교다. 생명을 지키고 살리는 게 그리스도인 본연의 역할이다. 전쟁은 궁극적으로 서로를 죽이는 행위다. 인간은 하나님을 통해서 생명을 가진 존재다. 그 존재를 죽여 없애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철저히 반기독교적이면서 반생명적이고 반하나님적인 행위다."

배 교수는 또 전쟁 속에서 고통 받는 여성들의 삶을 대변하면서 평화의 담론에 여성이 경험한 경험을 포함시킬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미군이 주둔하면서 부대 주변에 기지촌이 생겼다. 전쟁이 일어나면, 남자는 전쟁에 나가고, 영웅으로 기억된다. 여성은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성폭력에 시달리게 되고, 생존을 위해서 윤락을 강요 당하고 적군에게 강간을 당하게 된다. 평화 담론에서 이런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 평화라는 것은 구체적인 실체가 있고 구체적인 사회에서 이루는 것이다. 억압받는 사람은 아이부터 노인도, 여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경험을 반영하면 평화 담론을 더욱 풍성해지지 않을까."

배 교수는 군사 무기가 환경오염을 동반하는 점을 언급하며, "군사무기로 인한 환경오염수치가 상상을 초월한다"고 지적했다. 전쟁으로 인해 여성의 몸, 동물들의 몸이 오염되고 있기 때문에 전쟁 이후의 기형아 문제, 환경 문제 등도 평화 담론가들이 놓치지 말아야 대목이라고 언급했다. 배 교수는 특히 미국 내 한인 가정이 자녀의 군 복무를 장려하는 경향에 대해 안타까움을 강하게 표현했다.

"한인 사회의 부모들이 다양한 혜택 때문인지 자녀들을 군대를 보내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전쟁터에서 방사능에 노출되거나, 군사 무기에 의해서 환경 호르몬에 오염되는 피해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 군인들이 본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정신질환, 암, 피부병 등의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제발 자녀들을 군 보내지 말아라. 군대 가려고 하거나 주변에서 보내려면 말려라."

배 교수는 일상에서의 평화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금 이 순간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찾으라며 3가지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에게 늘 하는 3가지 질문이 있다. 그 질문을 약간 바꿔서 묻는다면, 오늘 이야기한 평화를 이루기 위해 세계, 문화, 군사, 경제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변화를 위해 미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비전을 생각할 때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자문해보면 좋겠다."

   
 
  ▲ 성공회대학교의 김기석 교수.  
 
위기의 시대, 예수의 생명 평화 운동에서 길을 찾아라

두 번째 논찬을 맡은 김기석 교수는 생명과 평화가 말살될 위기에 처한 오늘날, 하나님나라의 비전의 초월성에서 평화적 담론을 찾았다.

"생명과 평화가 말살될 위기에 어떻게 할 것인가. 예수의 생명 평화는 하나님나라의 비전으로 구체화됐다. 어떤 특정한 그룹을 위한 비전이 아니다. 유대인이든, 로마인이든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로마의 보편주의와 유대인의 편파적인 민족주의를 초월하는 것이다. 고대주의의 권력에 의한 질서가 아니라 예수님이 주신 새로운 평화라고 생각했다. 예수는 로마 제국의 권력을 인정하지도, 유대 민족의 해방 투쟁을 선동하지도 않았다."

한인 디아스포라가 평화로운 지역공동체를 건설해나가는 비전을 꿈꾸고 확산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수를 체험한 초대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나라의 비전, 종말론적인 비전을 나누었던 공동체다. 이 공동체와 마찬가지로 한인 디아스포라가 전 세계에 1,000만 명이 흩어져 있다. 이 디아스포라가 바로 150년 전(일제강점기), 한반도의 그릇된 결정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만들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본다. 디아스포라들이 평화로운 지역공동체를 건설해나가는 비전을 꿈꾸고 확산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 이번 평화포럼을 주최한 포레스트믿음장로교회의 조원태 목사.  
 
두 번째 세션인 전체대화 모임에서는 다양한 질문과 의견이 오갔다. 군 입대 문제부터 핵과 유전자 조작 문제, 교회의 빈익빈부익부 현상, 교회가 존재하는 방식과 현대 과학 기술 문제까지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으며 열띤 논의를 이어갔다. 

"자기 교회 살찌우는 데만 매몰된 교회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이번 평화포럼을 준비했다는 조원태 목사는 평화포럼이 "하나님나라 운동을 하는 교회와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네트워크하는 데" 사용되길 기대했다.

자메이카평화대회로 본 세계 평화운동의 동향
 

김용복 박사는 2011년 자메이카세계평화대회(2011 IEPC PEACE CONVOCATION)를 전 세계의 기독교인들이 작은 평화 이야기들을 엮어 만든 아름다운 모자이크였다고 평가했다. 5월 17일부터 25일까지 자메이카에서 열린 자메이카세계평화대회는 The World Council of Churches (WCC)가 지난 10여 년간 진행한 DOV(Decade to Overcome Violence) 프로그램을 평가하고,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평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번 대회에 세계 각 대륙의 교회와 지역 대표 1,000여 명이 모였다.

김 박사는 "평화를 성취하기 위한 신앙과 교회의 입장과 방안을 찾는 노력을 기울이는 자리였다"고 이번 행사의 의미를 부였다.

"유엔처럼 국가 간의 거대한 갈등과 폭력을 이야기하는 자리라기보다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분쟁과 폭력의 현장에서 어떻게 평화를 만들 것인가 하는 경험담을 가지고 와서 나누는 풍요로운 대회였다. 이 대회의 특징은 한마디로 작은 경험들, 지역의 귀중한 보석들을 모아서 커다란 찬란한 공원을 만드는 아름다운 회의였다." (김용복)

   
 
  ▲ 포레스트믿음장로교회에서 열린 제1회 평화포럼에는 4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 교회에서 이번 평화대회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기독교장로회, 생명학연구원 세 단체가 참여했다. 한국교회협의회는 '한반도 평화와 민족 통일'을 부각시키고, 기독교장로회에서는 '정전협정'이 아닌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김용복 박사가 참여한 생명학연구원은 '핵 없는 세상'을 주제로 워크숍을 주관했다. 김 박사는 크게 4가지로 이번 평화 대회를 정리했다.

"첫째, 이번 대회에서 비폭력을 강조하는 역사적 평화교회의 주장이 상당히 부각됐다. 주제 강연을 한 폴 오에스트리커(Paul Oestreicher)의 주제 강연은 그 어떤 역사적 평화교회에서 주장보다 가장 강력하고 심오했다. 아마도 이 대목이 이번 대회의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한다. 평화 교회의 비폭력 주장을 어떻게 심화하고 확장할 것인가 하는 것에 기독교 평화 운동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둘째, 땅과의 평화다. 일반적인 생태 문제에 관한 논의다. 일본에서 벌어졌던 후쿠시마 원전 사태, 지구 온난화, 자원의 착취 문제 등을 통해 지구 자체의 상생 질서를 파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게 됐다. 지구온난화 문제와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부각됐지만, 그리 인상적이지는 못했다.

셋째는 시장에서의 평화다. 적자생존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돈을 무한대로 벌고, 다른 사람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상대방이 망해도 나만 이익을 보면 된다는 세상이다. 마음대로 착취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평화를 논할 것인가. 신자유주의 시장 질서라는 것이 평화와 공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열띤 토론이 있었다.

넷째, 민족 간의 평화였다. 개인적으로 약하다고 평가했다. 지역에서 밑에서부터의 평화운동을 강조하다 보면 거대담론, 구조적 문제를 약하게 다루게 된다. 사실상 전쟁으로 고통당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전쟁과 평화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으면 평화를 온전히 이룰 수 없다는 강력한 주장도 나왔다."

김 박사는 평화적 담론을 핵 문제로 구체화시켰다. 그래서 이번 평화대회에서도 핵 없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주관하기도 했다. 김 박사는 핵을 반대하는 것이 신앙 고백적 차원으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말하며,  핵무기의 생산과 배치와 사용은 하나님이 창조한 생명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핵이야말로 하나님을 대적하는 것이라는 신앙고백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핵 문제를 다룰 수 없다. 핵은 인간의 존재, 생명체의 존재와 공존할 수 없고 공존해서 안 되는 것이다. 있어서 안 될 것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핵통제조약이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오바마도 다른 방법으로 핵을 확산시키고 있다. 과학 기술력으로 성능이 우수한 핵을 만들고, 대통령이 명령하지 않고 일선 장군이 사용 명령 가능한 핵을 만들어서 보급하려 한다. 또 이 핵을 동맹국에 나누어주면서 사용하도록 권장하기도 한다. 이것이야말로 또 다른 형태의 핵 확산이 아니고 무엇인가."

   
 
  ▲ 제1회 평화포럼의 참석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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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2011-06-08 12:21:09
좋은 글 감사합니다.

atom 2011-06-08 04:00:10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이 시대에 몇 남지 않은 귀한 '남은자들'로 여겨집니다. 모쪼록 이 모임이 지속되기를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