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 합헌’, 묻혀진 소수 의견들
‘동성결혼 합헌’, 묻혀진 소수 의견들
  • 양재영
  • 승인 2015.07.01 13:11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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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교회 안에서 바라본 세대별 입장 정리

지난 26일 연방 대법원은 동성결혼이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36개 주에서만 허용되던 동성결혼은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었다.

이번 동성결혼 합헌에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평등을 향한 우리의 여정에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평했지만, 보수적 남부와 한인교회들은 일제히 ‘사탄의 계략’, ‘종교적 진리 수호투쟁’ 등을 내걸며 교회와 단체의 힘을 합쳐 대응할 것임을 천명하기도 했다.

이번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헌 결정에 대해 한 교회의 교인을 연령별로 인터뷰함으로, 세대별로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을 알아보았다. 부정적 시각을 가진 기독교인들의 입장은 일반 언론을 통해 이미 많이 소개되었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하는 기독교인을 찾아보고 싶었다. 그들의 반응은 일반 언론에 보도된 것과는 많이 달랐다. '동성애 = 죄'라는 무시무시한 선포가 교인들의 생각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교인들은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다른 기독교인들의 반응도 존중한다며 우리 교회가 특별한 교회로 보이기 원치 않기 때문에 교회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다른 교회에도 우리와 같은 의견을 가진 교인들이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 교회가 특별한 교회가 아니라 이런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와 반대 여론에 눌려 자기의 의견을 개진 못하는 차이만 있을 뿐이라는 말도 했다. 인터뷰에 응한 교인들의 이름은 모두 실명이다.

“신학은 정의실현이다” - 문영조 (70대, 장로)

   
▲ 문영조 장로

저는 어디가나 젊은 사람보다 더 앞서간다고 야단을 맞는 사람이다. 솔직히 이번 결정에 대해 대환영이고, 좀 늦었다고 생각한다. 2천년동안 끌어왔던 숙제를 드디어 미국이 해냈다고 생각하며, 이번 결정은 위대한 자유와 사상 속에서 피어난 큰 열매라고 본다.

성경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돼지고기 먹지 말라는 것도 그당시 사막에서 돼지고기 먹으면 위험하니 먹지 말라고 한 것이지, 오늘날처럼 냉장고가 있었으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성경의 한 구절을 가지고 2천년동안 벗어나지 못하는 유치한 신학을 가지고 있으면 안된다. 신학은 ‘정의실현’ 아닌가? 거기에 목적을 둬야하지, 음식이나 습관에 메여있으면 종이 되는 것이다.

“결혼의 신성함이 무너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다” - 이혜정 (60대, 권사)

   
▲ 이혜정 권사© <뉴스 M>

저는 ‘그들(동성애자들)이 내 가족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많이 생각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내 아들이 커밍아웃했을 때를 생각한 것이다. 시간을 가지고 오랜 시간 생각하니 (동성) 결혼 허락을 제도적으로 해주는 것에 대해서 큰 거부감이 없다.

내 아이가 커밍아웃을 한다고 했다면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받아 들여야 하고,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저희 세대로서는 좀 (받아들이기)힘든 일이다. 우리 세대들은 이렇게 나가다가는 자손들에게 결혼에 대한 신성함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두려움이 시간에 따라 많이 사라졌다.

“동성애는 다양성의 일부로 바라보아야 한다” - 김희정 (50대)

개인적으로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편은 아니지만, 인간평등 차원에서 잘 된 일이라고 본다. 가정에서는 약간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보며,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할 지에 대한 부모들 개개인의 책임이 커졌다고 본다.

‘이게(동성애가) 더 좋은 것이다’라는 그릇된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그냥 다양성의 차원으로 인식해야한다. 모던 패밀리(modern family)라는 TV 프로그램에서 ‘동성애가 더 모던한 것이다’라고 말하는 데 그건 옳지 않다고 본다. 동성애는 다양성의 일부일 뿐이다.

동성애에 대한 성경의 관점은 시대에 따라 해석해야 한다고 본다. 성경에선 옛날에는 여성의 인권도 보장해주지 않았다.

“그들의 정체성을 인정해야 한다” - 유영실(50대, 집사)

우리 큰 애는 학교에서 동성애 관련 프로그램을 이미 배웠다. 그 아이들의 관점은 ‘그 사람들은 그 사람이다’는 것이다. 서로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걸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상한 애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큰 애(21살)나 작은애(17살, 12학년 진학예정)는 고교 시절, 토론과 학습 등을 통해 동성애에 대한 그들의 입장이 정립 되어 있었다. 저도 마찬가지로 그들의 정체성을 인정한다. 요즘 애들은 거의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내가 사는 타운홈 단지에도 여자커플이 있는데, 이상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하는 일도 확실하고, 단지에서도 전혀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주 깔끔한 성격이고, 자기 생활을 즐기면서 사는 것 같더라.

"나도 한 때는 열렬한 동성애 반대론자 였다" - 이인숙(40대)

몇 해전까지 다른 교회 다닐 때 교회에서 반대 서명지 내밀면 가장 앞장 서서 서명하곤 했다. 그 때는 세상이 타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사회 정의에 눈 뜨게 되면서 그들을 보듬는 것도 정의의 차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땐 정말 아무 생각없이 기독교인이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이 문제를 성서 자구적으로만 보지말고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조건없는 사랑이라는 거대담론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상황을 보면 경건한 체 하는 바리새인들을 향한 예수님의 분노에 찬 말씀이 생각나기도 한다. 

 

“누구와 가정을 꾸릴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 – 김용호(30대, 장로, 민족학교 코디네이터)

   
▲ 김용호 장로, 민족학교 코디네이터 © <뉴스 M>

저희 민족학교에서는 이번 합헌 결정을 축하하고 있고, 평등과 정의를 위한 중요한 걸음이라고 보고 있다. 38년 전에도 비슷한 판결이 있었는데, 백인과 백인이 아닌 사람들의 결혼을 금지하는 법안을 폐지하는 판결이 있었다.

본인이 누구와 함께 가정을 꾸리고 살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이고, 그런 것들을 미국사회에서도, 한인사회에서도 점점 더 인정해나가는 추세여서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반 동성애가 오히려 소수의견이다” - 정하은 (20대, 대학생) 

   
▲ 정하은 © <뉴스 M>

(이번 결정은) 시간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이번 문제는 종교가 아닌 인권의 차원에서 바라봐야 하기에,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저는 한국교회들이 많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 미국교회의 젊은 층은 이것을 좋게 받아들이고 있다. 솔직히 저희들 주변에 많은 동성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한인교회들이 생각하는 더럽다거나 하는 모습은 볼 수 없다. 사회에 녹아있는 한 구성원일 뿐이다.

사실 커밍아웃을 하기 전까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 남자들은 좀 티가 나지만, 여자들은 잘 알 수가 없다.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남부 보수적인 분위기에서 자란 아이들은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분위기이기에 대놓고 말하지 못한다. 그들의 의견이 오히려 소수의견이 되고 있다.

제가 다니는 학교가 휘튼 칼리지로 기독교학교라서 더욱 이런 분위기를 민감하게 바라보고,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

“동성애 친구들이 편하고 좋다” - 조예진 (10대, 이번 가을 대학 진학예정)

   
▲ 조예진 © <뉴스 M>

이번 결정에 대해서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 성경에서 말하는 남성과 여성의 결혼이라는 정의는 좀 구태의연한 표현이라고 본다. 만약 우리가 성경대로만 본다면 돼지고기도 먹지 말아야 한다.

대부분의 10대들은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생각한다. 내 친구 중에도 3-4명의 동성애자가 있는데, 매우 편하고 친절하다.

 

 

 

 

양재영 기자 /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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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ip Im 2015-07-06 07:40:04
인터뷰한 사람 중에 다음과 같이 말한 것에 주목한다.
"누구와 가정을 꾸릴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

이 말은 '성적자기결정권'의 다른 표현이다.
이 주장이 이제는 동성결혼 합법 결정 이후 다음 문제들로 넘어가고 있다.
일부다처문제:이는 남성위주의 생각이 담긴 표현인데 일처다부제라고도 할 수 있겠다.
매춘문제:거느릴 능력은 없고 여러 여자 혹은 여러 남자를 좋아하는데 무슨 문제가 되는가?
소아성애자:어린아이를 성적인 상대로 삼는 것은 안되는가? 그러면 성적자기결정권을 포기해야하나? 어린아이는 자기결정의 능력이 없다고? 성인은 온전한 자기결정의 능력을 가졌다고 보지 않는다.
근친상간문제:성인이된 딸은 성적자기결정의 능력을 가졌다.
동물과는 어떤가? 성적으로 취향이 있는데 누가 말린단 말인가?
그외 스와핑, 혼음, 시간은 어떤가?

다음의 발언은 더욱 위험하다.
"성경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동성애에 대한 성경의 관점은 시대에 따라 해석해야 한다"
성경이 판단의 기준이 아니라 세상이 성경해석에 대한 기준이 된다는 말씀일 것이다.
그러면 후대에 또다시 세상이 동성애를 정죄하면 성경의 관점도 바뀌어 동성애를 정죄하는 것이 옳다고 하겠군.

결론적으로 성경이 어떤 말을 하든 세상을 따라 사람이 판단을 해야한다는 말이구나!

동성결혼 2015-07-04 07:45:31
동성애자들을 사랑하는 것과 동성결혼법을 인정하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성애자들도 육적으로나 영적으로나 간음하는 것 마찬가지니, 우리가 그들에게 돌을 던질 만큼 거룩한 자들은 아닌 것은 확실하다. 그들이 너희 이성애자들도 돌을 던질 만큼 깨끗하지 않다. 오히려 동성애자인 우리들이 더 사회적으로 성실하고, 도덕적으로 바르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우리는 동성애자들을 혐오해서는 안된다. 그들을 혐오하는 동시에 우리는 자신의 의를 증명하려는 더 큰 죄를 짓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성결혼의 합헌화는 다른 문제이다. 그것은 돌을 던지는 인간들에 관한 비판이 아니라, 그런 돌을 던지는 불량품(죄인)을 만들어낸(?) 하나님을 반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성결혼 합법화는 하나님을 반대하고, 그 하나님을 따르는 자들의 힘을 무력화시키려는 집단들의 꼼수의 시작에 불과하다. 거기에 감성적으로 찬성표를 던지는 분들은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기 바란다.

동성결혼 2015-07-04 07:23:28
나중에 일부다처, 일처다부, 동물과결혼, 근친결혼 모두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면 인정해줄 것인가? 그들을 정죄하자는 것이 아니라, 동성들의 결혼 합헌을 반대하는 것이다. 결혼 합헌은 단순히 그들에게 소셜 시큐리티 부부연금을 더 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금까지 수천년을 내려온 우리의 자연적이며, 성경적 관점이 잘못됬다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정부가 종교단체의 관념을 잘못되었다고 판단하고, 가르치는 일이 언제부터 있어왔나? 정부는 행정을 하는 곳이지, 도덕적 관점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위에 찬성하는 의견을 내신 분들은 가치 판단의 기준을 언론에서 찾고 있고, 주변 친구들의 대중적 판단으로부터 찾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만해도 불법이라고 판단한 기준이, 불과 10년 후에 모두 합법이고, 10년 전까지 주장했던 수천년에 걸쳐서 이어온 결혼의 개념이 불법이라고 정의했다. 당신들의 가치 판단 기준에 10년 동안 무슨 변화가 있었나? 그 안에 성경이 변했나? 당신들의 판단 기준이 변한 것이다. 말씀의 은혜를 받고, 성령이 충만하여 그 의견이 변하였나? 새로운 성경이라도 발견되었나? 대중의 선동에 의해 변화되는 가치를 당신들 인생의 가치판단 기준으로 삼는 다면 그 기준이 하나님의 말씀에 목숨을 걸고 살아야 할 기독인들에게 바른 기준이 될 수 있겠는가? 이제 법적으로 성경의 기본 가치관, 남과 여의 결합, 하나님과 교회의 연합을 통한 하나님 나라의 완성이라는 기본 개념이 허구인 것으로 여겨질 것이다. 이제 성경에서 말하는 남여간의 결혼은 불법적 글이 되었다. 그들이 말하는 차별을 조장하는 글이 되기 때문이다. 그들의 목표는 동성결혼 합헌에 있지 않다. 이제부터 자신들의 가치관과 전혀 다른 기독교의 가치 전체를 무너뜨리는데 있다. 웃으면서 사랑과 평화의 확장이라는 식으로 받아들일 일이 아니다.

욕망이라는전차 2015-07-03 10:39:19
기자님 성적소수자들이 동성애자만 있나요? 일부다처.일처다부.트랜스젠더.양성애자.1:다수.근친상간.수간등 모든 성적소수자들의 권리도 인터뷰 해주시면 어떨까요?

calvary4all 2015-07-02 00:55:20
양재영 기자님께 외람되이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동성애 혹은 동성결혼 반대를 하시는 기독인들이 이글을 읽으면 동성애 혹은 동성결혼을 옹호하고 긍정하시는 기독인들이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기인하다는 생각을 들게끔 하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