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목사'를 꿈꾸는 '양치는 선비'
'동네목사'를 꿈꾸는 '양치는 선비'
  • 양재영
  • 승인 2015.07.11 0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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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주 목사, 2015년 신학생·목회자 멘토링컨퍼런스 강사

선한청지기교회 송병주 목사 사무실은 소박함을 넘어 초라하다는 느낌을 준다. 의례 중대형교회 담임목사실에서 볼 수있는 그 흔한 안락한 소파나 현란한 책꽃이, 장식장도 변변히 없다. 소파하나 놓을 자리 없는 좁고 투박한 사무실에서 마시는 핸드드립 커피의 맛은 일품이다.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손수 내려 마시는 핸드드립 과정을 지켜보면 ‘편안함을 거부하는’ 송 목사의 목회를 보는 것 같다.

LA 동부지역에서 가장 안정되고, 견실하게 성장하고 있는 중대형교회인 선한청지기교회는 전임 송광률 목사의 아름다운 세대교체로 척박한 이민교회에 아름다운 선례를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송병주 목사는 전임 목사의 가치를 이어받아 “국민목사가 아닌 동네 목사로 살고 싶다. 세계적인 영향력은 필요없고 누구라도 만나고 싶은 목회자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는 목회관을 피력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목회를 ‘동네목사를 꿈꾸는 양치는 선비’라고 정의한다.

송병주 목사와 만나 그의 목회 여정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나눴다.

   
▲ 선한청지기교회 송병주 목사

- 신학을 하게된 계기가 무엇인가?

대학원 가기 전까지 하나님의 종이 되겠다는 비전은 선명했는데, ‘왜 목사가 되어야 하는가?’는 알지 못했다. 군대 제대 무렵에 ‘목사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목사는 말씀의 사역자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물다섯 이후부터 20년 동안 “계시의 영을 주사, 진리의 영을 깨달아 알게해 주시고, 내 안에 있는 못된 성격과 연약함을 투명하게 보게해 주시고, 타협 없이 담대히 하나님의 말씀을 증거하고, 내 연약함을 고백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라는 기도를 계속하고 있다.

- 미주로 건너오게 된 배경을 설명해달라.

2003년도에 미주로 건너왔다. 잠실중앙교회에서 분립·개척한 향상교회(정주채 목사)에서 전액장학금을 지원해줘 유학을 왔다. 덕분에 재정적 고민은 없었지만, 미주에 오자마자 어머니가 뇌종양으로 수술하고, 막내아이가 자폐진단을 받는 등 가정의 어려움이 많았다.

‘용서받음’이 제 목회에서 가장 컸던 것 같다. 막내아들 준형이가 자폐진단을 받은 걸 알고 향상교회 당회에서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말씀을 왜 우리가 송목사에게 적용하지 않는가? 5년 동안 돈으로 지원한 것보다 막내아들 준형이가 더 좋은 환경에서 있게 해주는 게 중요한 것 아닌가? 한국은 자폐아이가 자라가기 쉬운 곳이 아니다”며 연말에 마지막 고별설교를 하는 것으로 5년의 빚을 갚도록 해줬다.

향상교회를 찾았을 때 장로님들이 저를 안아주시면서 “어떤 부담감도 갖지 말고, 마음껏 미국에서 목회해라”라고 말해주셨다. 그때 저는 “아, 이게 교회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온 세상을 바꾸려 신경을 많이 쓰다보면 한 생명에게 시간을 쓰는 것이 낭비가 되는데,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것을 알면 한 생명에게 시간을 쓰는 것이 낭비가 아니다. 향상교회가 그걸 저에게 보여줬다.

- 목회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목회는 자기 자신의 마음과의 싸움인 것 같다. 아는 목사님이 교회 개혁을 위해서 자신의 재신임을 공약했는데, 나중에 저에게 “교인들이 저를 재신임할까를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을까가 더 걱정이다”며 눈물을 흘리며 말한 적이 있다.

이민교회 목회는 다른 어떤 것보다 내 마음과의 싸움인 것 같다. 박수 받는 즐거움보다 힘든 상황을 견디며, 웃으면서 갈 수 있는 맷집이 중요하다.

- 이민교회는 왜 그렇게 어려운가?

이민교회 안에는 너무 많은 가치들이 혼합되어 있다. 굶주림, 열등감, 오만함 등이 다 겹쳐있다 보니, 우리가 그곳에서 방향을 잃는 것 같다. 이민자의 환경에 교회가 갇혀버렸다. 다양한 필요를 맞춰줄 수가 없다. 어느 순간 ‘하나님이 뭘 원하시는가?’가 중요하지 않고, 이민자라고 하는 독특한 상황이 중심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민의 상황을 무시하면 안되지만, 이민자들의 ‘필요’가 하나님의 부르심이나 소명보다 크게 다가올 때가 가장 문제가 아닌가? 이민자의 다양한 필요에 목회자는 탈진하게 된다. 교인들의 필요를 전환시키지 않으면 80명이 가진 80개의 필요를 충족시키다 탈진하게 된다. 불필요한 역할이 많아질수록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 탈진 상태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자기 속에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관계가 필요하다. 서로의 위기관리를 해줄 수 있는 네트워크들이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이번 멘토링 컨퍼런스에서 좋은 교수와 목사들을 통해 배우는 것도 많겠지만, 오히려 이 과정을 통해 피어 멘토십(peer mentorship)을 더 많이 만들어 가는 게 자신의 목회의 위기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다.

멘토링이 2박 3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맺은 관계를 지속적으로 맺어가는 것이 자신이 사는 길이라고 본다.

양재영 기자 /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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