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보다 노동하는 일상에 충실하라"
"예배보다 노동하는 일상에 충실하라"
  • 한경민
  • 승인 2013.07.16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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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하는 그리스도인' 세미나...김동춘 교수, '노동의 신학, 노동의 윤리' 강의

(서울=뉴스앤조이) 교회에서 간사로 봉사하고 있는 김미영 씨(가명·29)는 최근 다니던 회사로부터 해직 통보를 받았다. 불성실한 근무 태도 때문이었다. 지각이 잦고 업무 시간에 구석에서 쪽잠을 잤다. 이런 행동이 상사 눈에 띄었다. 그녀는 회사에 말 못할 사정이 있다. 교회에서 2주에 걸쳐 특별새벽기도회를 하고 있고, 기도회에 참석하느라 회사 일에 충실할 수 없었다.

일상의 삶보다 예배와 기도회 등 교회 생활에 더 충실한 그리스도인의 한 예다. 복음서를 보면 일하지 않고 예수의 발밑에서 말씀을 듣는 마리아는 칭찬받는다.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손님 대접으로 분주했던 마르다는 자연스레 열등한 제자로 비춰진다. 그리스도인들은 회사 업무와 같은 일상의 노동보다 예배와 기도를 더욱 성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인식을 교정하기 위한 자리를 6월 11일부터 매달 한 차례씩 마련하고 있다. 평화누리(박득훈 상임대표)와 기독연구원 느헤미야(느헤미야·김형원 원장)가 주최하는 '노동하는 그리스도인' 세미나다.

   
 
 

▲ 김동춘 교수는 그리스도인들이 교회에서 '예배에 목숨 걸자'라는 구호를 외치기보단 노동하는 일상에 더 충실할 것을 주문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7월 15일 '노동의 신학, 노동의 윤리'를 주제로 김동춘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가 강연을 했다. 김 교수는 교회의 예배가 일상보다 더 영적이라는 인식은 그리스 철학의 영향을 받은 이원론에 근거한다고 했다. 고대 그리스 사회는 육체노동하는 노예를 가장 최하위 계층으로, 노동하지 않는 철학자를 최상위 계층으로 여겼는데, 교회가 신학을 정립하던 1~3세기에 이 영향을 받아 잘못된 성속 이원론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후 교회는 노동 혐오적인 신앙인을 길러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회에서 '예배에 목숨 걸자'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일상에서는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삶을 반성해야 한다며, "예배보다 노동하는 일상에 최선을 다하라"고 주문했다. 예배는 일주일에 하루지만, 노동하는 일상은 나머지 시간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사도 바울도 천막 짜는 노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으로 복음 전파에 나섰고, 바울 이외의 성경 인물 대부분도 당대 도시와 문화 중심지에서 노동하며 살았던 직업인들이었다고 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주일예배보다 일상의 노동 현장에서 어떻게 하나님을 섬겨야 할 것인가를 놓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착취와 억압의 노동 현실, 어떻게 볼 것인가

고도화된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본가는 자본의 힘으로 노동자를 통제할 수 있지만, 노동자는 그렇지 못하다. 자본가와 노동자의 수평 관계는 불가능하며, 이들 사이에는 갑을 관계·주종 관계가 형성된다. 최근 사회에 논란이 됐던 갑의 횡포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 교수는 착취와 억압으로 나타나는 노동문제를 언급하며 사회에서 노동자가 화폐가치로 평가되어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히는 일들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 품삯을 당일에 주고 해진 후까지 끌지 말라. 이는 그가 빈궁하므로 마음에 품삯을 사모함이라. 두렵건대 그가 너를 여호와께 호소하면 죄가 네게로 돌아갈까 하노라(신 24:15)."

그는 이외에도 창 31:41, 약 5:1~5를 언급하며 가난한 자, 즉 일용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체납하거나 그들을 학대하는 것은 하나님의 정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시혜적 방식이 아니라 △일자리 보장 △최저 임금 보장 △정당한 보수 보장과 같은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문제에 대한 잘못된 접근을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주님이 보상해 주실 것이라는 목회주의적 처방은 돌팔이 의사 처방전이라고 했다. 개인의 게으름이나 불성실한 태도로 문제를 돌리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하나님은 가난한 자들의 편에 있다며, 노동문제는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관점으로 관찰하고 분석하여 실천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노동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는 30여 명의 청중이 참석했다. 한 교인은 일상에서의 자신의 태도를 점검하게 됐다며, 직장에서 어떻게 하나님을 섬겨야 할지 고민을 안고 간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한경민 기자 / 한국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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