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적 설교', 이렇게 준비하라
'영성적 설교', 이렇게 준비하라
  • 박지호
  • 승인 2009.08.1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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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신학생 멘토링 컨퍼런스 4, 김영봉 목사의 주제 강의

'영성'과 '대중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설교가 가능할까. 설교 비평으로 널리 알려진 정용섭 목사(대구성서아카데미)는 그 가능성을 '기독교 영성'에서 찾았다. 그리고 와싱톤한인교회 김영봉 목사를 '영성적 설교'의 대표적인 모델로 꼽았다.

"설교자가 기독교 영성의 깊이로 들어간다면 그의 설교는 신앙의 깊이를 담는 것은 물론이고, 상당한 정도의 대중성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 영적 현실의 존재론적 신비를 뚫어보며 실제의 삶에서 경험하면서, 그것을 청중들에게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영봉 목사는 명실상부하게 영성 설교자로 불릴 만하다. 영성 설교자로 불릴 분들이 많지 않은데, 그런 이들 중에서도 그는 독보적이다."(<기독교사상> 2007년 7월호 정용섭 목사의 설교 비평 중에서)

한국 교회에 '영성적 설교'라는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한 김영봉 목사는 <미주뉴스앤조이>가 주최한 신학생 멘토링 컨퍼런스에서 자신의 영성적 설교 방식을 신학생들과 함께 나눴다. 김 목사는 강의를 통해 영성적 설교란 어떤 것인지, 어떻게 설교를 준비해야 하고, 설교자는 어떠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짚어나갔다.

김 목사는 "영성적 설교 방식을 모범적인 모델로써 제안하고 따라오라는 게 아니라, 생각해볼만한 하나의 대안으로, 그리고 실험적인 설교 모델로 여겨주기 바란다"며 강의를 시작했다. 다음은 김영봉 목사의 강의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 한국 교회에 '영성적 설교'라는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한 김영봉 목사는 <미주뉴스앤조이>가 주최한 신학생 멘토링 컨퍼런스에서 자신의 영성적 설교 방식을 신학생들과 함께 나눴다.
한 가지 주제(One Big Idea)를 깊이

제 설교의 특징은 서론, 본론, 결론으로 이어지는 3대지 설교가 아니라, 한 가지 큰 주제((One Big Idea)를 붙잡고 이야기식으로 설교를 이끌어간다는 것이다. 본문이 대지별로 나누도록 허락하고 있으면 그렇게 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드물다.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깊이 끌고 들어가는 설교를 하되, 기승전결의 이야기식(storyline) 전개 과정을 유지하면서 논지를 전개해 나간다.

이에 비해 대지식 설교는 긴장감이나 내적인 다이내믹이 부족하다. 하지만 기승전결식의 구조는 단일한 주제를 가지고 문제의식을 제기하면서 깊이 파고 들어가며 결론을 이끌어내기 때문에 청중이 결론에 가서 '옳다 이거다' 하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식의 설교 방식은 제대로 준비하면 회중이 강력하게 집중할 수 있고, 그 영향력도 파워풀하다.

디아트리베(diatribe)를 활용한다

또 하나의 특징은 '디아트리베'(기자 주, diatribe :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대화 형식의 논법)라는 문학적 도구를 자주 사용한다는 점이다. 청중의 입장에서 질문을 제기하고, 이에 설교자가 자답하면서 회중의 생각을 자극하고 유도하는 방식이다. 바울이 서신서에서 자주 쓰던 수사법인데, 의식적으로라기보다 무의식적으로 바울의 설교 방식을 따라간 것 같다.

디아트리베라는 도구는 설교자에게나 청중에게나 매우 유익하다. 일단 설교자가 세일즈맨처럼 자신도 믿지 않는 것을 팔려고 한다는 청중의 의심을 걷어낼 수 있다. 목사도 우리와 동일한 고민을 가진 구도자의 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면서 설교자의 인격에 대한 신뢰를 보내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정답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믿는 바와 믿지 않는 바에 대해서 정직하고, 믿는 것에 대해서는 내가 왜 믿는지 분명히 인식하고, 내적인 씨름을 치열하게 거치면서 설교를 준비해야 한다.

설교, 어떻게 준비하나? … '착상'으로 '책상'으로

설교를 준비할 때 번뜩이는 '착상'에 의존하는 것보다 '책상'에서 붙들고 씨름하는 과정을 거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설교자가 은혜 받은 내용을 설교 본문으로 선택하는 것은 위험성이 있다. 성도들이 목회자의 기호에 따라 편식하게 된다. 설교자는 설교 준비에 안위하기 쉽고, 본문 해석 능력이 점점 퇴화된다. 아무런 메시지가 나올 것 같지 않은 본문을 통해서도 메시지를 끌어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주로 주말이나 월요일에 본문을 정하는데, 보통 주일날 저녁에 다음 주 설교 주제를 생각하면서 잠자리에 든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가 아니라, 말씀이 나에게 무엇을 말하는가를 살피면서 설교를 통해 전달할 한 가지 주제를 찾는다.

주제를 정할 때 던지는 4가지 질문

설교 주제를 택할 때 던지는 네 가지 질문이 있다. 회중들에게, 이 시대에, 또 우리 교회에 적합한 주제인가(Is it relevant?), 얼마나 긴급한 주제인가(Is it urgent?), 성서적인 진리에 근거한 본질적인 주제인가(Is it essential?), 성도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주제인가(Is it transforming?), 회중의 믿음을 심화시킬 수 있는 주제인가(Is it deepening?)를 계속 묻는다. 이런 질문을 통해 긴급하면서도 적합한, 그러면서도 복음의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성도들의 믿음을 심화시켜 그들의 삶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주제를 찾는다.

한 가지 주제가 본문에 근거하고 있음을 확인하면, 월요일 이후에 지속적으로 주제와 본문을 묵상하고 곱씹으면서 소화시킨다. 기도, 산책, 사색 등을 통해 그 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구상한다. 이후에는 긴장감을 가지고 어떻게 청중과 소통할 것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설교자는 설교를 통해 회중들의 관심을 하나님께 집중시키려는 전심전력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설교자들 중에 회중에 대한 존중심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주제에 대한 묵상을 마치면 설교 원고를 작성한다. 원고 작성 후 재검토 과정을 꼭 거치는데, 초고를 마치고 다른 일(운동, 회의, 식사, 심방)에 관심을 돌린 다음 얼마 후 다시 읽으면서 정리한다. 재검토를 할 때는 가능한 아내에게 들려주고 아내의 코멘트를 받는다. 평신도의 관점에서 설교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고 주문한다. 결코 표적 설교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부지불식간에 누군가를 표적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무의식중에 어느 대상을 향한 내 정서가 반영되었을 때 아내는 그것을 예리하게 잡아낸다. 설교 준비에 굉장히 좋은 도움이 될뿐더러, 부부가 한 마음으로 목회하는 데 큰 보탬이 된다.

설교 검토하면서 던지는 5가지 질문

설교 원고를 재검토하면서 던지는 다섯 가지의 질문이 있다. 먼저 지금 이 설교가 진리를 담고 있는가(Is it truthful?) 물으면서 혹여 진리를 가장해 교인들을 선동하고 있지 않는지 체크한다. 또 설교가 은혜를 담고 있는가(Is it graceful?) 살펴본다. 웨슬리의 은총의 낙관주의를 믿기에 끊임없이 은총을 강조하다보면 변화가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현재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믿음과 생각의 허점을 드러내고 다시 생각하도록 만드는 요소가 있는지 (Is it wit-ful?) 물어보고, 덮어주고 무마해주는 설교가 아니라 흔들어 깨우는 설교인지(Is it challenging?) 자문한다. 마지막으로 설교를 듣고 나서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니라 실천하고 도전하도록 만드는 설교(Is it practical?)인지 묻는다. 이런 질문에 매번 답할 수 없지만 가능한 모든 조건에 부합하기 위해 애를 쓴다.

설교의 결론에서는 회중의 다양성을 고려해서 도전한다. 아직 믿지 않는 사람, 결단했지만 아직 신앙이 어린 성도, 오래된 신자들까지 배려하며 각각에 맞게 도전한다.

'설교자의 에토스가 가장 중요하다'

목회자는 먼저 영성 생활에 정진해야 한다. 설교자의 에토스(기자 주, 화자의 고유 성품을 뜻한다)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려면, 로고스와 파토스와 에토스가 고루 작용해야 한다. 로고스는 설교의 내용이라면, 파토스는 설교의 내용과 전달 과정에 개입하게 되는 정서적 차원을, 에토스는 설교자 자신의 영성과 인격의 차원을 가리킨다.

현대 커뮤니케이션 이론에 의하면, 의사소통에 있어서 로고스는 역할은 30% 정도라고 한다. 결국 가장 큰 영향력은 목회자의 에토스와 파토스에 달려 있다. 설교자는 로고스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함께 자신의 에토스의 힘을 키우는 일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서를 붙들고 씨름하기를 즐기고, 폭 넓게 독서하고, 깊이 사색하고, 고되게 연마하라. 설교의 기술은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겠지만, 에토스의 힘을 기르는 데는 지속적인 영성 생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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