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들은 동원의 대상인가?
교인들은 동원의 대상인가?
  • 이진오
  • 승인 2010.01.05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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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사랑의교회 건축 포럼 3] 사랑의교회 건축 절차에 대한 질의 몇 가지

'사랑의교회' 건축과 관련해 11월 23일 <뉴스앤조이>에 "사랑의교회, 새 예배당 건축 시동"이라는 기사가 올라온 이후 현재까지 약 30여 개의 관련 글들이 올라왔다. 한 달 사이에 거의 매일 한 편의 글이 올라왔고 논쟁도 가속화하고 있다.

사랑의교회는 '성전 건축'이란 용어를 사용했고, 건축 약정 헌금을 내는 방법을 세속적으로 제시하고, 금액이 달성된 주일을 '할렐루야 주일'로 정하는 등, 기복주의적이고 감성적인 방법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했다. 그동안 개혁적 복음주의 그룹을 이끌어 온 사랑의교회가 건축을 진행하면서 비성경적, 비신학적 개념들을 사용한 것은 실망스럽다.

그뿐 아니다. 사랑의교회 성도로 건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리던 유정훈 씨에 대해 오정현 목사가 예배 시간에 "네이버 블로그에 예배당 건축을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 여러분이 백기사가 되어 달라"고 했다. 이날부터 유정훈 씨는 항의 메일과 쪽지, 댓글 등을 통한 공격을 받았다. 불과 얼마 전에 사이버 폭력을 염려하며 정직과 감사 운동 차원에서 '클린 인터넷 캠페인'을 전개한 교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니 참담하다.

사랑의교회 건축은 제자 훈련, 교회 갱신 운동,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한계를 드러내는 사건이며, 한국 교회에 초대형 교회 건축 경쟁을 촉발하는 사건이다. 건축 결정과 진행 과정에 제기되는 절차적 문제를 몇 가지 살펴보고, 사랑의교회 측에 공개 질의를 하고자 한다.

▲ 이진오 전도사는 "사랑의교회는 애정을 가지고 요청하는 목소리에 책임과 동역자 의식을 가지고 답변하고 대화의 자리에 응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 뉴스앤조이 유연석
내부적 절차는 정당했나?

먼저 내부 절차를 보자. 언론 보도, 사랑의교회 측 기자회견 내용, 유정훈 형제의 블로그에 올라온 글 등을 보면 사랑의교회는 당회 결정으로 건축을 진행하고, 제직회의 승인만으로 건축 결정 및 부지 매입 등 모든 절차를 추진했다.

땅값 1,174억 원은 1년 예산에 2배를 넘는 비용이고, 총비용으로 제시된 2,174억 7,000만 원은 4배를 넘는 재정을 집행하는 것이다. 엄청난 예산 집행 결정과 교회 운영 방향과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 교인들의 의견 수렴 과정은 생략되었고, 최종 의사 결정 기구인 공동의회도 개최하지 않았다. 당회가 독점적으로 진행하고 6월 7일 주보를 통해 교인들에게 광고했다. 평신도를 교회의 핵심, 목회의 동역자라고 하지만, 동원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사랑의교회 정관을 보면, 당회의 권한을 "당회는 교회에 속한 자산 및 재정에 관한 일을 정리하며 본 교회에 속한 부동산, 동산의 소유권 취득, 처분, 증여, 매매, 교환, 변경 등에 관한 모든 업무를 관장한다"(정관 제3장 제5조 4항)고 규정하고 있다. 즉, 모든 재산에 대한 일체를 당회가 관장한다는 것이다. 이런 규정은 합동 헌법에는 없다.

사랑의교회 정관은 당회 권한에 있어 8가지는 합동 헌법과 동일하게 명시하고, 예배에 관한 것과 재산 관장 부분을 첨가했다. 사랑의교회 정관은 당회에 무한 권한을 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는 비민주적인 것으로 교회 갱신의 방향이나 내용에 부합하지 않는다. 정관에 기록된 당회와 공동의회의 권한에 대한 해석과, 공동의회를 개최하지 않고 건축을 결정하고 부지를 매입하고 대출을 집행한 것의 정당성에 대해 답변을 요청한다.

옥한흠 목사는 '교회갱신을위한목회자협의회'(교갱협)를 만들어 합동 측 총회장 선출 시 제비뽑기를 도입하는 등 교회 갱신을 위해 노력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를 출범해 한국 교회 전체의 갱신을 위해 일했다. 핵심은 성경을 따르는 진정한 '제자도' 회복과, 교회 정치와 운영에서 '교회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건축은 절차와 과정이 비민주적이라 당황스럽다.

다음은 재정 투명성 문제다. 옥한흠 목사는 <평신도를 깨운다> 등에서 한국 교회의 문제점을 '3허' 즉, 허상, 허세, 허수로 제시하며 통렬히 비판한다. 그런데 정작 사랑의교회 자산과 예․결산의 투명성은 담보되어 있지 않다. 재정의 불투명성 문제가 독단과 독선을 만들어 내고 부패와 비리를 양산한다. 투명성을 유지하지 않는 것은 큰 문제다. 더구나 오정현 목사가 진행하는 사업 중 하나가 '정직과 감사' 즉 '정감운동' 아닌가? 스스로 정직하지 않고 어찌 사회에 정직을 요구할 것인가? 사랑의교회는 현재 재산 현황과 2009년 예․결산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청한다.

사랑의교회는 2주간의 '성전 건축 감사 헌금 약정서'가 1만 4,259장으로 1,300억 원이 약정되었고, 교인의 95%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한 가정에 한 장의 약정서를 제출했다는 것이 전제다. 그러나 만일 한 가정에서 여러 장을 제출했다면 참여 비율이 달라진다. 사랑의교회 측에서 실제 약정서를 낸 사람들의 가족 관계를 고려한 분포도 통계를 제시하기를 요청한다. 또 고액 헌금 약정자, 예를 들어 1,000만 원 이상, 1억 원 이상 등이 몇 명인지 등으로 세분화해 공개해 주기를 요청한다. 이렇게 요청하는 것은 본인들이 약정서 수를 두고 95% 이상 교인들이 찬성했고, 때문에 건축 추진이 정당하다는 명분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 사랑의교회 건축 부지에 달린 포스터. 교인에게 (물질) 헌신을 요구하지만 정작 사랑의교회 예산, 결산의 투명성은 담보되어 있지 않다. ⓒ 뉴스앤조이 백정훈
건축 내용 들여다보니, '글쎄…'

옥한흠 목사와 오정현 목사의 관점은 다르지만 큰일을 하기 위해 큰 교회를 지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유이삭 전도사(세계선교부 대외협력팀장)는 "건축은 비전을 향해 나아가는 시간이다. 제자 훈련의 결정체이며, 제자 훈련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앞으로 제자 훈련하는 교회의 목표가 초대형 교회로의 성장과 건축 등의 하드웨어 인프라 구축이 될 것 같아 유감이다.

수용 한계를 말하지만 신축 예배당을 지으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당분간 해소되는 것 같지만 몇 년 내에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다. 그러면 더 큰 예배당을 지을 것인가? 이에 대해 답변을 요청한다.

건축 재정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지상 12~13층 규모를 예상하지만 지하는 더 많이 팔 것이고, 건축 부지가 서초역 근처인 것을 감안할 때 무진동공법으로 공사를 해야 하기에 평당 건축비가 더 많이 들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예상이다. 체육관, 예식장 등 복합건물로 짓고 각종 시설 등을 들일 것을 생각할 때, 900억 원의 건축 비용은 턱없이 낮아 보인다. 사랑의교회는 실제 건축 예상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를 촉구한다.

교인들이 1,300억 원을 약정했지만 이 재정이 균등하게 분할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3년 내에 모두 들어올 것을 확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성도들의 일반 헌금 중 상당 액수가 건축과 관련한 재정에 우선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사랑의교회는 구제, 선교, 교육 등 현재 집행하고 있는 예산을 줄이지 않고 건축을 하겠다고 장담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게 가능한 것인지 의문스럽고 이런 상황을 교인들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지 의아하다.

다음으로 주차장 문제다. 사랑의교회는 무슨 근거로 새 예배당을 건축하면 주차장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는 것인지, 또 주자창 부지 매입을 추진하고 있는지 답변을 요청한다.

반대 의견에 대한 대응 방식, '아쉽다'

사랑의교회가 교회적, 사회적으로 파장이 있을 수 있는 초대형 교회를 건축하면서 주변에 있는 선후배, 동역자들의 생각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은, 이를 개교회 문제로 보고 사랑의교회가 지닌 대표성을 인식하지 못한 결과다.

이번 포럼을 열면서 공문을 보내고 전화로 초청했음에도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혔다며 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겠다고 거절했다. 대화의 자리에 나오지 못하고, 여기에 모인 사람들도 설득하지 못하면, 어떻게 건축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겠는가? 지금이라도 사랑의교회는 애정을 가지고 요청하는 목소리에 책임과 동역자 의식을 가지고 답변하고 대화의 자리에 응하기를 촉구한다.

이진오 전도사 / 부천예인교회

* 이 글은 12월 22일에 열린 '사랑의교회 건축, 어떻게 볼 것인가?' 포럼 발제문을 요약한 것으로, 한국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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