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기독교인이 말하는 ‘원수 사랑’
팔레스타인 기독교인이 말하는 ‘원수 사랑’
  • 사미 아와드
  • 승인 2011.06.06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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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미 아와드, “원수라는 이름표를 뗄 때까지 사랑하라”

군사 점령지에 살며 적군으로부터 멸시당하고 압박당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이 "네 원수를 사랑하라"는 하나님 말씀을 과연 생각이나 해볼 수 있을까? 그의 가족과 친구와 이웃에게도 "원수를 사랑하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런 도전적인 메시지는 젊은 랍비인 예수가 "산상수훈"에서 우리에게 던진 질문이다.

물론 예수가 우리에게 원수와 평화를 만들도록 제안했을 수는 있다. 또는 평화 조약 체결을 위해서 협상에 나서보라고 했었을 수도 있다. 예수가 우리에게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해보라고 권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예수의 발언은 그 당시 로마 제국으로부터 고통받고 있던 유대인들에게는 충격적인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예수는 한 발 더 나가자고 유대인들에게 간청했다. 적을 "사랑"하자고 한 것이다. 예수를 따르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예수는 "사랑"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나는 역사를 공부하며 내가 살고 있는 이 팔레스타인이 로마 점령 시절과 비슷하다는 것을 좀 더 정확하게 알게 됐다. 그 당시 유대인들은 살던 땅에서 쫓겨났고 재산을 몰수당했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고 노예가 됐으며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그들의 적인 로마 군인의 손에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슬프게도 많은 유대 종교 지도자들과 정치 지도자들은 로마 권력에 투항하여 그들의 명령에 복종하는 타락한 신세가 되어 있었다.

   
 
  ▲ 홀리랜드트러스트와 국경없는음악인들이 함께 팔레스타인 아이들을 대상으로 음악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출처 : 홀리랜드트러스트)  
 
이렇게 보면 팔레스타인의 현재 역사가 2000년 전의 상황과 병치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수의 말을 처음 들었던 사람들이 살던 때처럼, 나 역시 군사 점령지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나는 이러한 상황이 가져온 고통과 상실을 직접 목격했다. 팔레스타인인의 한 사람으로 나는 잔학함과 학대에 대한 이야기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나눌 수 있다. 나는 두려움과 비탄이 얼마나 빠르게 분노와 원한으로 바뀔 수 있는지 설명할 수 있다.

각설하고, 서방 세계 사람들의 눈으로 보기에 나 같은 아랍 사람이 복음적인 기독교 가정에서 나고 자랐다는 사실이 신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난 우리 가문의 기독교 "개종"이 2000년 전 성령강림일에 일어났으리라 생각하고 있다. 어떤 선교사에 의한 개종이 아니었으리라. 베들레헴에서 자란 소년인 나는 매주 주일이면 교회를 다녔고 매주 금요일에 주일학교를 출석했다. 펜실베니아 주의 베들레헴 시나 텍사스 주의 팔레스타인 시의 평범한 기독교 가정의 아이처럼 나도 성령 충만한 문화 안에서 신앙 생활에 몰두해 왔다.

내가 성경의 이야기들을 배우는 동안, 내 일상의 현실과 경험들은 나를 이스라엘 군인들과 그 주변의 모든 것들을 미워하는 아이로 자라도록 가르쳤다. 이러한 증오는 나의 믿음과 내 가족과 학교로부터 배운 것은 아니었다. 그건 내가 배워가는 인생의 교훈들이었다.

모든 것은 내 삼촌이 1980년대 초반 미국으로부터 돌아와 "비폭력연구팔레스타인센터, 베들레헴"을 설립하면서부터 바뀌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분노와 증오를 돌릴 자리를 드디어 찾았던 것이다. 나는 그 이후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하고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과 군사 행동에 수많은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동참을 해왔다. 접전 지역에 올리브 나무를 심기도 했고, 팔레스타인 국기 색깔에 맞춰 풍선을 준비해 아이들과 거리 축제를 열기도 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삼촌의 비폭력 저항 노력을 참지 못하고 강제 출국 조치시킨 후 난 이 일에 내 자신을 바치기로 결심했었다. 그때 내 나이 열여섯이었다.

그 후로 20년간 나는 팔레스타인과 해외에서 비폭력에 대해 가르치고 실천하고 공부하며 살아가고 있다. 나는 1998년 "홀리랜드트러스트(Holy Land Trust)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우리 모두가 "성스럽다"고 부르는 이 땅에 비폭력을 통해 평화와 좀 더 큰 인간애를 가져오기 위해 지은 이름이다. 우리 조직은 팔레스타인인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함께 자각 운동, 비폭력 프로그램 연수, 시위 주도 등의 일을 해가고 있다. 이스라엘의 유대인을 포함한 많은 국제적인 지원도 받고 있다.

나는 자라면서 산상수훈을 듣고 배웠다. 그렇게 배우면서 산상수훈 말씀대로 사는 것은 또 다른 의미와 목적을 만들어냈다. 처음으로 내가 "원수를 사랑하기" 위해 한 일은 하나님으로부터 사랑받는 내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일이었다. 내 안의 두려움과 미움을 깨기 위해서 거쳐야 할 절차였다. 내 주변을 둘러싼 억압의 기운에 눌려 나 자신을 희생자로 전락시키고 동정을 구하는 일을 이 과정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

   
 
  ▲ 사미 아와드. (출처 : 홀리랜드트러스트)  
 
이런 과정을 통해 나는 내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어졌음을 깨닫게 되었다. 어떤 사람을 마주칠 때 그 사람의 성장 환경과 전통과 경험과 트라우마와 여러 가지 추측으로 그 사람을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하나님이 창조하신 진짜 우리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핵심적인 자아의 공통점은 정치나 이데올로기나 심지어 종교 단체 안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의 인간성 안에 있는 것이다.

예수를 따르는 사람으로 나는 말하고 싶다. 억압받는 자들에게 자유와 치유의 과정을 제공해야 한다. 억압하는 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치유를 제공해야 한다. "원수를 사랑한다"는 것의 궁극적인 형태는 "원수"라는 이름표를 떼어 내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당신의 인간애를 깨닫고 느낄 수 있도록 사랑을 보여줘야 한다. 이게 당신의 원수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이 과정을 통해 당신이 그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사미 아와드 / 홀리랜드트러스트 사무총장 · 번역 / 김성회 기자

새미 아와드 사무총장 인터뷰, <베들레헴의 작은 마을(Little Town of Bethlehem)>

This article's original link is below. We translated upon Sami Awad's permission.
http://www.huffingtonpost.com/sami-awad/love-your-enemy-really_b_8681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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