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과 금'이 넘치는 교회...!?
'은과 금'이 넘치는 교회...!?
  • 강만원
  • 승인 2014.10.31 02:1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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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만원 © <뉴스 M>

물이 고이면 반드시 썩는다. 그리고 썩은 물은 악취를 풍겨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물은 계속 흘러야 한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서서히 흐르면서 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시며 곳곳에 생명을 전해야 한다. 그것이 생명력을 지닌 물의 존재이유다.

물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세상의 재물도 고루 쓰이지 않고 한 곳에 고이면 썩을 수 밖에 없다. 탐욕으로 썩고, 방탕으로 썩고, 교만으로 썩고, 갈등으로 썩을 수 밖에 없다. 물이 썩어 고약한 악취를 발하듯 재물이 고이면 더러운 냄새를 풍긴다. 재물에서 썩은 냄새가 나서가 아니라, 재물을 향한 탐욕이 속절없이 사람을 타락과 부패로 썩히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이토록 타락하고 목회자들의 부패와 비리가 코를 찌르듯 악취를 뿜어내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흔히 지적하듯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목사들의 허술한 자질 때문일까? 물론 학문의 깊이도 여러 이유들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다. 버젓한 신학교가 제대로 없던 시절에 오히려 목사들은 지금보다 한결 깨끗했다.

원인이야 여럿 있겠지만, 교회가 타락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교회에 재물이 넘치기 때문이다. 교회 곳간에 닥치는 대로 쌓아둔 ‘은과 금’이 차고 넘치면 마치 물이 고여 마침내 썩듯 교회는 타락하고 만다. 교회는 훗날을 기약하며 재물을 쌓아두는 닫힌 곳간이 아니라, 가난한 이웃을 위해 수시로 재물을 나눠주는 열린 곳간이 되어야 한다.

성전 미문에서 구걸하는 앉은뱅이 걸인에게 베드로가 외쳤다 . “내게 은과 금은 없거니와 내게 있는 이것을 네게 주노니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행 3:6) 영역본 성경을 보면, 본 구절은 복문으로 구성된 한 문장이 아니라 분리된 두 문장으로 이루어졌다. 즉, ‘...없거니와... 걸으라’가 아니라 ‘...없다. 그러나(But)... 걸으라’로 엄연히 다른 형식이다.

무슨 뜻인가? 은과 금이 ‘없을 망정’ 다른 것이 있다는 애매한 뜻이 아니라 은과 금이 없기 때문에 다른 소중한 것, 즉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이 드러난다는 뜻이다. 교회의 곳간에 재물이 넘치면 그만큼 역비례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영성은 초라하게 사그러든다. 재물을 지니면 사람은 너나없이 재물의 능력(power)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만약 베드로에게 은과 금이 넘쳤다면 과연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이 나타났을까? 예수께서 제자들을 파송하면서 ‘돈주머니’를 차지 말라고 말씀하셨던 이유는, 돈에 의존하지 말고 온전히 주님의 능력에 의지하라는 준엄한 명령이다. 은과 금이 넘치면 그 다음에 영성을 잃는 것이 아니라 좀더 정확히 말하면, 곳간에 은과 금을 쌓아둔 교회는 이미 예수 그리스도의 영성을 상실한 교회이다.

주께서 도우라고 명령하신 세상에는 먹을 빵이 없어 굶는 자, 마실 물이 없어 목 마른 자, 돈이 없어 병든 채 죽어가는 자가 차고 넘치는데 곳간에 재물을 넘치도록 쌓아두고 예배당 지을까, 선교센터 지을까, 교육관 지을까 고민하는 교회에 과연 예수 그리스도의 영성이 존재한다고 보는가? 목사에게 전별금으로 수십 억 줄까(삼일교회), 쓰는 김에 수백 억 줄까(순복음교회) 고민하는 교회에, 그리고 예배당 지으려고 수천 억을 퍼붓는 교회(사랑의 교회)에 과연 그리스도의 거룩한 영이 존재한다고 보는가?

예수 그리스도의 ‘특별한 영성’은 신비한 표적을 드러내는 초월적 능력이 아니다. 사실상 기적같은 신비한 현상은 타종교나 심지어 이단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병을 고친다든지 귀신을 내쫓는 능력은 일부 용한(?) 무당들이나 축귀사들에게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런 허접한 이방의 잡신들과 달리 예수 그리스도의 특별한 영이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사랑의 영’이다. 그리고 사랑의 영은 허세와 탐욕을 모두 내버린, ‘가난한 영성’에서 비롯된다. 겸손하지 않는 자가 진실로 사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회는 주저없이 곳간을 비워야 한다. 성경적 근거도 없는 십일조를 거둬들여 화려한 건물 짓는데 혈안이 되고, 겉멋에 빠진 종교인들 허세 부리는데 헛되이 낭비하지 말고 곳간을 비워 가난한 이웃을 위해 아낌없이 나눠주어야 한다. 돌보고 섬기는 이웃 사랑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실천하고 전파하는 것, 그것이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교회를 세우신 명백한 존재이유가 아닌가.

강만원 / 종교, 철학 부문의 전문번역자. 작가.
성균관 대학교와 프랑스 아미엥 대학에서 공부했다. "당신의 성경을 버려라"의 저자이며 종교, 철학 부문의 전문번역가로 활동한다. 단순한 열정, 젊은 날 아픔을 철학하다, 신이 된 예수, 루나의 예언, 자연법의 신학적 의미, 예수의 역사와 신성 외 다수의 작품들을 번역했으며, '아르케 처치'에서 성경강의 및 번역, 출판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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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두기 2014-11-21 05:22:14
"성경적 근거도 없는 십일조"라니... 제발 주일에는 설교도 좀 듣고 성경공부에도 참여하시기 바랍니다.

십일조는 대단한 것이 아니라 믿는자로서 해야하는 아주 기본적인 자세일 뿐입니다.

행복한 인생 2014-11-01 11:02:43
사도 바울도 돈이 넘쳐나는 사역했으면 조용기나 오정현 또는 조엘오스틴처럼 결국은 웃기는 천한 인간이 돼 버리고 말았을 겁니다. 그래서 때로는 돈이 없어서 억지로라도 주님따라가는 인생이 결국은 행복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