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가 된 책, '열심당원 예수'
뜨거운 감자가 된 책, '열심당원 예수'
  • 박화중
  • 승인 2013.08.05 0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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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슬람주의 인터뷰 논란, 종교다원주의 논쟁으로 번지나

   
 
 

▲ 레자 아슬란의 책 <열심당원:나사렛 예수의 삶과 시대>.

 
 

한 이슬람 출신 종교학자의 기독교 관련 저서가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캘리포니아대학 교수이자, 대중 저술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종교학자 레자 아슬란(Reza Aslan)의 신작 <열심당원: 나사렛 예수의 삶과 시대>(Zealot:The Life and Times of Jesus of Nazareth)란 책이 그 중심에 있다. '역사적 예수의 삶'을 조명하려 했다는 종교서적이 갑자기 미국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Amazon)의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것이다.

언론은 책의 내용보다 이슬람에 대한 과잉 반응이 아슬란 교수의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논란은 7월 27일 시작됐다. 아슬란 교수는 '폭스뉴스'(Fox News)와 인터뷰를 했다. 폭스뉴스 앵커 로렌 그린(Lauren Green)은 "무슬림이 왜 예수에 관한 책을 썼느냐"고 다그치듯 물었다. 아슬란은 "(자신은) 고대 헬라어에 능숙하고, 신약학을 포함한 4개의 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종교학자"라고 답했다. 오히려 질문 자체가 이상하다는 반응이었다.

처음 5분 동안 그린은, 아슬란의 가면을 벗기려는 듯 유도 질문을 퍼부었다. 인터뷰를 시청한 사람들은 이 질문을 듣고, 책의 내용이 아니라 책을 쓰게 된 저의가 무엇인지를 밝히려 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이슬람교도가 기독교를 파멸시키기 위해 책을 쓴 것처럼 몰아가려 했다는 인상을 준 것이다.

이에 대한 아슬란 교수의 태도는 차분했다. 그는 “무슬림의 입장에서 책을 쓴 것이 아니라 종교사학자의 입장에서 연구한 결과를 출판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아슬란 교수는 이어 “그린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편견 없는 진실을 추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동영상은 나흘 동안 유튜브(YouTube)에서 조회수 3백만을 기록했다. 동영상을 접한 사람들은 폭스 뉴스의 로렌 그린이 아슬란 교수에게 질문이 아니라 비난을 퍼붓는 것처럼 보였다고 힐난했다.

결국 아슬란 교수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은, 진실에는 관심이 없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이슬람을 파괴하고 기독교를 수호하려는 목적에만 초점을 맞춘 것 같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 사건이 있은 후 폭스 뉴스를 비난하는 여론이 폭주했다. 폭스뉴스의 인터뷰는 아슬란 교수에 대해 공격적이었다는 평가다.

그 파장은 폭스뉴스가 원하지 않는 결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폭스뉴스 인터뷰 이후 이틀 만에 아슬란의 저서는 판매량이 35퍼센트나 증가했다. 7월 26일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 판매 순위 8위에서, 방송이 나간 후 이틀 만에 1위로 뛰어 올랐다. 그리고 지난 29일에 5만 부를 돌파하여 주말까지 15만 부가 팔려나가는 대박을 터트렸다.

   
 
  ▲ 폭스뉴스는 레자 아슬란과 한 인터뷰에서 공격적인 질문으로 반이슬람 정서를 이용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폭스뉴스 갈무리)  
 

노골적 비난, 배경엔 '反이슬람' 정서


'폭스뉴스'의 과격한 인터뷰가 '이슬람 학자가 기독교 관련 연구서를 집필한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반영한 것이 원인이라는 평가가 계속되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이번 사태를 미국 전반에 걸쳐 팽배해져 있는 반이슬람 정서의 극단적 실례를 보여 준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만연한 반이슬람 정서를 폭스뉴스가 표출했다는 것이다.

지난 2001년 '9·11' 이후 미국 내 이슬람에 대한 반감이 크게 늘었다. 통계에 따르면 이슬람교도를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범죄 수법도 더욱 과격해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사건 이후 이슬람교도에 대한 반감은 더욱 커져, 라마단 때가 되면 모스크 사원이 공격을 당하는 일이 미국 전역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미국-이슬람관계협의회(Council on American-Islamic Relations-CAIR) 이브라힘 후퍼 대변인은 “항상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며 “이제 단순한 증오의 수준이 아니다. 실질적인 테러와 폭력을 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회정책연구소(ISPU)의 사하르 아지즈는 “무슬림들은 이미 테러리스트로 이미지가 고정돼 있다”면서 “미국 내 무슬림들은 다양한 형태의 증오범죄 표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이슬람 정서가 팽배한 가운데 이번 '폭스 인터뷰 사태'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현재 반이슬람주의에 편승한 폭스뉴스를 비난하는 여론이 우세한 가운데 아슬란의 저서가 대중적인 주목을 받고 있지만, 조만간 책의 내용과 관련한 일반인들의 반응이 축적되면 미국 사회에 종교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반이슬람 논쟁, 종교다원주의로까지 번지나

학문적 관점에서 아슬란의 저서에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다는 평가다. 하지만 일반적인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계의 입장은 다르다. 아슬란의 저서가 보수 복음주의 신학에 매우 도전적이라는 것이다.

우선 아슬란은 예수를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의 아들'이 아닌, 카리스마 넘치는 '혁명가'로 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2천 년을 이어온 예수의 이미지와 일반인들의 상식을 깨뜨리려는 다양한 시도를 한다. 대표적으로 아슬란은 '예수는 문맹이었으며 그의 메시지는 세계를 대상으로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유대지역에 국한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그의 주장은 신약성경의 내용과 상충되는 부분이 많다.

누가복음 4장 16절의 예수가 회당에서 성경을 읽었다는 기록에 대해 아슬란은 “예수가 살았던 시대는 문맹률이 98%에 달한다. 사회적 지위가 매우 낮았던 목수 집안에서 자란 예수가 글을 읽는 교육을 받았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누가복음은 예수 타계 이후 60~70년 뒤에 쓰였기 때문에 예수를 미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또한 예수의 죽음을 대중을 선동한 정치교사혐의로 십자가형을 받은 것이며, 인류를 위한 대속의 의미는 후대 신약성서 기록자에 의해 각색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어, 역사학과 사회학의 관점에서 볼 때, (복음주의 신학의 기원은) 신약 성경의 구절이 실수로 잘못 쓰였거나, 해석이 어긋났거나, 의도적으로 오도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아슬란의 주장은 복음주의 기독교의 입장에서 매우 불편한 것이다. 그것도 이슬람교인 학자가 예수의 신성과 성경의 권위를 폄훼하는 연구서를 냈다는 것은 학문적 객관성 여부를 떠나 기독교에 대한 도전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복음주의 기독교인은 “아슬란이 이슬람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반면 기독교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아슬란은 이번 책 <열심당원>' 이전에,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도다> (No god but God)'란 저서를 발표했다. 이 저서에서 아슬란은 이슬람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그는 알라는 유대교와 기독교에서 섬기는 그 하나님이며, 무함마드는 예수와 같은 신의 사도이고 무함마드는 유대인과 기독교도를 성경의 백성이고, 같은 신을 숭배하는 영적 사촌으로 여겼다“고 저술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아슬란은 이란에서 태어나 79년 이슬람혁명 때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 와 십대 시절 복음주의 기독교에 깊이 몰두했다가 대학시절에 예수회 신부의 권고로 자신의 전통인 이슬람을 다시 찾게 된 특이한 종교편력을 소개하며 종교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지 않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복음주의 기독교계의 비평가들은 아슬란이 다른 종교학자들이나 자유주의 신학자들처럼 타종교에 대해서는 긍정적이고 유연한 입장을 보이는 반면, 유독 기독교에 대해서는 부정적이고 엄밀한 잣대를 들이대는 종교다원주의적 궤적을 그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관점에서 레자 아슬란의 <열심당원:나사렛 예수의 삶과 시대>에 대한 일련의 논란이 반이슬람 정서가 낳은 해프닝으로 끝날지, 그 여세를 타고 종교다원주의와 종교간 갈등으로 논쟁이 비화될지는 미국 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박화중 객원기자 / wjpark@www.newsnjo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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