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교육 문제로 고민하는 자매님에게…
자녀 교육 문제로 고민하는 자매님에게…
  • 김기대
  • 승인 2009.10.19 0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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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교회는 좋은 이웃이 되어주기 위해 오는 곳입니다

80년대 치열한 학생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자매님이 우리 교회에 처음 왔을 때 말이 통하는 교회를 찾기 위해 오랜 시간 방황했음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아이가 교회에 적응 못해 떠나게 되니 송구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자녀들에게 또래 집단을 형성해주지 못하는 작은 교회의 한계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비슷한 시대에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아왔던 자매님과 같은 비전을 꿈꿀 수 있다고 생각했던 터라 이번에는 마음이 더 아팠습니다. 어른 교인들도 친구가 없다고 교회를 떠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한창 예민한 청소년들이 교회에서 친구를 찾지 못해 떠나는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요.

하지만 기독교 교육에 대한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일주일에 5일은 아이들이 또래들과 어울려 지냅니다. 주말 역시 한국 학교 출석으로, 자원봉사 활동으로 그들만의 리그에서 보냅니다.

일요일만이라도 교회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며 어른들의 봉사를 배우고, 교회가 여러 가지 갈등이 있을 때 합리적으로 풀어나가는 모습을 배우고 하는 것들이 또래 교육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다행인 것은 요즘 몇몇 대형 교회들이 세분화되어 있던 교회 교육을 다시 통합하는 바람이 불고 있어 그 영향력이 퍼져나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작은 교회가 세대 통합 교육을 하면 역량이 안 되는 것이고, 대형 교회가 그렇게 하면 앞서가는 것이라는 이중적 잣대가 씁쓸하기는 하지만 좋은 결과를 가져 오면 그것으로 저는 만족합니다.

저는 제 아이들이 목사 아버지 때문에 작은 교회에서 친구 없이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의미 없는 전쟁을 일으키는 대통령이나 정책이라고는 토목 개발밖에 없는 대통령을 같은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지지하게 만드는 교회에서, 또는 타종교에 대한 혐오를 가르치는 교회에서 교육 받는 것보다는 친구 없는 편이 낫기 때문입니다. 동성애자를 비롯한 여러 소수자들을 마치 사탄 보듯이 하고, 굶고 있는 제 민족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을 퍼주기라고 비난하는 교회에 제 아이들을 다니게 할 수는 없습니다.

얼마 전 제 작은 아이가 고민을 털어 놓았습니다. 학교에서 '불량한' 친구가 자기와 친해지기 위해 다가오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주저 없이 '그런 아이들과 놀지마'라고 하려는 순간 집사람이 "그러면 네가 그 아이의 좋은 친구가 되어 주면 되겠네"라고 먼저 말해버렸습니다.

그 순간 저는 얼마나 창피했는지 모릅니다. '누가 나의 이웃이냐?'라고 묻는 사람에게 '네가 그의 이웃이 되어주라!'는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를 수없이 설교해온 목사가 막상 제 자식에게는 '불량'해서 소외된 어떤 아이의 친구가 되지 못하도록 가르칠 뻔했으니 얼마나 부끄러운 일입니까?

그렇습니다. 교회는 친구와 이웃을 찾기 위해 오는 곳이 아니라 이웃이 되어 주기 위해 존재하는 곳입니다. 아이가 되었건 어른이 되었건 그것이 코이노니아(사귐)의 정신입니다.

소외된 이들과 상처받은 이들에게 과감하게 친구가 되어주는 교인과 교회가 늘어날 때마다 사회는 더욱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부디 자매님의 아이가 이번 교회에서는 좋은 친구들을 만나 서로 격려하고 도와주는 아름다운 우정을 쌓을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김기대 / 평화의교회 담임 

* 이 글은 LA 기윤실 호루라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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