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그리스도인이 됩시다
일상의 그리스도인이 됩시다
  • 양승훈
  • 승인 2012.10.24 13: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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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양승훈 교수…'거품 영성'에서 벗어 나기

   
 
 

▲ "진정한 영성은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더 잘 드러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은 밀레의 만종.(인터넷 블로그 갈무리)

 
 
VIEW(벤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에 재학 중인 몇몇 분들은 요즘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VIEW 재학생은 아니지만 지난 학기에 캐나다 중부의 위니펙에서 이주해 온 이웃의 주 전도사님도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소위 화이트 컬러 직업을 가졌던 분들이지만 이곳에서 공부하는 동안 경제적인 부담을 덜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사람들이 건물에 들락거리는 낮 시간을 피해 밤 시간에 일을 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청소는 초저녁에 시작하여 새벽 2-3시 정도에 마치는 경우가 많지만 때로 건물이 클 경우에는 밤을 새면서 일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밤잠을 못자면서 일을 해도 다음 날 낮에는 여전히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해야 하고 많은 숙제들을 해야 합니다.

VIEW에 재학 중인 40여명의 학생들은 대부분 자녀들이 있는 기혼자들이고, 생활비와 학비 등 경제적 부담이 없이 공부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열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특히 절반을 넘는 목회자 학생들은 대체로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대부분 어떤 형태로든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많은 학생들은 지역 한인교회에서 주일학교 지도나 찬양 인도 등의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일부는 앞에서 언급한 건물 청소를 하기도 하고 사모님들은 식당이나 일반 가게에서 일을 하기도 합니다.

흥미롭게도 교회나 기독교 계통의 기관이 아닌 다른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목회자들은 하나 같이 허드렛일을 하면서 성도들을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세속 직장에서의 경험, 특히 밑바닥의 육체노동 경험이 이후 목회할 때 성도들을 이해할 수 있는 자산이 될 것임을 의미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은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일을 하지만 또한 목회 실습을 하고 있는 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가능하면 VIEW에 적을 두고 있는 동안 그런 경험을 일부러라도 해 볼 것을 권합니다.

세계관적 목회의 기본은 직업적 소명 혹은 직업의 신성함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목회나 선교의 일도 거룩하지만 청소나 다른 세상에서의 일들도 거룩하고 또한 거룩해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자신이 그런 일들을 직접 해 보지 않고는 배우기가 어렵습니다. 아마 그래서 수년 전, 세상을 떠나신 예수원의 대천덕 신부님도 자신이 젊은 시절에 선원으로 수년간 일한 것을 늘 자랑스럽게 말씀하셨던 것 같습니다. 일터신학 강의로 유명한 폴 스티븐스 교수님도 목수로 일한 젊을 때의 경험을 강의 때마다 ‘요긴하게’ 활용하고 계십니다. 청소 일이 하나님 앞에서 거룩한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때 바른 영성, 건강한 영성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진정한 영성은 교회나 신학교는 물론, 하와이의 아름다운 해변이나 호젓한 산속에 있는 기도원이나 훌륭한 강사들의 영성 집회에서보다 도둑놈과 사기군, 탈세범들이 우글거리는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더 잘 드러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온실에서만 잘 자라는 식물을 강하다고 할 수 없듯이 그리스도인들로 둘러싸인 곳에서만 큰 소리를 치고 세속 사회에 나가서는 기를 쓰지 못하는 영성은 건강한 영성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영성은 음식을 먹는 것에 비유할 수도 있습니다.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되려면 적절한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많이 먹는다고 반드시 건강하게 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하루에 세 끼 먹는 것보다 다섯 끼 먹는 것이 건강에 더 좋다고 말 할 수 없습니다. 때로는 너무 많이 먹어서 비만이 되고 도리어 건강을 해치기도 합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에 더하여 반드시 적절한 운동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섭취한 자양분들이 지방으로 쌓이지 않고 단단한 근육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영적 건강을 유지하는 것에도 중요한 것을 시사합니다. 좋은 설교나 강의를 많이 듣는다고, 좋은 책을 많이 읽는다고 반드시 영적으로 건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좋은 설교를 많이 듣고 좋은 책을 많이 읽어도 그것을 영적 근육으로 바꿀 수 있는 행함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영적 비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저와 같이 글을 쓰고 강의나 설교를 자주하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멋진 글을 쓰고 감동적인 강의나 설교를 하는 것이 절대로 그 사람의 영적 건강을 보증해 주지 않습니다. 설교를 하는 사람이건 듣는 사람이건, 글을 쓰는 사람이건 읽는 사람이건 말씀이 삶의 현장에서 실천을 통해 근육으로 바뀌지 않은 영성은 거품 영성일 뿐입니다.

양승훈 / 벤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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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분다 2012-10-25 23:53:53
바른영성이나 건강한 영성을 어떤 식으로 규정하든지 그것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삶일 것일 것입니다.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삶은 공적인 예배와 일상의 삶에서 드러나게 됩니다. 여기서 일상의 삶도 확장된 예배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적인 예배를 통하여든 확장된 예배라 할 수 있는 일상의 삶을 통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삶은 예수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으로 성취되는 삶입니다. 설교나 일상의 일들 자체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거룩한 영성을 담보하지 않습니다. 설교나 일상의 일이 그리스도안에서 성령으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예배로 하나님께 드려진다면 이 모두가 다 하나님를 기쁘시게 하는 거룩한 영성이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에서 벗어난 것들은 타락한/부패한 영성 혹은 영성과 대비되는 말로 육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설교가 되었든 아니면 일상의 일이 되었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