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권력에 빠진 개신교 정면 비판
[시사IN], 권력에 빠진 개신교 정면 비판
  • 진민용
  • 승인 2009.09.11 2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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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특집호 'MB 시대의 개신교', 교회의 권력화 신랄하게 지적

시사 주간지 <시사IN>이 104호 특집 기사에서 'MB 시대의 개신교'라는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 이 잡지는 한국교회가 예수보다는 권력과 돈의 노예가 되어가는 현실을 꼬집었습니다.

서두에는 한완상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의 저서 <한국 교회여 낮은 곳에 서라>를 인용해, "세상은 달라졌는데 교회 권력은 더 타락했다"며, 한국 교회가 세상의 빛이 되기에는 너무 어두컴컴하고, 세상의 소금이 되기에는 너무 역겨운 냄새가 번져 나온다"고 비판했다고 전합니다.

특히 잡지는 지난 8월 종교별 신뢰도 조사 결과 개신교(26.9%)가 가톨릭(66.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이 같은 원인에 대해 문대골 목사(예수살기 상임대표)의 말을 인용, "기독교인으로서 곤혹스러운 미래가 펼쳐져 있다. 개인적인 종교 활동마저 어려울지 모른다. 교인들이 목사만 바라보고 추앙하는 한 기독교의 미래는 어둡기만 할 뿐이다"라고 전했습니다.

▲ <시사IN>은 교회가 예수에 무관심해서 욕을 먹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회가 욕먹는 원인은 예수에 무관심하기 때문

이 잡지는 교회가 욕을 먹는 가장 큰 원인으로 교회가 예수에 무관심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예수는 낮은 곳으로 내려갔는데, 한국 교회와 교인들은 높디높은 곳으로만 올라가려 하기 때문이다. 사회학자들은 한국 개신교는 권력의 한 축이 되어 군림하는 종교가 되었고, 대형 교회를 지향하는 부자들의 종교가 되었다고 진단한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 인물들이 반(反)기독교적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개신교에 대한 비판은 더욱 심화되었다." (37쪽)

아울러 이 잡지는 이명박 대통령을 당선시키려 개신교가 조직화되었고, 당선 이후에는 그 권력의 핵심부에 포진하는 등 지나친 정치색을 띤 보수 교회와 목사들, 그리고 뉴라이트 등의 세력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십자가', '고난', '사랑', '가난' 단어 사라져가고 값싼 축복에 도취
 
한편 잡지는 교회가 대형화되면서 점차 민족을 선도하는 역할을 저버리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일부 대형 교회는 사랑보다 성공에 집착하고 있고, 교인들 사이에는 이제 어느 교회를 다니는지, 어떤 목사를 섬기는지가 신앙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교회가 전도 그리고 헌금과 십일조에 집착하기 시작하면서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성경 구절을 강조하는 교회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하고,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는 누가복음 16장 13절의 구절까지 인용해놓고 있습니다.

▲ 박득훈 목사는 "대형 교회 목사가 주고자 하는 영적인 상품은 성공의 복음, 값싼 은혜다. 교회가 하나님 공동체가 아니라 소비 공동체로 변모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권력에 빌붙은 목사들, 교인들 돌아서다
 
이처럼 한국 교회가 예수의 가난과 고통, 그리고 십자가의 정신을 외면하고, 오직 축복과 성공, 그리고 권력의 시녀가 되면서 교회의 젊은이들조차 환멸을 느끼게 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초기 내각의 57%, 청와대 수석의 50%, 청와대 비서관의 39%가 개신교 신자였다며, 지금도 소망교회를 비롯한 대형 교회 출신 인사들이 권력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 교인들이 보여준 도덕성은 심각한 지경이라고 지적합니다.

▲ <시사IN>은 이명박 정부 초기 내각의 57%, 청와대 수석의 50%, 청와대 비서관의 39%가 개신교 신자지만, 정작 이들이 보여준 도덕성은 심각한 지경이라고 지적한다.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추부길 목사는 촛불 집회 참가자들을 '사탄의 무리'라고 비난했다. 정작 자신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김성이 전 보건복지부가족부 장관은 재임 당시 '양극화는 신앙심이 부족한 탓이다'라는 기고문을 실었다. 그녀는 논문 표절, 투기, 세금 탈루 등으로 취임 4개월 만에 사직했다. 최근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와 김준규 검찰총장까지 정부 요직에 오르는 사람은 대부분 개신교인인데, 예수를 섬긴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이는 거의 없다." (40쪽)

넘쳐나는 목사들, 스스로 '소명'의 함정에 빠진 사람들

지난 5월에 치러진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목사 고시 합격자가 발표됐습니다. 합격자 숫자가 전국적으로 1,000여 명이나 됩니다. 한 교단이 이런 실정이면 한국에 있는 크고 작은 교단을 모두 합하면 한 해 배출되는 목사의 숫자가 도대체 얼마나 많을까요.

문제는 이런 목사의 과잉 공급이 한국을 복음화하고, 교회들이 각 지역을 파고들어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낸다면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은 도대체 그 많은 '빛'은 온데간데없고, 소금은 너무 많아 짜서 마실 물도 없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들 목사 초년생들이 대부분 로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조용기 신화' 아닐까요. "나도 성령 받고 능력 받아 '크게' 쓰임 받겠다"는 야심과 욕심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러면 결국 한 해 수천 명의 목사들이 바로 '정상'을 향해 달음질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 '정상'에 가는 것만이 하나님이 자신의 손을 들어주는 종착역이라고 생각하니까요.

"하나님이 나를 주의 종으로 불렀습니다"라며 일종의 '소명'을 주장합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해서 '목사'만이 소명자가 아닙니다. 정작 소명이라며 목사가 된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은 '세상의 실패'를 소명의 증거라고 생각하거나 '주변의 추천' 또는 '부모의 기도' 등을 꼽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목사가 안 되면 오히려 더 교회와 교인들을 잘 섬길 사람들입니다.

어쩌면 목사가 되려는 마음 한 구석에는 '영적 우월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평신도 시절에 최선을 다해 교회를 섬기고 봉사를 하는 사람들은 굳이 목사가 될 욕심 따위는 없습니다. 그저 그 자리가 자신의 소명이라고 믿고 교회를 섬기고 기도하면서 살아갑니다.

유난히 한국 교회는 '목사'의 환상에 빠진 경우가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목사가 된 이후에도 그 욕심은 끝이 없어서 "주의 쓰임을 받으려면 교회 짓고, 노회장 되고, 총회장 되고, 외제차 타고……" 따위의 철저히 세속적인 인기와 권력에서 허우적대다가, 그것들이 주는 달콤함에 도취됩니다. 결국 예수의 '강도당한 사람의 이웃'이나, '가난한 나사로'의 경우는 저주받은 족속들이나 당하는 천벌이라고 믿게 됩니다.

그쯤 되면 예수의 십자가와 성령의 능력은 오직 자신의 권력을 유지시켜주는 '에너지'에 불과하다고 믿게 되고, 교인들을 돌아보거나 재개발로 쫓겨나가는 불행한 이웃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 안명진 목사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 교회와 정부가 오버랩되고 있다. 정부가 부자 편이라는 못마땅한 이미지가 기독교에 투영된다"고 말했다.
한국 교회, 살찌는 것과 자라는 것 구별 못해

이처럼 축복과 성공의 메시지로 머릿속은 고급화됐고, 교회 주차장에서도 외제차가 대접을 받으며, 수십억 원의 은행 빚을 지면서까지 초대형 교회 건물을 지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바로 <시사IN>이 지적한 것처럼 '왜곡된 성경 해석' 때문입니다.

자신의 입맛대로 해석해버리고, 해석하고 싶은 것만 해석하며, '잘된다' '복 준다'는 내용만 뽑아서 외우면 실제 그렇게 될 것이라며 세뇌를 시키는 '이상한 복음'을 믿는 것입니다. 성경 어디를 봐도 '인간의 욕심을 채워주시는' 하나님은 없는데 말입니다. 또한 교인의 숫자가 많은 것을 마치 '성공적인 목회'라는 이상한 논리에 빠진 목사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세 살배기 어린 아이의 몸무게를 70kg로 찌워놓고 "잘 자랐구나"라며 최면을 걸고 있지만, 결국 심각한 질병에 걸리게 하는 무책임한 부모입니다.

교회는 숫자가 많아서 '성장'하지 않습니다. 그건 단지 '살이 찐' 것일 뿐입니다. 그야말로 세 살배기가 네 살이 되고, 열 살이 되면서 '나'뿐 아니라 '너'를 알고 이해하게 되고, 달콤한 초콜릿뿐 아니라 쓴나물을 먹어서 영양분을 섭취할 줄 알게 되는 것입니다.

한국 교회는 너무 비만합니다. 살을 빼야 됩니다.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과 살찐 사람이 되는 것을 혼돈해서는 안 됩니다. 교회 자체적인 자정의 목소리를 잃으면 <시사IN>과 같은 세상의 지팡이들이 교회를 내려치게 될 것입니다.

장로 대통령 덕분에 재미 좀 보시는 권력에 취해 있는 일부 목사님 여러분, 그리고 '스타' 목사와 친분 있다는 것으로 자신의 신앙이 대단하다고 착각하시는 일부 교인 여러분, 다시는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소식을 세상의 '언론'으로부터 접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게 가난한 한국 교회 교인들이 바람입니다.

* 이 글은 한국 <뉴스앤조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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