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야 기독교인 아니겠습니까?
그래야 기독교인 아니겠습니까?
  • 유영
  • 승인 2016.09.29 0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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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도 아들을 잃어 보셨잖아요"

부활절 즈음에 뉴저지에 방문해 허봉기 목사를 만났다. 그날 인터뷰의 핵심은 교단 관련 사안이었지만, 인터뷰 말미 딸을 잃은 마음 나누는 부분에서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때 허 목사는 "나는 이제 아들을 잃으신 적이 있는 하나님을 믿는다"는 표현이 무엇인지 담담히 말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에 그가 경험한 참담했던 시간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몰랐다.

그날 아내와 집에서 이야기 나누며, 세월호 유가족을 떠올렸다. 하나가 전부였을 그들의 마음에 무언가 위로가 되기를 바랐다. 직접 표현하지 않아도 공감이 있기를 기대했다.

최근 한국 <뉴스앤조이> 기사를 보니, 세월호 부스가 예장통합 총회에 차려졌다. 그리고 부스에서 나눠주는 책자 표지에 써 있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하나님도 아들을 잃어 보셨잖아요."

"하나님도 아들을 잃어 보셨잖아요"라는 소책자 문구를 보고 울컥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그래, 이 심정은 정말 잃어 본 사람만 안다. 내 인생 최대 고통은 아이를 유산한 일이다. 마음으로만 품어 본 아이를 잃었지만, 그 고통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아내가 죽은 아이를 꺼내기 위해 수술했던 날의 기억은 지금 떠올려도 눈물이 난다. 어떤 날은 이 기억을 꺼내면 구토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영상에 공감해 준 기독교인 중, 몇이나 세월호 유가족을 위해 공감해 줄까.

통합 총회에 참석한 목사나 장로 중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은 아마도 크게 감동했다고 100% 말해 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인공을 허봉기 목사에서 세월호 유가족으로만 바뀌어도 지금처럼 공감해 줄 이가 몇이나 될까.

정말 이러면 안 된다. 자녀를 잃은 고통은 트라우마다. 누구에게도 지워지지 않을 상처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위로해야 한다. 함께 울어주어야 한다. 그게 사람이다. 그래야 그리스도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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