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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답지 않은 목사, 교회답지 않은 교회.' 욕처럼 들릴지도 모르는 말이지만 노진산 목사(뉴욕 믿음으로사는교회 담임)는 찬사로 여긴다. 고개를 갸우뚱거릴 일도 아닌 것이 오늘날 '교회'와 '목사'라는 단어가 진리를 추구하는 존재라기보다 교세 확장을 위한 종교단체와 경영자라는 이미지가 강해진 탓이다. "교회다우면, 목사다우면 부끄러운 시대가 돼버렸다"는 노진산 목사의 탄식도 여기서 나왔다.
'믿음으로'… 무엇을? ▲ 믿음으로사는교회 노진산 목사. ⓒ 미주뉴스앤조이
성경이 우상이라고 비판한 맘몬을 오늘날 교회는 노골적으로 사랑하라고 가르치고, 더 많이 심으면 더 거둘 수 있다며 헌금을 강요한다. '긍정의 힘'이란 사이비적 요소를 들여와 믿음의 내용보다 믿음의 강도를 앞세운다. 성경이 말한 것에 집중하기보다 자신이 믿고 싶은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노진산 목사가 '믿음의 대상과 내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 '무사할 줄 믿쓉니다' 하고 제 아무리 간절하고 크게 외쳐도 목숨을 건지기 힘들 것이다. 절벽에서 밧줄을 붙드는 것이 믿음이듯, 교회와 성도는 예수 그리스도를 붙잡아야 한다. 오늘날 교회는 얼마나 열심히, 세게 믿는가 하는 '믿음의 세기'는 강조하지만 누구를, 무엇을 믿을 것인가 하는 '믿음의 대상과 내용'은 강조하지 않는다. N.T. 라이트라는 신학자도 '믿음의 크기만 이야기하는데 하나님의 크기는 이야기 안 한다'고 꼬집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노진산 목사)
노진산 목사는 "기독교의 가장 기본적인 복음의 자유를 누리는 교회"를 믿음으로사는교회의 가장 첫 번째 정체성으로 꼽았다. 성경적 교리, 기독교적 전통 등을 거부하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그는 오히려 '복음 중심적 설교'에서 대안을 찾는다. 그리스도 중심적 성서 해석을 통해 교인들의 마음에 있는 우상을 지적한다.
"우상은 우리에게 한 번도 희생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희생을 요구할 뿐이다. 팀 켈러 목사는 우상을 '좋은 것을 절대적으로 만드는 것'으로 정의했다. 우상은 우리를 계속 채찍질하고 절을 하도록 만든다. 우리에게 희생을 요구하지만 우상은 우리를 위해 희생하지 않는다. 명예, 물질, 권력, 쾌락에 우리 모두 한 눈을 팔고 있다. 그것들은 우리에게 만족을 주지 않고 이용하고 착취한다. 우상에 노예가 되어 착취당하는 우리를 예수 그리스도가 대신 값을 지불하고 자유케 한 것이다. 그것이 복음이고, 예수의 사랑이다." (노진산 목사)
개척, 리디머교회 → LFCC →믿음으로사는교회 ▲ 믿음으로사는교회. ⓒ 미주뉴스앤조이
"교회를 하나님나라를 실현하는 가장 큰 도구로 본다"는 점에서 리디머교회의 팀 켈러 목사와 노진산 목사의 생각이 일치한다. 그래서일까. 11년 전 팀 켈러 목사가 시무하는 리디머교회(Redeemer Presbyterian Church)가 플러싱 지역에 노진산 목사를 파송해 LFCC(Living Faith Community Church)를 개척했다. LFCC는 11년간 다민족 사회인 퀸즈 지역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인종이 모이는 교회로 성장했다.
안정적인 사역기에 접어든 LFCC는 리디머교회가 했던 것처럼 또 다시 노진산 목사를 파송해 1세 한어권 교회인 믿음으로사는교회를 개척했다. 물적·인적 자원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1세 한인 교회가 2세 교회를 세웠다는 소식은 어렵잖게 들을 수 있지만, 믿음으로사는교회는 아시안계 미국인 2세 교회가 1세 한인 교회를 개척한 경우다. 믿음으로사는교회도 "교회 개척에 대한 사명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핵심가치 중 한 가지로 꼽으면서 "예수의 선교 명령에 따라 항상 교회 개척을 염두에 두고 사역한다"고 말한다.
▲ 언약교인 교육을 하고 있는 믿음으로사는교회. ⓒ 믿음으로사는교회 | ||
"한인 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하다 영어권 교회를 개척하고 줄곧 목회하면서 한인 교회도 이렇게 목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성공과 교회 성장 위주가 아닌 재미있고, 내실 있는 목회 말이다." (노진산 목사)
▲ 믿음으로사는교회 김성민 전임목사. | ||
…사는교회, 어떻게?
작은 교회만이 누릴 수 있는 유익한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인들이 작은 교회를 부담스러워하는 이유가 있다. 작은 개척 교회가 대형 교회 흉내를 내면서 성장을 위해 교인들을 볶아대고 온갖 프로그램을 돌리며 교인들을 사역에 동원하기 때문이다.
노진산 목사는 "공동체 안에서 복음을 적용하고 나누는 법을 배우면서 이루어지도록 공동체를 기반으로 사역하되, 종교 활동보다 신앙생활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직분의 권위로 형성된 위계질서보다" 서로의 신뢰와 격려로 유지되는 가족 같은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또 "섬김과 봉사가 짐이 되지 않도록" 형편에 맞게 교회 살림을 꾸려가고, 무엇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보다 '우리가 누구인가' 하는 정체성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고 노진산 목사는 말했다. 다만 멤버십을 가진 언약교인이 되면 여러 가지 교회 사역과 살림에 책임을 가지고 참여하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사역은 각 팀의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창의적으로 사역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재정은 담당 집사가 관리하고 목회자는 관여하지 않도록 했다.
▲ 청년들을 위해 개최한 '재즈와 함께하는 젊은 음악회' ⓒ 믿음으로사는교회 | ||
김성민 목사가 부임하면서 사역의 범위가 더욱 넓어졌다. 믿음으로사는교회는 복음에 대한 강조를 지역사회로 넓혀 연결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이제 갓 첫돌을 지났지만 그동안 뉴욕 지역의 젊은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했다. 진로와 이성 문제로 고민하는 청년들을 위해 세미나를 열고, 기독교 문화를 만들어가는 창조적인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재즈와 함께하는 젊은 음악회'를 개최했다.
김성민 목사는 "교회가 젊은이들에 대한 사역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봉사와 헌신만을 강조했는데 이들을 위해서 교회가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게 되었다"며 청년 사역에 관심을 쏟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 믿음으로사는교회가 진행했던 청년신앙강좌. ⓒ 믿음으로사는교회 | ||
"우상은 우리에게 한 번도 희생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희생을 요구할 뿐이다. 팀 켈러 목사는 우상을 '좋은 것을 절대적으로 만드는 것'으로 정의했다. 우상은 우리를 계속 채찍질하고 절을 하도록 만든다. 우리에게 희생을 요구하지만 우상은 우리를 위해 희생하지 않는다. 명예, 물질, 권력, 쾌락에 우리 모두 한 눈을 팔고 있다. 그것들은 우리에게 만족을 주지 않고 이용하고 착취한다. 우상에 노예가 되어 착취당하는 우리를 예수 그리스도가 대신 값을 지불하고 자유케 한 것이다. 그것이 복음이고, 예수의 사랑이다."
을 듣다보니... 제가 아는 어느 목사님이 문득 떠오르는군요... 교인들을 달달달달 볶아대는 목사님... 저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 교회 교인들이 하루속히 우상의 노예 상태에서 해방되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