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의 방북을 보며
이희호 여사의 방북을 보며
  • 지성수
  • 승인 2015.08.12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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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성수 목사 ⓒ <뉴스 M>

이희호 여사의 방북을 보고 떠오른 사건이다. 

80연대 ‘첫토 기도회’ 라는 김대중 씨를 위해서 기도하는 소수의 목회자 구룹이 있었다. 엄혹의 시절에 마치 독립군의 비밀 표시처럼 김대중 씨와 가까운 소수의 목사들 끼리 연대감을 느끼기 위해서 만들어 달고 다니던 배지가 있었다. 배지는 동교동 김대중 씨댁 응접실의 주인 의자 옆에 항상 놓여 있는 ‘기도하는 손’ 모양의 검은 돌의 모습을 새긴 것으로 우리들에게는 매우 의미가 있는 돌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소중한 배지가 어떤 여성에게 주어서 지금은 내 손에 없다.

86년 당시 호놀룰루에 사는 2만 명 정도의 교민 가운데 4,000명 정도가 술집에서 일을 하는 여성들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처녀나 주부를 막론하고 젊은 여성들은 거의 일본인들을 상대로 하는 술집에 나간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 상황이었다.

100년 전에는 사탕수수 밭에서 노동을 하던 한국인들이 80년 대에는 유흥업소에서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매춘을 하는 것이 아니고 단순히 접대만 하는 것이어서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닐 뿐만 아니라 교민 경제의 주역이기도 했었다. 그들 중에 동생이 운영하는 식당에 단골로 드나들다가 내 이야기를 듣고 매달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보내는 이들이 생겼다.

동생이 나가는 교회의 초청으로 하와이에 가서 그동안 나에게 후원금을 제일 열심히 보내주던 제니라는 여성을 만났는데 그에게 보답할 것이 아무 것도 없어서 나에게는 매우 소중한 첫토기도회 배지를 주었다. 제니에게 배지에 대해서 설명 하면서 “내가 가진 가장 귀한 것이니 잘 간직해 두시라.” 고 했지만 제니가 지금도 배지를 가지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기호학에서 기호는 기표와 기의로 나뉜다.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가령 밸런타인데이에 갑순이가 갑돌이에게 꽃을 바치는 일을 생각해보자.갑순이는 갑돌이에게 사랑을 표시하기 위해서 하나의 기호를 만들어야 한다.발렌타인의 날에 여성 쪽에서 흔히 사용하는 기호는 장미꽃이다.그렇다고 장미꽃을 불쑥 내놓는다고 해서 기호가 되는 것은 아니다.하나의 기호를 만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한 가지는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추상적 관념인데, 이것을 기의(signified)라고 부른다. 기의는 갑순이의 머릿속에, 또는 가슴속에 들어 있는 보이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 때 보이는 의미의 운반체를 기표(signifier)라고 부른다.

갑순이가 갑돌이에게 장미꽃을 선물했을 때 장미꽃은 사랑의 기호가 된다. 그것은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의미가 배어있는 특수한 장미인 것이다.다시 말하면 기표로서의 장미꽃이 사랑이라는 기의와 결합함으로써 하나의 기호(sign)가 된 것이다.

지금의 경우 기표로서의 이희호 여사가 방북이라는 기의와 결합함으로서 남북대화의 기호가 될 수 있기 바라는 희망을 가져 보는 것이다.

 

지성수 목사 / '군종, 교목, 원목, 빈민목회, 산업목회, 개척 교회, 이민 목회등을 거쳐서 지금은 현장 목회를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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