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스시맨으로 살다 (3)
목사 스시맨으로 살다 (3)
  • 조경윤
  • 승인 2016.06.11 2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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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회 뜨기(2)

"조형! 괜찮아요. 괜찮아. 날려 버려요. 과감하게 날려버려!"

조경윤 목사 (미주뉴스앤조이 자료사진)

한 번에 베어 버리지 못하고 머뭇머뭇 거리던 나에게 연어 잡는 법을 가르쳐 주었던 이형이 내게 한 말이다. 연어는 미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생선 중의 하나이다. 스시맨이라면 반드시 잡아야 할 줄 아는 생선인 것이다. 이형은 생선 가게에서 일을 하면서 하루에 39마리씩 잡았다고 한다. 한 박스에 보통 3마리가 들어 있으니까 13박스를 잡았던 것이다. 한 마디로 연어 잡는 도사가 달라 붙은 것이다.

내가 뼈를 타는 길을 잘못 잡았을 때에든지 각도를 틀리게 해서 문제를 발생시켜도 언제든지 바로 해결 해 줄 수 있는 실력자가 선생님으로 있는 것이다. 더욱이 횟집은 회덮밥이 많이 나간다. 하루에 보통 20-30그릇씩 나가기 때문에 짝투리 생선이 많이 나와도 상관없다. 생선살을 날려 먹어도 회덮밥용으로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부담감도 없다.

좋은 선생님과 최적의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나의 실력을 향상시켰다. 연어를 어느 정도 잡을 수 있게 되자 이형은 맨하탄으로 직장을 옮겼다. 3주 동안 같이 있으면서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하나님께서는 이처럼 그때 그때마다 나에게 제일 좋은 선생님을 붙여 주셨다.

단칼에 벤다는 말이 있다. 손잡이가 있는 밑쪽에서부터 칼 끝까지 전체를 이용해서 한 번에 잡아야지 깨끗하고 예쁘게 잘 잡을 수가 있다. 초보자일수록 망설이고 주저한다.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고수일수록 거침없이 칼을 휘두른다. 그만큼 많은 경험을 통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경험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많이 잡는 것이 왕도인 것이다.

나는 손에 감각이 없고, 기술도 떨어졌다. 그러나 이런 점들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감각은 반복을 통해서 만들면 되는 것이고, 기술은 끊임없이 연습하고 연마하여 향상시키고 발전시키면 되기 때문이다. 이형은 나에게 단칼에 거침없이 칼을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하나님께서는 횟집에서 생선을 배우고 생선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한 후에 고급 일식집으로 직장을 옮겨서 고급스런 스시를 배우게 하셨다. 오랜 전통의 철판요리 전문점으로 Seafood를 함께 취급하였다. 스시바에서는 실장님과 나, 두 명이 일하였기 때문에 생선을 잡는 것은 전적으로 나의 몫이었다. 실장님은 내가 연어를 잡을 때에 주방으로는 아예 들어오지도 않았다. 일체의 관섭이 없었다. 마음 놓고, 마음 편하게, 마음대로 잡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살점을 조금 날려 먹어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셨고, Hot time을 주지 않았다. 최고의 환경이었다.

한 주에 보통 세 마리에서 여섯 마리까지 연어를 잡았다. 두 마리는 내가 잘 잡을 수 있는 방법으로 잡고 한 마리는 새로운 방식을 연습했다. 유투브나 스시 책을 보면 대략 5-6가지의 방법이 있다. 한 가지, 한 가지 익수해 질 때까지 연습했고, 익숙해 지면 다른 방식을 도전했다. 지금은 나에게 잘 맞는 2-3가지의 방법을 그 때, 그 때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하여 잡고 있다. 연어를 한 200마리 쯤 잡고 나니 자신이 붙었다. 찬모 아주머니는 내가 잡아 놓은 것을 보고 "처음에는 어려워 하더니만 꼭 기생 오라버니처럼 깔끔하게 잡았네"라고 하셨다.

고급 일식집의 스시 스타일

광어를 능숙하게 잡게 되자 다른 생선들은 어렵지 않게 잡게 되었다. 스시바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는데 실장님께서 내게 우럭을 잡으라고 하셨다. 광어만 잡아보았지 우럭은 한 마리도 잡아본 적이 없는데 무작정 잡으라는 것이다. 실장님이나 늘 우럭을 잡았던 서열 2위의 스시맨은 다른 일로 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주저하는 나에게 "잡어, 지금까지 수 백 마리 지켜 봤잖아!" 잡는 것을 지켜 보았으니 잡으라는 것이다.

나는 칼을 잡고 기억을 더듬어서 우럭을 잡았다. 신기한 것은 단 번에 잡은 것이다. 그것도 잘 잡았다. 점수로 치면 85점 정도일 것이다. 농어도 마찬가지였다. 옆에서 한 번 잡는 것 보고 그 자리에서 바로 잡았다. 고등어도 단 번에 잡았고, 왠만한 생선들은 두려움 없이 잡게 되었다. 광어가 그만큼 어려운 생선이었던 것이다. 광어를 잘 잡게 되자 다른 생선들은 일사천리로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내가 경영하는 스시 가게는 작은 마켓 스시집이지만 생선의 품질과 신선도로 인정을 받고 있다. 지난 1년을 운영하면서 2일이 지난 생선은 손님에게 주지 않았다. 아침에 꺼내 놓은 생선을 하루만 쓰는 것을 원칙으로 최대 1.5일까지만 사용했다. 자신있게 손님들에게 생선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손님들도 이 점을 알아 준다. 좋은 생선으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손님에게 주는 것은 기쁨이다. 손님들이 맛있게 먹고 행복해 하면 이것이 곧 나의 행복이다. 나는 연어를 6단계로 잡는다.

첫째로 언어의 표면을 수세미를 사용해서 깨끗하게 닦은 후에 도구를 사용해서 모든 비닐을 제거한다.

둘째로 연어를 잡는다(Fillet).

셋째로 저염간장과 사께, 가다랑어포, 레몬 등을 사용해서 만든 스페셜 소스를 붓을 이용해서 정성껏 생선살에 발라 준다.

넷째로 바다 소금에 제어 둔다.

다섯째로 맑은 물에 담가서 염도가 너무 짜지 않게 한다.

여섯째로 식초를 주원료로 하는 스페셜 소스에 담가서 생선 표면이 삭게 한다.

보통의 일식집에서는 1단계에서 수세미로만 대충 딱은 후에 살몬을 잡아 사용한다. 70-80%는 이렇게 한다. 횟집에서는 여기에 소금을 살짝 뿌려준 후에 사용한다. 나는 아직까지 3단계에서의 소스와 6단계에서의 소스를 사용하는 한국집을 본 적이 없다. 이것은 일본 선생님에게서 배운 것이다. 일본 스시를 배운 사람들은 소금도 많이 뿌리고 소스도 발라 준다. 한국식과 일본식 간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우리 집은 힘들고 어렵더라도 1단계에서 6단계까지의 과정을 착실하게 수행한다. 먼저는 비싸더라도 최상의 생선을 들여 온 후에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해서 사랑으로 생선을 다룬다. 내 아내와 딸들에게 먹이는 마음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마음을 다하면 이 마음을 손님들이 알아 준다.

나는 오늘도 내가 서 있는 삶의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하나님을 예배 한다. 섬김으로 기쁨을 얻고, 정성으로 가정을 돌보고, 믿음으로 교회를 섬긴다. 나와 늘 임마누엘로 함께 하시는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신 직장에서 일을 통해서 예배하고 하나님과 교제하며 믿음을 키워 나간다. 이로 인해서 날마다 감사한 하루를 맞이한다.

조경윤 목사 / 스시 만드는 목사, 생명나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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