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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실장은 2007년은 그동안 개신교를 안팎으로 대변해온 '랜드마크'들이 몰락한 시기였다고 말했다. 이랜드 사태가, 아프간 사태가, 장로 대통령 만들기가 그랬다. 기독교 기업을 표방하던 '이랜드'는 존경은커녕 비정규직 문제를 가장 못 다루는 기업의 대명사로 꼽히고 있고, 한국 개신교가 선교사 파송 세계2위라며 '선교 대국'을 자처하지만, 아프간 사태는 한국 선교의 부실한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또 열심히 사회참여하고, 고지로 올라가 세상을 바꾸자며 대통령까지 만들어냈지만, 오히려 사회로부터 외면당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양 실장은 이 같은 상황을 '딜레마'로 표현했다. 예전에는 당연히 욕먹을 만한 일로 교회가 손가락질 받았다면, 이제는 그간 한국 교회가 잘해왔다고 자신 있게 말해온 일들이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교회가 열심히 추구해온 일, 비교적 성공적으로 해온 그 일들이 문제의 핵심으로 부상했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위기 상황에 맞닥뜨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계는 현재의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진지하게 성찰하는 대신 '더 열심히, 더 잘하자'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상황이다. 양 실장은 "그간 우리가 잘했다고 자부했던 일들이 문제의 핵심에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하던 일을 '더 세게, 더 열심히' 하는 것을 상황 극복의 대안으로 삼을 수 없다"고 말하며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했다.
그가 말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은 무엇일까. '교계(church society) 패러다임'을 '기독교 사회(Christian society) 패러다임'으로 바꾸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한국 개신교는 흔히 '교계(church society)'로 표현되는 목회자 집단에 의해 대표되었다. 때문에 일반 성도들의 생각이나 관점과 대치되는 의견들이 교계의 연합 기구나 교계 지도자들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양 실장은 이런 현상을 '목회자의 과잉 대표성'이라 일컬었다.
이제 더 이상 교계 단체와 목회자가 대표성을 독점하는 구조가 아닌, 다양한 하나님나라의 주체들이 자기 역할을 맡으면서 활동하는 기독교 사회(Christian society)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래서 목회자는 목회 영역에서, 기독 교사는 기독 교육의 영역에서, 기독 법률가는 법조계에서 각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양 실장은 '급진적 재고'를 주문했다. 여기서 급진적 재고는 자기 성찰성을 회복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이런 성찰은 교회가 스스로를 상대화시키고,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사역들을 낯설게 여길 때 이루어진다고 지적했다.
양 실장은 지금껏 우리가 당연히 여겨왔던 것들, 그것이 교리적이든, 삶의 양식이든 지금껏 당연시하던 것에 의문을 가져보고, 새롭게 의미를 규정해보자고 촉구했다. 양 실장이 말한 성찰의 범위는 기독교계 내부뿐 아니라, 한국 사회까지 포함하고 있다. 사회 전반은 이미 변화를 거듭해 무신론과 종교다원주의가 사회 전반에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크리스천들은 이런 변화된 게임의 룰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테니스 치러 갔는데 농구를 하고, 축구장에 야구 배트를 들고 들어오는 반칙을 저지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일반인들이 만들어놓은 게임의 룰을 이해하고, 한국 교회가 어떤 운동장에 있는지, 어떤 게임을 해야 하는지 게임의 룰이 무엇인지 알아갈 때 세상과 진정한 소통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 교회가 스스로를 성찰하고, 사회 전반의 변화된 상황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 양 실장이 이제 '학습 모드'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예전엔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 결과가 이렇게 어이없이 무너지고 반발을 초래하는 걸 보면서 자신과 남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습과 연구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했다. 양 실장은 "근래 기독교계에 자생적으로 생기고 있는 아카데미나 연구소와 같은 연구와 교육을 수행할 공간이 확보되어야 하고, 그런 작업들이 대중적으로 공유되고 확산되어야 한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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