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구걸하는 거지목사
설교 구걸하는 거지목사
  • 이계선
  • 승인 2015.07.14 0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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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계선 목사 ⓒ <뉴스 M>

“3불씩 가져가던 당신이 4불을 달라면 33%인상인데 인상폭이 너무 크네요”

아내는 4불을 주면서 고개를 갸우뚱 했습니다.

나는 일주일에 세 번씩 던킨도너츠가게에 갑니다. 아내에게 3불만 달라고 하지요. 우리는 결혼초에 이런 약속을 했습니다. 재정관리입니다.

“월수입이 천만원 이상이면 남편이, 천만원이하면 아내가 맡는다”

결혼 50년동안 나는 단 한번도 돈을 주물러 본적이 없습니다. 수입이 적었으니까요. 우리집 재정관리는 아내 전권입니다. 돈에 관한한 나는 마이너스 손이고 아내는 마이더스 손입니다.

아내는 100만원이건 10만원이건 한달 살림을 하고나면 절반을 남기는 재주가 있습니다. 아내 주머니는 항상 두둑합니다. 그렇다고 짠 것도 아닙니다.

"3불이 뭐예요. 남자가 20불은 있어야지요?“

“아냐, 3불 갖고도 차고 넘치고 남아요. 해즐러커피 스몰 레귤러한잔에 보스턴크림도너츠 한 개면 2불 90센트야. 노인이라 10센트 디스카운트 받으면 21센트나 남는다구. 40분을 걸어서가고 올때는 돌섬비치로 돌아오니 버스값도 필요 없는걸”

그런데 4불을 달라고 하니 아내 눈초리가 이상할수 밖에. 사정이 생겼습니다. 언제부터 던킨가게 앞에 거지가 등장했습니다. 해적선선장처럼 생긴 애꾸눈입니다.

“커피 마시고 달랑 21센트 남았는데 이거라도 받겠소?”

21센트를 줬더니 20센트만 받고 1센트는 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4불을 달라고 증액 요청을 한겁니다. 삼일후에 갔더니 애꾸눈 거지가 아는 체를 합니다. 1불을 주니 두손을 번쩍 듭니다. 만세삼창이라도 하려나 했는데 그게 아닙니다. 할렐루야를 외치면서 축도를 하는 것 이었습니다.

“할렐루야, 갓불레스 유!”

   
▲ 겨우 낙엽 두닢인것을!

거지에게 축도 받아보기는 생전처음이라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혹시 저 거지가 은퇴한 목사님은 아닐까?‘

미국이나 한국이나 은퇴하고 거지가 된 목사님은 없습니다. 그러나 은퇴후에도 교회를 기웃거리면서 구걸하는 목사님들이 많습니다. 설교 구걸입니다. 설교를 하고 싶어서 해외선교사로 지방 신학교강사로 찾아다닙니다. 100세 된 어느 목사님은 비행기로 미국까지 와서 설교합니다. 아들 손자 사돈의 팔촌자녀들 까지 불러모아 설교콘서트를 열고 갑니다. 손주뻘 되는 이에게 물어봤더니 시큰둥합니다.

“재하자는 유구무언(在下者 有口無言)이라 참고 견디지만 솔직히 지겹지요. 해마다 너무 늙고 낡은 레코드를 다시 듣는 기분이니까요”

전국연합집회 마지막 순서자로 나온 조목사는 두손을 들기전에 입부터 열었습니다.

“내 축도하기 전에 딱 한마디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신나게 30분짜리 설교를 했답니다. 설교하고 싶어 헐떡거리는 목사님처럼 추해보이는 거지는 없습니다. 모든 목사가 다 그렇습니다. 나는 더 합니다. 뉴욕에서 20년 넘게 목회하면서 교회설교로도 모자라 나는 매스컴까지 타고 다녔습니다. 신문 잡지에 1000회 이상칼럼을 썼습니다. 라디오로 육성칼럼을 방송했습니다. TV좌담프로를 진행했습니다. 축사 격려사를 나 만큼 많이 한 이도 드믑니다.

그러나 부탁한다고 무턱대고 나가지 않습니다. 나 보다 잘하는 놈이 있으면 절대로 안 나갑니다. 들러리만 서고 마니까요. 그래도 어쩔수 없이 나가야 할때가 있습니다. 그럴때는 엉뚱한 소리로 상대를 당황케 만듭니다. 뉴욕 라디오 코리아의 2시간짜리 토요토론이 있습니다. 패널들이 양쪽으로 갈려 한시간동안 주제토론을 하면 청취자들이 1시간동안 전화 토론을 벌립니다. 몇 년 전에 있었던 어느날 주제.

“노무현전대통령이 자살하자 김동길박사는 김대중전대통령도 자살하라‘고 나왔습니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동길박사측에서 김동길박사가 나왔습니다. 한국에서 전화로 참여하지만 음감이 생생합니다. 반대측 패널로 내가 나섰습니다. 한편에 두세명씩 나오던 패널이 그날은 양자대결입니다. 천하의 김동길을 어쩌지? 김박사가 먼저발언을 할테니 말 꼬리나 붙잡고 늘어지자. 그런데 예상을 뒤 엎고 사회자는 나보고 먼저 모두발언(冒頭發言)을 하랍니다. 기선을 제압해야 합니다.“오늘토론을 준비하느라 ‘노무현전대통령이 자살하자 김대중전대통령도 자살하라’는 글을 쓴 김동길박사님의 인터넷을 열어봤습니다. 벌떼처럼 올라온 댓글 ‘자살할 사람은 김대중대통령이 아니라 바로 김동길 당신이다’였습니다. 아마 오늘 토론 끝나면 ‘이계선당신도 자살하라’고 할게 틀림없습니다. 어쩌면 우리 둘다 살아남기 힘들지 모르는데 괜찮을까요?”

사회자도 청취자들도 웃었습니다. 김박사는 횡설수설했지요.

목사 출판 기념회에 축사를 하러가자 아내가 말렸습니다.

“축사자가 10명이나 되는데 무엇하러 끼어들어요?”

“축사자중에 세계최대교회 당회장님이 오셨으니 오기(傲氣)로 나가 봐야지요”

한인회장 후원의 밤에 10명의 연사들이 찬조연설을 하고 있습니다. 연사도 청중도 하품입니다. 내가 다섯 번째로 나가 함박웃음을 터트려 줬더니 그때부터는 즐거운 잔치한마당입니다. 7번째 연사로 나선 변영로 아들 변천수가 손을 잡고 웃었습니다.

“하여튼 이목사님, 참 말 잘혀”

난 7분 연설을 위해 며칠동안 준비합니다. 둘째 딸은 그걸 모릅니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아빠는 입만 열면 짧고 재미있는 축사가 술술 나왔어요”

이민초기에 만난 아마추어 관상쟁이가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봤습니다.

“이목사님이 코미디쪽으로 나가셨다면 이주일 저리가라는 스타가 됐을겁니다”

“이주일도 못 웃기는 나를 당신이 웃기니 당신이야말로 이주일보다 나은 코미디언이오”

던킨도너츠 가게 앞에서 만난 거지가 나의 지나간 망상을 떠 올리게 해줬습니다.

‘내가 목사하길 잘했지. 목사 안하고 다른 데로 빠졌으면 아마 내가 저 거지자리에 있을꺼야!’ 

 

등촌, 이계선 목사 / 제1회 광양 신인문학상 소설 등단 "대형교회가 망해야 한국교회가 산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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