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별, 식품이 '암 치료제'로 둔갑
또별, 식품이 '암 치료제'로 둔갑
  • 백정훈
  • 승인 2011.07.22 16: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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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화와 기쁜소식선교회, 그리고 박옥수 목사의 과장 광고

난소암 3기 판정을 받았던 고 김영희 씨는 항암 치료를 하는 대신 '또별'을 먹었다. 김 씨는 자술 동영상에서 "또별이 암 치료제인 줄 알았다"고 했다. (관련 기사 : 김 씨가 항암 치료를 거부한 까닭 ) 김 씨가 또별의 치료 효능을 의심하지 않았던 것은 또별에 식물 줄기세포가 들어 있다는 믿음과 기쁜소식선교회 박옥수 목사의 홍보 때문이다.

운화가 자랑하는 식물 줄기세포

줄기세포는 '여러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미분화 세포'를 가리킨다. 미분화된 세포이기 때문에 장기 복제를 하는 등 의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 현재 동물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는 활발한 상황이다. 2005년 논란이 불거진 황우석 교수의 실험도 동물 줄기세포에 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식물 줄기세포는 동물에 비해 분리·배양이 어렵다.   

   
 
  ▲ <네이처바이오테크놀로지>에 등록된 운화의 논문. 운화는 이 논문을 근거로 의약품을 대량생산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논문 내용으로 의약품 생산을 논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네이처바이오테크놀로지> 홈페이지 갈무리)  
 
그런데 운화는 식물 줄기세포 분리·배양이 자사의 주력 기술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운화는 2010년 10월 기자회견을 열어 <네이처바이오테크놀로지> 11월 호에 식물 줄기세포 분리·배양에 성공한 연구 논문이 실렸다고 발표했다. 운화와 영국 에딘버러대학 연구 팀이 공동 저자로 기재됐다. 논문 내용은 주먹나무의 줄기세포 분리·배양에 성공하고,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극소량의 택솔을 추출했다는 것이다. 운화 측은 이 논문을 근거로 항암제 등 유용한 약물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일하 교수(서울대 생명과학부)는 "논문 데이터가 조작되지 않았다면 운화가 성공한 줄기세포 분리·배양은 의미 있는 기술이다"고 했다. 그러나 논문 내용을 과대평가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논문에는 줄기세포의 대량생산과 관련된 언급이 없다. 줄기세포 분리·배양에 성공한 것과 암과 에이즈를 치료하는 의약품을 생산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고 했다.

운화는 또별에 식물 줄기세포가 들어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전해동 씨의 정보 공개 청구로 드러난 또별의 성분 중에는 줄기세포가 없다. 이에 대해 운화 관계자는 "식물 줄기세포 분리·배양 기술을 확보했다. 식품의약품안정청(식약청)에 줄기세포 성분을 표시할 수 있도록 허가를 요청했다"고 했다. 식약청이 허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줄기세포 성분이 들어 있다고 홍보한 것에 대해서는 "착오가 있는 것 같다. 관련 내용을 확인해 봐야 한다"고 했다.

선교회 탈퇴 교인들, "박 목사의 말은 하나님 말씀"

   
 
  ▲ 운화의 주장과 달리 또별로 암을 치료했다는 운화 관계자의 글이 선교회 소식지에 실렸다. (사진 제공 전해동)  
 
또 운화 측은 또별을 의약품으로 광고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선교회가 발행하는 월간지 <기쁜소식> 2006년 11월 호에는 '하나님이 보내신 선물 또별'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에서 운화 박재한 실장(전략지원실)은 "운화생명과학한의원(선교회가 운영하는 한의원)에서는 또별을 이용하여 백혈병, 뇌종양, 혈액암 등을 치료했다"고 했다. 또 황효정 원장(운화생명과학한의원)은 "또별은 어느 한 가지 암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암이든지 적용되고 부작용이 없다는 점도 놀랍다"고 했다.  

   
 
  ▲ 박옥수 목사는 2007년 8월 19일 설교에서 '또별'이 암을 고치는 획기적인 약이라고 설명했다. 또별에 대한 이런 홍보는 여러 해 동안 수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설교 동영상 갈무리)  
 
또별이 암·에이즈 치료제로 알려지는 데는 박옥수 목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박 목사는 또별을 '암을 고치는 획기적인 약'이라고 홍보했다. 2007년 8월 19일 설교에서 "우리가 암을 고치는 획기적인 약을 개발(한 것에 대해) 아무도 안 믿는다. 그렇지만 그것을(또별)을 먹는 사람들이 암이 깨끗하게 다 나았다는 게 나타나고, 그 약을 먹고 완벽하게 나은 사람들이 저희들 교회에 많이 있다"고 했다. 또 박 목사는 2010년 5월 23일 설교에서 "(신경에 염증이 생겨 거동이 불편한 학생에게) 너 이것(또별) 먹으라고 했다. 그 여학생이 또별을 먹으면서 그 다음날부터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선교회에서 탈퇴한 이들은 박옥수 목사의 말을 신성시하는 선교회 내부 분위기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에 선교회를 탈퇴한 최 아무개, 마 아무개 씨는 "선교회에서 박 목사의 말은 곧 하나님의 말씀이다. 2005년부터 박 목사가 또별을 암·에이즈 치료제로 선전했다. 이를 의심하는 교인들은 거의 없었다"고 했다.

또별은 의약품이 아닌 일반 식품이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의료 관련 광고를 하는 것과 일반 식품을 의약품으로 광고하는 것은 불법이다. 선교회 관계자는 "박옥수 목사는 또별의 효능에 대해 전해 들은 이야기를 설교에서 말했을 뿐"이라며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그리고 또별 논란과 관련해 "선교회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고 김영희 씨를 이용해서 선교회를 음해하고 있다"고 했다

백정훈 / 한국 <뉴스앤조이> 기자

* 한국 <뉴스앤조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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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ㅣㅣ 2011-07-24 03:16:18
목사가 나으라고 기도해 주겠다는 것은 믿어도, 뭐 먹으면 낫는다(더군다나 돈주고 사서 먹으라고)하는 것은 믿으면 안됩니다. 예수님께서 치료하실 때 어떤 행위를 하셨지만 상징적 의미지 치료 행위는 아니었으며, 돈을 받고 고쳐주신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목사는 의학의 전문가가 아닙니다. 영적 행위에 대해서는 몰라도 치료 행위에 대해서 의사의 말보다 목사의 말을 신뢰한다는 것은 넌센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