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위에 계시는 하나님
과학 위에 계시는 하나님
  • 양승훈
  • 승인 2012.10.11 14:38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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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양승훈 교수, "하나님을 우리 논리로 가둘 수 없다"

리들(Mike Riddle)은 미국에서 유명한 창조론 대중 강사입니다. 그는 학부에서 수학을 공부했고 교육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25년 동안 마이크로 소프트 등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했습니다. 한 때 미 해병대(USMC) 대위(Captain)로 근무하기도 했으며, 십종경기(decathlon) 부문의 미국 챔피언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여년 간 리들은 미국 전역에서 창조론 대중강사로 활약하고 있으며, 현재는 제가 살고 있는 곳 가까이 워싱턴 주에서 '트레이닝 ETC'라는 단체를 만들어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의 간단한 이력으로부터 알 수 있는 것처럼 리들은 지질학, 천문학, 생물학 등 창조의 과학적 변증과 직· 간접으로 연관된 순수과학 분야에서 공식적인 훈련을 받은 적이 없는 엔지니어입니다. 일반적으로 단순히 사실이나 기능만 배우는 응용과학이나 공학 분야와는 달리 순수과학은 기초부터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으면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분야에 대하여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일수록 단순하고, 용감하고, 전투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사람일수록 대중강연에서 상대편을 비판할 때 “그들은 사기를 치고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다 뻥이다” 등의 흑백논리적인 주장을 쉽게 합니다.

   
 
 

▲ 창조론 강좌로 유명한 마이클 리들. (인터넷 블로그 갈무리)

 
 
리들 역시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생명의 기원'(The Origin of Life)이라는 자신의 DVD 강의에서 강하게 진화론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물론 자신의 독창적인 내용은 없고 여러 사람들의 책과 강의 내용을 재구성한 강의였습니다만 그의 강의는 탁월한 언변과 적절한 자료 활용으로 생명의 기원에 대한 배경 지식이 전무한 청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그의 많은 강의 내용 중 진화에 대한 두어 가지 주장을 소개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는 자연발생설을 현대적으로 발전시킨 화학진화 이론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화학진화론자들은 태초의 원시 지구에는 산소가 없었다고 가정합니다. 그리고 원시대기는 수소를 포함하고 있는 수소·암모니아·메탄·수증기 등의 환원성 기체로만 이루어진 대기였다고 가정합니다. 대기 중에 산소가 있으면 아무리 방전을 일으키더라도 생명체가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산소가 없으면 생명체가 저절로 만들어질까요?

아닙니다. 대기 중에 산소가 없으면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즉 산소가 없으면 산소 분자가 분해되어 만들어지는 오존이 생길 수가 없고, 따라서 지구에 쏟아지는 자외선을 차폐할 수 있는 오존층이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오존층은 지구의 생명체를 보호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이것이 없으면 지구상에 생명체가 살 수 없습니다. 즉 산소가 있으면 생명체가 만들어질 수 없고, 산소가 없으면 생명체가 유지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생명체는 하나님이 창조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리들이 주장하고 있는 논리입니다.

다음은 물과 생명의 관계입니다. 화학진화론자들은 최초의 단세포 생명체는 물 속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물이 없으면 중합반응이 일어나지 않아서 아무리 번개 방전을 통해 아미노산이 만들어지더라도 그것들이 단백질을, 나아가 생명의 전단계라고 하는 미소구체(微小球體)를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과학자들이 화성이나 그 외 행성들로부터 생명체 존재 유무를 알기 위해 물의 존재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물이 없다면 생명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전무하고, 설사 만들어지더라도 생명체가 유지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과연 물만 있으면 생명체가 존재할까요?

아닙니다. 물은 우리가 흔히 가수분해(hydrolysis)라고 부르는 화학반응을 일으킵니다. 생명의 기본 단위라고 하는 아미노산이 물 속에 있게 되면 불과 수 주 이내에 거의 완전하게 분해 되어버립니다. 물은 생명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최초의 생명체가 만들어지기 위해 물은 있어서도 안 되지만 없어서는 더더욱 안 되는 이상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과학적으로 생명의 기원은 설명하는 것이 불가하기 때문에 리들은 생명은 자연 발생한 것이 아니고 하나님이 만드셨다고 주장합니다.

언뜻 보기에 리들의 주장은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저 역시 자연적인 화학진화 과정으로는 생명의 기원을 설명할 수 없으며, 현재의 생명의 자연발생 이론은 틀린 것이 확실하다고 봅니다. 생명체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생명체의 탄생을 현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하나님이 만들었다는 리들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리들이 주장하는 바는 역사적으로 전형적인 '간격의 하나님'(God-of-the-Gaps) 개념입니다. 이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다시 말해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생명체의 존재를 설명하다가 설명할 수 없게 되면 그 논리적 간격을 메우시는 분이 바로 하나님이라는 주장입니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은 암암리에 과학적인 법칙이나 방법은 자연에서 저절로 생겼거나 인간이 고안한 것이고, 하나님은 항상 인간이 설명할 수 없는 방법으로만 역사하신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하나님에 대한 바른 생각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을, 과학의 법칙을 따라 설명할 수 있는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것이나 모든 것을 창조하신 분입니다. 과학적인 법칙도 하나님이 만드셨기 때문에 우리는 다만 자연을 연구해서(research) 그것을 다시 찾아내는(re-search) 것뿐입니다. 어떤 현상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하나님이 하셨다는 주장은 언뜻 보기에 하나님을 굉장히 높이는 듯이 보이지만 실상은 그 반대입니다. '간격의 하나님' 개념은 하나님을 기적의 세계, 인간의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에나 계시는 분으로 격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기독교 세계관에서는 하나님을 인과율(因果律)의 개방체계 내에서 역사하시는 분이라고 말합니다. 인과율이란 자연에 대한 모든 과학적 설명의 근본이 되는 논리이며, 하나님은 인과율에 따라 우주를 운행하십니다. 그러나 그 인과율조차도 하나님이 만드신 것이기 때문에 하나님은 인과율의 사슬에 매여계시지 않고 얼마든지 그것을 넘어 자유롭게 역사하실 수 있는 분입니다. 물리학의 몇 가지 예를 들어봅시다.

갈릴레오의 관성의 법칙도, 뉴턴의 운동법칙도, 케플러의 행성운동법칙도 모두 하나님이 만드신 것이지만,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하나님은 그런 법칙들을 따라 우주를 운행하시지만 하나님이 원하실 때는 얼마든지 그런 법칙들을 따르지 않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아말렉과 싸울 때 하나님은 태양을 기브온 위에, 달을 아얄론 골짜기에 머물게 하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수10:12). 부력의 법칙도 하나님이 만드셨지만 때로는 그 법칙을 넘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물 위를 걸어갈 수도 있게 하시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화학반응과 관련된 모든 법칙을 만든 분이시고, 대부분의 경우 그 법칙을 따라 자연을 운행하시지만 필요할 때는 그 법칙을 따르지 않고 역사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마라의 쓴 물이 순식간에 마실 수 있는 단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가나 혼인잔치에서는 화학반응의 과정을 뛰어넘는, 물이 포도주로 바뀌는 역사가 일어난 것입니다. 어디 하나님께서 화학반응의 법칙만 창조하시고 다스리는 분입니까?

하나님은 모든 의학의 법칙을 만드신 분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하나님은 의학의 법칙을 따라, 즉 의사의 손을 빌려 병을 낫게 하시지만 그렇다고 하나님이 그 법칙에 매여계시는 분은 아닙니다. 하나님은 대부분의 개안수술을 안과의사들의 손을 통해 이루시지만 드물지만 때로는 그런 과정을 따르지 않고 소경의 눈을 뜨게 하시기도 합니다. 또한 하나님은 뼈가 구부러진 사람을 대부분 정형외과적 치료를 통해 고치시지만 드물게 수술을 하지 않고도 앉은뱅이를 벌떡 일어나게 하실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그렇지 않지만 드물게 하나님은 모든 의학의 법칙을 뛰어 넘어 독사에게 물려도 아무렇지 않게도 하실 수 있고 심지어 죽은 사람이 벌떡 일어나게도 하십니다.

모든 과학법칙들은 하나님이 만드신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자신이 만든 과학법칙 속에 갇혀 계시는 분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200여 년 전에 등장하여 유럽 기독교를 초토화 시켰던, 자유주의 신학의 온상이 되었던 이신론적(理神論的) 신관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하나님은 인과율의 개방체계가 아닌, 인과율의 폐쇄체계 내에서 역사하시는 분이 됩니다. 만일 그렇게 하나님을 이해한다면 이신론이 자연주의, 무신론으로 진행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하나님은 인과율을 만드신 분이기 때문에 그것에 매여계시지 않고 개방체계 내에서 역사하시는 분입니다.

하나님은 항상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서만 역사하신다고 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그 반대로 하나님은 항상 기적적인 방법으로, 즉 인간의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방법으로만 역사하신다고 믿는 것도 하나님을 잘못 이해한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논리 체계 내에 갇혀 계시는 분이 아님을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기독교가 철학일 수 없는 이유이고, 이것이 기독교가 과학이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기독교의 하나님, 성경이 보여주는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시며, 주권적이시면서도 인격적이시며, 우리 마음 속에 계시면서도 이 우주를 초월해 계시며, 논리를 무시하지 않으시면서도 인간의 논리 속에 갇혀 계시지 않는 분입니다. 하나님은 과학 안이나 바깥이 아닌, 과학을 만드시고 과학 위에 계시는 분입니다.

양승훈 / 벤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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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8take 2012-10-16 12:07:49
Man이라는 분. 댓글에 대한 reference나 최근 읽으신 성서 전문 서적을 공개하시기가 조금 힘드시다면 알겠습니다. 이해합니다. 그럴 수 있지요. 암요. 그렇다면 백번 양보해서 님께서 최근에 읽으신 교과서 제목만 가르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Introduction to Western Civilization History라던지 Introduction to Hebrew Bible이나 Introduction to New Testment라던가 그런 책이름 말입니다. 미리 감사드립니다.

4give 2012-10-16 10:08:26
Man님에게 부탁하고 싶은 점이 있는 사람입니다. 님의 글을 읽고 님의 읽은 내용을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밑에 쓰신 내용들 중에서 내용적으로 인용하신 부분에 대해 reference 첨가해 주시길 바랍니다. 책이름과 저자, 그리고 페이지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아니면 최근에 읽으신 성서 전문 연구 서적 한 두권이라도 알려주시고 최근 현대 신학 동향도 아신다면 설명해 주세요. 미리 감사합니다.

지나가다 2012-10-16 05:14:48
아래 Man이라는 분의 글을 읽고 지나가다 댓글 남깁니다. 양승훈 교수의 이야기가 데이타 근거가 없다고 반박하면서 그와 달리 엉뚱하게 (그러나 Man님의 글을 쓰고 싶어했던 본래의 의도인) 기독교를 비판하기 위해서 기독교의 여러가지 고고학적, 성경해석에 있어서 비판을 하시면서 "학자들 사이에 중론이라는" ,"이미 정복했던 사실이 있음이 판명되었습니다."등의 표현을 하셨는데, 정확한 근거 reference를 대셔야 양승훈 교수를 비판하신 그 비판을 벗어날수 있습니다. 지면상 Man님이 열거하신 내용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하나 하나 반박할수 있는 글은 삼가하겠습니다만, 말씀하신 성경에 대한 비판하신 내용은 제가 근본주의자가 아님에도 매우 오류가 많은 내용이기에 받아들일수 없습니다. 4복음서가 알레고리로만 기록되지 않고, 서술,대조,등이 있지요. 알레고리적 표현이 마치 성경의 금기라도 깬것 처럼 열거하셨지만 별로 놀랄일이 아닙니다. 예수님이 요나 사건을 인자에 대한 상징적(알레고리) 사건이라고 말씀하셨지요.성령의 조명에 의한 인간의 기록물이므로 문학적 형태를 띨수밖에 없죠. 저는 Man님이 성경에 대해, 그리고 성령 하나님에 대해 잘 모르신다는 것을 글로 접할 뿐입니다. 끝으로 Man님의 글을 읽으면서 예전에 이런 예화가 생각납니다. 어느 자유주의 신학교에서 어느 교수가 수업시간에 모세의 홍해 기적 사건을 단순한 은유 (또는 알레고리 기법)였고, 사실은 홍해를 건넌것이 아니라 무릎정도의 깊이의 개울을 건넌 것을 그렇게 은유로 말한 것이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쳤지요. 그러자, 한 학생이 "할렐루야!" 했습니다. 그 교수는 학생에게 왜 그러냐고 묻자, 학생이 대답했습니다. 그 무릎 깊이의 개울물에 애굽 바로왕과 군대가 모두 빠져 죽게 하신 하나님의 기적이 놀라와서 그랬다고 학생이 대답했지요. 성경을 알레고리라고 치부하는 글에 대한 비판적알레고리적 풍자이지요

take4 2012-10-12 13:18:27
밑의 댓글 다신 Man이라는 분. 말씀하시는 내용은 서양에서는 일반 상식인데요 주위의 교인들이 워낙 무식해서 그것을 특별 지식으로 여기시나 봅니다. 다 떠나서 댓글이 길면 없어보여요. 미학적으로 흉하다는 표현이 적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take4 2012-10-12 13:12:37
일단 논리적 오류부터 보면요.'순수과학 안배워서 이 사람 하는 말은 신빙성이 없을 것이다'라는 주장은 잘못된 유추의 오류와 일반화의 오류, 그리고 권위에의 호소가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리들의 주장에 대해 나름 과학적 근거를 대면서 대응하려고 하면서 결론은 "과학 위에 하나님 있으니 무조건 믿어라"라고 말하거든요. 과학적으로 대응하려면 적절한 데이터나 근거로 제시를 하던가 말이죠. 데이터 제시가 부족했어요. 한 마디로 이도 저도 아닌 과학적 주장을 하려다가 끝에 '믿어라'로 끝내는 안타까운 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