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을 위한, '만남'에 의한
'만남'을 위한, '만남'에 의한
  • 김성회·박지호·윤영석
  • 승인 2011.09.01 11: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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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신학생컨퍼런스 이모저모

진정한 공동체 회복을 꿈꾸는 신학생들과 목회자를 위해 <미주뉴스앤조이>가 마련한 제3회 신학생 멘토링 컨퍼런스(이하 컨퍼런스)의 화두는 '만남'이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신학생과 그 가족 등 총 73명이 8월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 동안 워싱턴디씨 둘레스힐튼에어포트호텔에서 모였다.

   
 
  ▲ 신학생 컨퍼런스 참석자들.  
 
"인생의 길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defining moments)'은 만남에서 온다"는 김영봉 목사의 고백처럼 삶과 목회의 길잡이를 만나는 시간이길 기대했다. 강사들과 충분히 교제할 수 있도록 참석 인원을 제한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멘토링’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면서 밀도 있는 만남을 유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제는 '신앙'과 '목회'였다. 먼저 고민했던 김영봉 목사와 이재철 목사에게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질문하며 고민의 깊이와 폭을 넓혀갔다. 시종일관 웃음소리와 진지한 대화가 이어졌다. 참석자들이 신학교와 목회 현장에서 느끼는 건강한 교회와 참된 목회에 대한 갈증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 매 강의가 끝난 후에는 강의 주제를 가지고 소그룹 모임을 가졌다.  
 
어쩌다 한국 교회가 이 지경이 됐을까, 회복될 방법은 없을까, 사회와 이웃에 무관심한 한국 교회 어떻게 해야 하나, 힘든 상황 속에서 하나님이 나와 함께하는 걸까, 교회의 갈등 과연 해결할 수 있을까, 목회의 본질은 무엇이고, 교회 성장에 관한 우리의 마음가짐은 어때야 하는가 등등의 현실 목회와 실존적인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 행사 전체를 준비한 황남덕 목사.  
 
올해 강의는 김영봉 목사와 이재철 목사가 절반씩 맡아 진행했다. 이전까지 어떤 특정한 주제를 두고 강연을 한 후 이에 대한 소그룹별 토론을 했다면 이번에는 참가자들에게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도록 강연 시간 전체를 질의와 응답에 배정하는 새로운 방법을 도입했다.

이러한 시도를 두고 한 참석자는 "평소 책을 통해 뵙고 싶었던 목회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는 평가와 "뭔가 한 가지 주제로 집중되었으면 좋았지 않겠냐"는 의견이 함께 제시됐다.
 
김영봉 목사와 이재철 목사는 현장에서 쏟아지는 신학생·목회자의 질문에 차분히 하나씩 대답했다. 때로는 함께 웃었고, 때로는 서로를 위해 함께 눈물을 쏟는 교감이 있었던 컨퍼런스였다.

매 차례의 강의가 끝나면 참가자들은 정해진 그룹으로 나뉘어 좀 더 깊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간혹 강의 내용과 동떨어진 대화가 오가기도 했지만 의미 있는 내용도 많았다. 그중 일부다.

= 컨퍼런스에 참여하면서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날카로운 질문들이 다시금 떠올랐다. 해답 없는 물음이 생길 때마다 생기는 불편함이다. 하지만 신앙은 질문하는 것이라는 김영봉 목사의 말씀이 하나의 답이 되었다. 불편하지만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 신앙이고 영성이라는 생각이다.

= 학부부터 유학하고 있는 지금까지 줄곧 신학공부만 했다. 성도들의 어려움과 삶의 정황을 공감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 목회자의 자녀로 자랐다. 어렸을 때부터 교회와 목회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었지만 늘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도무지 일어나면 안 되는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오늘날 한국 교회다. <뉴스앤조이> 기사를 보면서 균형을 잡으려고 하고 경각심을 가지려고 한다.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다가 어느 순간 (영적으로)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 참석자들은 소그룹 모임에서 강의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나눴다.  
 
= 내 개인의 욕망을 버리는 것이 참으로 힘들다. 하나님의 뜻이 나만을 위함이 아닌 모두를 위한, 공공의 선을 지향하는 데 도전을 받았다. 사견이지만 십자가의 고통 받는 예수 그리스도 없이 하나님의 뜻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

= 목회는 목적과 이유가 뚜렷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라고 했는데 사모로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는지 고민하게 되었고 많은 도전을 받았다.
 
올 신학생컨퍼런스는 어느 때보다 참석자의 배우자들의 참여도 활발했다. 둘째 날 있었던 가족 관광을 제외하곤 배우자들도 함께 강의에 참석했다. 와싱톤한인교회의 사역자와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을 맡아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이가 너무 어려 맡기기 어려운 가족의 경우는 컨퍼런스 뒤편에 유모차를 놓고 아이를 달래가며 강연자들의 말에 귀 기울였다.

   
 
  ▲ 컨퍼런스에 참석한 목회자 아내들의 요청으로 사모들의 모임이 이뤘졌다.  
 
기사로 다루지 못했지만 참석자들만 듣기엔 아까운 이야기도 많았다. 그중 하나가 목회자의 배우자로서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다. 컨퍼런스 현장에서 '목회자의 아내로서의 고민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자'는 제안이 즉석에서 나왔고, 이 자리에 김영봉 목사와 이재철 목사의 배우자인 도현주 씨와 정애주 씨가 참석해 대화를 이끌었다.

한 참석자는 "내가 생각하는 사모상과 교인들이 요구하는 사모상과 일치하지 않을 때 어떻게 극복하고 견딜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했다. 김영봉 목사의 부인인 도현주 씨가  목사의 부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교인들의 요구에 어느 정도까지 부응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했다. 

   
 
  ▲ 도현주 씨는 목회자의 아내로서 겪은 어려움을 참석자들과 나눴다.  
 
"하나님 아래서 자유로움이 무엇인지 많이 고민했다. 성도들의 요구를 어느 정도까지 받아 줄 것인가 생각하면서 주변의 요구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애쓴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면 할 수 없다고 정중하게 얘기하지만, 그런 자신감을 갖기가 정말 힘들었다. 하나님이 '사모보다 너 자신으로 있어라 교인들이 정말 필요하고 있다고 느낄 때 하지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 하지마라'라는 자신감의 메시지를 주셨다. 지금 교인들의 대부분이 대학원 이상이고, 박사이상도 되게 많고 처음에 정말 주눅 들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섬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섬김이 어떤 것일까 고민하다가, '미소가 좋다'는 말을 듣고, 웃는 것을 내 역할로 여겼다. 사모가 '그거 밖에 못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자긍심을 가지려고 한다." (도현주)

이재철 목사의 아내기도 하지만 홍성사 출판사의 대표이기도 한 정애주 씨도 목회자의 아내로서 느끼는 고민에 대해서 솔직히 털어놓았다. 정 씨는 교회에서 본인의 역할을 어머니로 규정했다.

"정말 좋은 그리스도인이면, 좋은 아내, 좋은 엄마, 이웃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교회에 가면 내가 엄마라고 생각한다. 자녀들을 키우다보면 마치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10살 많은 남자랑 사는 게 쉽지 않다.(웃음) 50살 차이나는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일도 마찬가지다. 그런 경험을 하다보니 교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소화할 수 있도록 변하더라. 그래서 삶의 질곡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누구든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마찬가지다 교회에서 어미의 마음으로 교인들을 품으려는 마음으로 한 사람, 한 사람 반기고 인사한다." (정애주)

   
 
  ▲ 사모들에게 '어머니의 마음'을 품으라고 조언한 정애주 대표.  
 
영성 관리를 어떻게 하냐는 물음도 나왔다. 목회자로부터 영적 충전을 받고 싶은데 남편이 목회자인 경우에 어떻게 하느냐는 물음이엇다. 정애주 씨는 남편에 의지하기보단 하나님을 바라보라고 조언했다.

"자기 신앙은 자기가 지켜야 한다. 영적인 것을 남편과 함께할 수 없다. 남자도 예수님에게 신부다. 각각 가는 인생길에 한 순간 동지로 사는 것이다. 같이 하면 같이 넘어질 수 있다. 불평에 머물지 말자. 장례식에서 삼베 베개를 관에 놓는다. 나는 이 베개를 볼 때 ‘진짜 쉰다, 그만 해도 된다’란 생각이 든다. 고달픈 인생, 하나님을 보며 열심히 가자." (정애주)

도현주 씨는 "가장 열렬한 팬이자, 가장 비판적인 야당"이라고 자신을 표현하며, 칭찬과 존경의 대상이기 쉬운 목회자 남편을 '비판적 지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남편에 대한 비판적 지지자다. 특히 설교에 대해서 비판하곤 한다. 남편의 심리상태를 아내인 내가 누구보다 잘 알기도 하고, 평신도의 관점에서 설교에 대한 평가하는 것이다. 주로 설교에 대해서 솔직하게 의견을 말한다. 대신 남들 앞에서는 가급적 삼가고, 개인적으로 비판한다. 남편이 잘 받아줘서 고맙다. 가장 열렬한 팬이면서 가장 비판적인 야당이 되려 한다." (도현주)

   
 
  ▲ 강석제 목사. (오타와한인교회 담임)  
 
2회 컨퍼런스에서 김영봉 목사는 설교를 준비 과정에서 "재검토를 할 때는 가능한 아내에게 들려주고 아내의 코멘트를 받는다"고 언급하며 "부부가 한 마음으로 목회하는 데 큰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설교를 재검토를 할 때는 가능한 아내에게 들려주고 아내의 코멘트를 받는다. 평신도의 관점에서 설교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고 주문한다. 결코 표적 설교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부지불식간에 누군가를 표적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무의식중에 어느 대상을 향한 내 정서가 반영되었을 때 아내는 그것을 예리하게 잡아낸다. 설교 준비에 굉장히 좋은 도움이 될뿐더러, 부부가 한 마음으로 목회하는 데 큰 보탬이 된다." (김영봉 목사, 2차 컨퍼런스 중)

기사로 다루지 못했지만 그냥 넘기기에 아까운 이야기는 참석자들에게서도 많이 나왔다. 2박 3일간의 짧고도 긴 일정을 마무리하는 폐회식에서 세 명의 참석자들이 컨퍼런스를 통해 느끼고 깨달은 점을 나눴다. <미주뉴스앤조이>가 하는 행사라서 참여하게 됐다는 강석제 목사(오타와한인교회 담임)는 감사의 말로 소감을 전했다.
 
"두 분(김영봉 목사와 이재철 목사)의 땀방울이 눈물과 핏방울이었음을 알게 되어 감사하다. '목사의 몸'이 되어가는 교회의 시대에서 복음의 교회, 그리스도의 교회가 무엇인지를 깨닫고 실천하려는 모습을 보고 듣게 되어 감사하다. 후배 목회자들을 향해 죽비를 내리쳐 주셔서 감사하고, 또 이들의 어두운 밤, 고난과 고통, 좌절과 배고픔, 염려와 시름 중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 두 분에게서 예수가 보이니 다행이고 감사하다. <미주뉴스앤조이>에게 이렇게 사랑방을 열고, 쉼의 여유를 허락해주며, 교회들을 향한 예언자의 목소리에 늘 감사하다." (강석제)
 

   
 
  ▲ 폐회식에서 컨퍼런스에 대한 소감을 나누고 있는 장정희 씨.  
 
목회자의 부인으로 컨퍼런스에 참가한 한 참석자는 "목회자의 아내로서 나의 정체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고 내 남편이 하나님을 이야기하고 사랑하는 데 변질되지 않도록 도와야겠다"고 말했다. 한편, 본인을 '3년차 기독교인'이라고 소개한 장정희 씨는 평신도의 시각에서 컨퍼런스 참가 소감을 밝혔다.

"너무 감사하다. 이런 나를 보고 있는 게 기적이다. 서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배우고 싶다는 마음에서 여기까지 왔다. 사흘 동안 보면서 느낀 것은 목회자나 평신도나 다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느꼈다. 신앙은 지식이 아니라 삶이다. 100미터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나는 이제 막 출발한 사람이다. 목사님은 저 앞에 가 있는 사람들이고, 마라톤의 감격이 하나님나라의 감격이 아닐까." (장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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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미 2011-09-03 20:58:58
부럽습니다
아름답습니다
희망입니다

매번 전체 진행을 맡아 수고하시는 황남덕 목사님,
요즘처럼 '아 정말 죽갔다!' 그런 소리가 나오는 경제상황에서 애탕개탕 이런 모임이 계속되도록 후원을 하시는 최병인 대표님, 그리고 김영봉 목사님께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제가 느끼기에 지금 형태의 모임을 더 잘 키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주제강의와 함께.

주제강의를 중심으로 엮어진 모임이 이제껏 세미나류의 모임이었는데... 역시 일방통행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있는 거 같습니다. 많은 경우 난상 토론 속에 숨겨져 있던 '진실들'이 들어나는 경우가 많거든요... 완벽하지는 않지만 대표적인 것이 한국에서 대선을 앞두고 벌어졌던 '관훈토론'이었지요. 진짜 껄끄러운 야그들이 튀어나왔거든요...

글도 그렇지 않나요? 깔끔하게 정리된 것 속에는 진실이 많이 깍여 있지요?

다만 모임에 초대된 강사님들이 이번처럼 '준비된 분들'일 필요성은 있다고 봅니다.

두 분 사모님들의 고백의 내용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하늘에서 받는 상이 목사님들 거 보단 몇배나 클 것이니 힘내시기를 빕니다. 목사님들이야 이곳에서 많이많이 받았자나요.

근디, 사모님들의 모습이 으째 남편 목사님들 모습과 그리 닮았데요오. 고거이 참 신기허네요잉. Co-orientation... 이게 부부가 오래살다 보면 생각고 같아지고 모습도 같아지는 거 같아요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