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파 사업체 이번에도 견뎌낼까?
구원파 사업체 이번에도 견뎌낼까?
  • 김기대
  • 승인 2014.06.22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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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박회사 유병언씨 일가 소유로 밝혀져

20년전쯤 한국의 낯익은 장면 

길을 가다 보면 어떤 사람이 친절하게 다가와 속삭인다. “ 도에 관심있으세요?” 증산교의 일파인 대순진리회의 포교 행위다.

세월을 더 거슬러 올라가서 학교에서 자주 경험했던 낯익은 장면

여학생이 다가와 예쁘게 속삭인다. “구원의 확신이 있으세요?” 구원은 교회에서 늘 듣던 말이지만 구원의 확신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던 터라 잠시 머뭇거리다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예”. “그럼 언제 받았는지 날짜를 기억하세요?”. 이건 또 뭐야라는 불쾌감이 확 밀려온다. 이른바 구원파의 포교행위다.

인재나 다름없는 침몰로 아직도 사람들의 분노와 눈물을 그치지 않게 하고 있는 세월호 참사, 그 세월호가 소속된 선박회사 청해진 해운의 실소유주가 유병언씨 일가로 밝혀져 다시금 구원파가 언론에 회자되고 있다. 다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아해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유명 사진 작가 역시 유병언씨며, 아들 중 하나가 청해진해운의 지주사 아이원아이홀딩스 대주주로 있다. 사진작가 아해가 운영하는 아해프레스는 지난 2012년 프랑스 생 니콜라 쿠르베피 마을 경매를 통해 마을을 52만 유로에 낙찰 받은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 유병언씨 소유 대 저택 10.5에이커대지에 건평 8500스퀘어피트. 뉴욕주 웨체스터카운티 있다.ⓒ 안치용 기자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세모그룹 유병언 전 회장 일가족의 재산은 약 2400억 원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병언씨는 1970년대 삼우 트레이딩을 창업한 후 교인들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모았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당시 자금 모금 과정의 의혹으로 기소되었을 때 검찰의 공소사실에는 “성경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재물의 무조건적인 헌납만이 구원의 길이라는 취지로 신도들을 미혹시키는 설교를 했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유병언씨가 삼우트레이딩을 기반으로 성장시킨 세모그룹이 운영권을 가지고 있던 한강 유람선은 1990년 사고로 14명의 인명피해를 낸 뒤 1997년 부도 처리됐다.

1987년 발생한 오대양 사건(교주 박순자씨를 비롯해 32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에도 구원파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유병언씨의 이름이 언론에 오느내리기도 했다. 이런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다시 대단한 재력을 소유한 거부임이 드러남으로써 그의 사업 수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이전 것 보다 훨씬 메가톤 급이어서 그의 수완이 다시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세 갈래로 나뉜 구원파

구원파는 유병언의 장인 권신찬에 이해 설립된 기독교 복음 침례회의 다른 이름이다. 권신찬은 남산 총회 신학교(현재 장신과 총신이 분열되기 전의 신학교)출신의 장로교 목사였으나 재침례를 허용했다는 이유로 1962년 면직되었다. 1966년 복음주의 방송(극동방송의 전신)에서 일하던 중 여기서도 교리문제로 그만두었다가 1981년 기독교 복음 침례회를 설립했다. 그 전까지는 구원파로 불리는 비조직적 형태의 이단이었으나 사업 수완이 좋은 사위 유병언이 교단을 만들어 공식 교단으로 출범한 것으로 보인다.

1983년 종교와 사업을 연계하는 유병언의 정책에 반대한 이복칠이 이탈한 후 대한 예수교 침례회 서울 중앙교회를 세웠다. 현재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박옥수의 기쁜 소식 선교회도 구원파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다.

딕욕의 상선회사 경험

구원파는 미국 시애틀 출신인 딕욕(Dick York)이 1953년 한국에 들어오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미국에서 믿음의 방패 선교회(Shield of Faith Mission)를 세운 딕욕은 일종의 재침례파로 사람이 한 번 죄사함을 깨달음으로 구원을 받으면 양심의 모든 죄책감에서 해방을 받았기 때문에 그 이후에 짓는 죄는 죄가 되지 않는다는 교리를 전파했다. 그러므로 구원의 일시가 중요하며 그들의 주장에 따른 죄사함을 경험하지 않으면 세례를 다시 받아야 한다.

1928년생인 딕욕은 믿음의 형제들(http://bif.or.kr)이라는 홈페이지에서 아직 활동중이며 신도들의 질문에 응답하고 있다. 최근에 올라온 자료를 보면 그는 (박옥수의) 기쁜 소식 선교회가 잘못 가고 있다며 박옥수와의 관계는 끊어졌다고 밝히고 있다. 기쁜 소식 선교회의 영어 안내문에는 딕 욕 소개도 나와 있지만 박옥수는 케이즈 글라스(Kays Glass)라는 선교사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며 박옥수의 청소년 시절 케이즈와 찍은 사진도 싣고 있다.

딕욕이 16세인 1944년부터 1950년까지 미국 상선(US Merchant Marine)에서 일했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그가 한국에서 배출한 제자들에게 상선의 경험을 이야기했던 것은 아닌가, 그것이 구원파의 유람선, 여객선 사업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닌가라는 흥미로운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돈오점수냐 돈오돈수냐?

불교에서는 한 번 깨달음을 얻은 뒤 지속적인 수행이 필요하다는 입장(돈오점수)과 한번 깨달음으로 모든 수행이 완성된다는 입장(돈오돈수)이 수백년째 논쟁을 이어오고 있다. 고려 시대 승려인 보조 국사 지눌은 돈오점수의 입장이며 조계종 종정을 지냈던 성철은 돈오돈수를 대표하는 승려다. 구원파는 불교로 치자면 일종의 돈오돈수인 셈이다. 한번 구원받으면(돈오) 모든 죄를 더 이상 씻을 필요가 없다(돈수)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정통 기독교의 성화 과정이 생략된 것인데 이런 교리적 차이로라면 토론도 가능할 수 있다. 문제는 그들이 가진 물욕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다. 더 이상의 회개가 필요없다면 교회라는 제도도 필요없고 이 세상에서의 모든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와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야 말로 교인들로 하여금 며칠씩 직장도 포기하게 만들고 합숙 집회를 열어 자유를 구속하며 교주들은 경쟁적으로 재산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권력자들이나 부유층의 해외 재산 기록을 찾아내는 것으로 유명한 재미 파워블로거 안치용씨가 발견한 세모 소유로 의심되는 해외 재산 목록이 아래 박스에 정리되어 있다. 그들의 교리에 따르면 구원의 깨달음 이후의 모든 것은 죄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재산을 축적하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비아냥 거리고 싶은 부분이다.

   
▲ 구원파 유병언씨의 일가 미국 내 숨겨진 부동산 내역 일부 ⓒ 안치용 기자

돈오돈수를 주장하는 승려들이 그 교리를 깨닫기 위해 세상을 등진채 힘겨운 수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들에게 반면교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세월호의 구원파 관련 사실이 보도되자 분노한 여론의 화살이 기독교를 향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기독교계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은 구원파가 이단이라는 사실은 모른 채 한묶음으로 교회를 비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지연되는 구조 과정으로 인한 여러 음모론이 SNS를 채우는 가운데 언론이 구원파와의 관계를 강조함으로써 정부를 향해 악화된 여론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새로운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오해든 음모든 중요한 것은 그들은 이단이며, 동시에 이번 참사의 원인제공자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유병언씨의 사업 수완이 뛰어나도 권력과의 유착이 없었다면 그의 화려한 재기가 가능했을까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청해진에 대한 엄중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그 정도로 모든 것을 미봉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기대 목사 / LA 평화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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