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너무 북한 같아서 싫다'
'교회? 너무 북한 같아서 싫다'
  • 박지호
  • 승인 2014.07.07 10:5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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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민이 교회에 나가지 않는 이유

새터민(북한 이탈 주민을 순화하여 부르는 말)이 한국 교회에 적응하는 정도를 통일 이후 북한 선교의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 치자면 현재로선 낙제점에 가깝다. 새터민이 한국에 들어올 땐 대부분이 기독교인이지만 5년 뒤까지 교회에 남아있는 사람은 드물다는 게 양정지건 통일사업팀장(한빛누리)의 설명이다. ‘북한이 싫어서 나왔는데 교회가 북한 사회보다 더 하다’며 양 팀장은 새터민들의 입을 대신해 ‘교회에 나가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 사회에서 점점 소외되어가는 새터민은 한국 교회에서마저 주변인으로 전락하고 있다. 미국에 있는 200여 명의 새터민을 이웃으로 두고 있는 미주 한인 교회들도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다음은 지난 16일, 대북 선교 세미나에서 양정지건 팀장의 강의 내용 중 새터민에 관한 부분을 요약·정리한 것이다.

한국 올 땐 기독인, 5년 뒤엔 반기독인?

새터민과 교회에 관한 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새터민이 한국에 들어오면 먼저 하나원에 입소해 적응에 필요한 기본 소양 교육을 받는다.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고 나올 때 거의 대부분 기독교인이다. 하지만 ‘5년 후면 대부분의 새터민이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는 구체적인 통계들이 나와 있다. 한국 교회 새터민 선교의 현주소다. 새터민들이 교회에 가서 5년 만에 교회를 떠나는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흔한 경우가 ‘북한이 싫어서 나왔는데 도리어 교회가 너무 북한 사회 같아서 싫다’는 거다.

   
▲ 갈수록 증가하는 새터민의 숫자. 한국과 제3국을 거친 새터민들이 미국으로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 (출처 : 위키피디아)

새터민에게 복음을 전달하는 방식이 좀 더 부드러워져야 한다. 새터민들이 북한을 빠져나와 중국에 있는 선교사들이 마련한 거처에 머물기도 하는데, 아침에 눈 뜨자마자 자기 전까지 성경을 읽게 하고 암송을 강요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억압이 싫고 자유를 원해서 나온 것이 이들의 기본적인 정서인데 강압적으로 종교 활동을 요구하는 것이 결국 이들을 교회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것 이다.

돈으로 믿음 사려는 한국 교회들

새터민이 교회에 나가지 않으려는 또 다른 이유는 한국 교회가 새터민을 동등한 교인으로 인정하지 않고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독교인들이 누군가를 도울 때 주의해야 할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어려울 때 돕는 건 필요하겠지만 항상 도움을 베풀어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태도가 이들을 수동적이고 소극적으로 만든다. 공동체에서 주체적으로 설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교회 안에서 중요한 직책도 맡게 되고, 그래서 도움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교회에 비교적 잘 뿌리를 내린다.

한국 교회가 좋은 일을 많이 하지만 그 좋은 일을 복음을 전하기 위한 미끼로 사용하려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 새터민들 많이 나가는 몇몇 교회가 있는데 출석 횟수를 체크해서 돈을 주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주일이면 몇 군데 교회를 순회하는 다니는 새터민들까지 생길 지경이다. 몇 년 지나면 그나마도 안 준다. 돈 때문에 다녔는데 돈을 안 주니 더 이상 교회에 나갈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돈으로 믿음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한국 교회는 기억해야 한다.

서로 섞이는 연습을 많이 하자

미주에만 200명이 넘는 새터민들이 살고 있다고 북한 선교 전문가들이 말한다. 4,000개에 육박하는 미주 한인 교회들이 이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한인 사회와 교회가 배타적이라 커뮤니티 안에 '이물질'이 들어오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새터민이나 조선족이 교회 공동체에 들어가면 스스로가 이물질이라고 느끼고 더 이상 견디지 못하는 거다. 

교회 안에서부터 이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지 못한다면 통일 이후에도 한국 사회에서 북한 사람들을 무시하고 이들을 마치 이등국민으로 여기는 일들이 반복될 것이다. 미국 사회는 다양성을 실험해볼 수 있는 좋은 환경이다. LA에 탈북자 교회도 있고 조선족 교회도 있다. 한인 교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이들과 함께 교류하면서 자유롭게 섞이는 시도를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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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2015-10-21 22:21:33
제가 다니는 교회는 참고로 야탑동에 있는 분당할렐루야교회인데 거기서도 탈북자들 많이 다녀요~!!!! 그리고 보수근본주의성향의 교회지만 그래도 다른 대형교회에 비하면 그나마 온건보수근본주의에 속해 제가 거기 성가대원으로 일하는데 아주 강경한몇몇분들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온건하신분들이 많아요~!!!

지나가다 2014-07-13 19:08:22
"한국에 새터민들 많이 나가는 몇몇 교회가 있는데 출석 횟수를 체크해서 돈을 주는 경우가 있다." 정말 이런교회가 존재하나요? 사실이라면 경악할 일 입니다. 그 교회 목사와 재직회는 정말 교회의 악을 키우는 자 들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