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들여봐야 장애인들이 알겠냐고요?'
'정성 들여봐야 장애인들이 알겠냐고요?'
  • 박지호
  • 승인 2011.09.20 18:02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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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7년째 평신도 장애인 사역자로 사역하는 최정숙 선생

3년 전쯤, 주일학교 재롱잔치에서였다. 조카에게 가야 할 최정숙 선생(퀸즈한인교회 사랑의교실)의 시선이 자꾸 엉뚱한 데 머물렀다. 최 선생은 행사장 구석을 아무렇게 뛰어다니던 자폐아동들에게 계속 마음이 쓰였다. 또래 아이들은 재롱잔치의 주인공이 되어 관객들의 박수를 받고 있는데, 행사장을 소란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엄마 손에 끌려 나가는 자폐아동을 보는 순간 최 선생의 마음은 무너졌다.

대수롭지 않은 일상의 단면에서 최 선생은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쏟았다. '왜 저 아이들은 죄인처럼 구석에서 놀다가 영문도 모른 채 끌려 나가야 하는 걸까', '또래 아이들처럼 같이 뛰어놀 수 없을까.' 최 선생은 그 순간 그 자리에서 하나님의 시선도 그 자폐아동들에게 머물러 있다고 느꼈다.

   
 
  ▲ 자원봉사자 교육을 하고 있는 최정숙 선생. (사진 제공 : 뉴욕밀알선교단)  
 
올해 6월 열린 함께걸음여름성경학교 행사는 3년 전 최정숙 선생이 흘린 눈물이 씨앗이 되어 맺은 열매다. 함께걸음여름성경학교는 장애인 아동들을 위한 특별 여름 성경학교다. 성경 이야기와, 연극, 노래와 율동, 미술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프로그램은 다양해도 행사 취지는 단순하다. 3일 동안 장애 아동들이 맘껏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일반 학생들에게 여름성경학교는 익숙한 프로그램이지만, 40명 남짓한 장애 아동들만을 위해 개교회가 별도의 성경 학교를 마련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행사로 장애를 극복하거나 위로하겠다는 게 아니다. 하나님의 마음에 초점을 뒀다. 장애인들을 통해서 하나님나라를 드러내고 누리는 데 관심을 둔 것이다. 장애인들과 함께 놀이를 하고, 맛있게 먹고, 즐기는 잔치를 가진 거다."

회의적인 시선도 없지 않았다. '그래봐야 걔들(장애인들)이 알겠어?' 밤낮없이 행사 준비에 매달리는 최정숙 선생을 보고 누군가 안타까운 마음에 한 말이다. 고작 40명 남짓한 장애인들을 위해 수천 불이 지출됐고, 10명의 특수교사와 7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교사들이 투입됐으니 사역의 효율성으로만 보자면 그런 말이 나옴직도 하다.

"그 돈과 정성으로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사역을 하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나도 처음에는 정성껏 예쁜 것을 만들어서 장애 아동들에게 줬는데 나중에 쓰레기통에 아무렇지 않게 버릴 때 속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 사역할수록 미묘한 반응을 느낄 수 있다. 장애아이들은 무엇을 줘도 맛있어 하고, 아무거나 준다고 모르는 게 아니더라."

함께걸음여름성경학교는 최정숙 선생이 그동안 해온 사역 중 일부다. 퀸즈한인교회가 장애 어린이를 위한 특수 사역인 사랑의교실을 시작한 건 7년 전이다. 최정숙 선생은 사랑의교실이 시작할 때부터 줄곧 교사로 활동하면서 장애 아이들을 챙겼다.

어떻게 장애 사역에 관심을 갖게 됐냐는 물음에 최 선생은 "특별한 계기는 없다"고 밋밋하게 대답했다. 본인이 장애인이거나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소위 극적인 체험 등을 통해 장애인 사역에 투신한 것도 아니다. 중학교 때 찢어지게 가난하던 친구 집의 단칸방을 본 뒤, 고아원과 보육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그때 발달장애 아동들이 보육원에서 거의 방치되던 모습에 안타까워했던 것이 장애인 사역을 앞두고 떠올랐던 게 전부다. 7년 전 교회에서 장애인 사역 전문 부서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마음을 다잡고 교사로 지원했지만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최 선생은 아마 요란한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이 교사로 적합하지 않다고 여겼던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했다. 

"섭섭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사랑의교실 주변을 무작정 찾아가 맴돌았다. 누군가 나를 붙들어주면 하나님 뜻으로 생각하고 사역하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웃음) 그때 당시 뉴욕밀알선교단 단장님이 막 뛰어오더니, '선생님이 부족한데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어떡하냐'며 내손을 잡아끌었다. 그렇게 얼결에 시작했다."

'얼마 버티지 못하고 곧 떠날 거'라는 주변의 시선과 달리, 사역 초기에는 직장까지 다니면서 장애인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일주일에 서너 번씩 밀알을 방문해 장애인들과 시간을 가졌다. 전문 사역자도 전임 목회자도 아니지만 최 선생은 끊임없이 공부하는 평신도 사역자다. 6년간 함께 사역한 박영철 장로는 "돈 주고 하라고 해도 못할 일을 7년째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사역에 대한 열정이라든가 누구도 따라가지 못한다. 날밤 새가면서 장애 아이들을 돌보는 걸 보면 보통 열정과 프로 정신이 아니다. 공부도 열심이다. 휴가까지 내고 LA에서 조이장애선교회가 개최한 컨퍼런스에 그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사랑 없는 지식은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는 철학 때문이다." (박영철 장로)

   
 
  ▲ 올바른 지식 없이 열정만으로 장애 사역을 할 수 없다는 최정숙 선생은 매년 조이장애선교회가 주최하는 '장애 사역 컨퍼런스'에 참여하고 있다. (왼쪽에서 4번째)  
 
한국장애인연구소 프로그램부터 각종 교육 과정을 거친 최 선생은 "장애 아동들이 울거나 떼를 쓸 때 최소한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이유라도 알아야 할 것 아니냐"며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발달장애아동이 특정 문제 행동을 반복할 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관심을 끌려는 것인지, 하기 싫은 일에서 도망치기 위해서인지 행동의 원인을 찾는 것부터 중요하다는 것이다. 문제 행동의 동기를 파악하고, 이를 바람직한 대체 행동으로 전환하도록 돕는 것도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퀸즈한인교회 사랑의교실 교사들은 한 달에 두 번씩이나 교사 세미나를 할 정도로 배움에 열심이다. 장애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갖고, 장애 사역에 대한 이론부터 장애 사역의 노하우 등을 습득하기 위해서다. 주말도 없이 사역에 매달려야 하고 천금 같은 휴일을 교육 받느라 쫒아다니는 최 선생에게 힘들지 않냐고 물었다.

최 선생은 "싫으면 어떻게 이 일을 하겠나. 행복해서 하는 일이지만, 힘에 부칠 때가 종종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하지만 "하나님이 참 하고 싶어 하는 일이구나 하는 걸 지난 7년간 수시로 느꼈다"며 그런 하나님의 마음을 느끼는 게 실천의 동력이라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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