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한미노회와 필그림교회, 계속 한 배 탈 수 있을까
동부한미노회와 필그림교회, 계속 한 배 탈 수 있을까
  • 유영
  • 승인 2016.12.22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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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 "동성결혼, 신앙 양심에 따른 거부할 수도 있다" 거듭 강조...교회, "탈회한다" 맞서

[미주뉴스앤조이 (뉴욕) = 유영 기자] 동성결혼과 성소수자 목사 안수 결정으로 탈퇴 교회가 늘었던 미국장로교회(PCUSA)가 뉴저지 필그림교회(양춘길 목사) 사태로 새로운 기로에 섰다. 필그림교회가 동부한미노회 정기노회에서 부결된 교회 탈퇴안을 상회인 동북대회에 청원하기로 한 것이다. 한인 교회가 모인 한미노회에서 해결하지 못한 사안이 동북대회로 올라가면 PCUSA에 큰 이슈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법정 다툼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동부한미노회와 필그림교회는 지난 4년간 교단 탈퇴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필구림교회는 동성결혼 인정과 성소수자 목사 안수를 신앙적 양심에 따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탈퇴를 진행했다. 필그림교회가 교단 탈퇴를 청원했던 시기는 지난 2012년,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교단 헌법이 수정되기 전이다. 당시 교회 핵심 관계자는 “성소수자 목사 안수가 이뤄지면, 동성 결혼을 인정하게 될 것으로 보았다. 이는 신앙적 양심으로 인정할 수 없었다”고 탈퇴 배경을 밝혔다. 실제로 2013년 총회에서 동성결혼 인정 안건은 한번 부결됐다. 

지난 2015년 총회에서 결혼의 정의를 '두 시민의 결합'으로 바꾼 PCUSA.

미국장로교회의 동성결혼 결정

PCUSA는 지난 2010년, 성 경험이 없는 성소수자 목사 안수를 결의했다. 당시, 한인 교회들은 크게 반대했지만, PCUSA 대다수 노회는 이를 인정하는데 찬성했다. 그리고 지난 2015년 3월, 교단 헌법 개정을 통해 결혼의 정의를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에서 ‘두 시민의 결합’으로 수정했다. 이로 인해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주에서는 교단 소속 목사가 주례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교단은 “이를 강제하는 것은 아니고, 신앙 양심에 따라 반대할 수 있다”며, 비켜나갈 길을 열어두었다.

성소수자 목사 안수를 인정하자 교단 탈퇴가 잇따랐다. 150여 개 교회가 동성결혼과 성소수자 안수를 인정하지 않는 교단으로 적을 옮겼다. 이 시기 PCUSA는 교회가 탈퇴할 수 있도록 은혜로운 결별 정책을 마련했다. 성소수자 목사 안수 문제를 두고 신앙 양심에 따라 반대할 수 있다는 결의가 따로 없었기에 교단 탈퇴를 인정했던 것이다. 부동산 등 교회 재산을 교단에 귀속해야 하는 PCUSA 상황에서 탈퇴가 자칫 대규모 분쟁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동부한미노회 교회들의 탈퇴 청원

필그림교회가 교단 탈퇴를 청원한 2012년에는 전혀 문제가 될 게 없었다. 절차를 따라 탈퇴할 길이 확실해 보였다. 문제는 필그림교회 탈퇴가 논의된 2015년에 상황이 크게 변했다는 데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동성결혼을 인정하면서 교단이 은혜로운 결별 정책보다는 탈퇴 방어에 나선 것이다. 노회에서도 이러한 지적에 긍정한다. 한 노회원은 “만약 2012년에 이 사안이 다뤄졌다면 지금과 양상이 다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부한미노회에서 두 번째로 교단 탈퇴를 청원한 곳이 필그림교회다. 먼저 청원한 곳은 뉴욕에 있는 하은교회였다. 당시 교단 정책은 탈퇴는 한 번에 한 교회만 진행하도록 했다. 하지만 논의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하은교회 탈퇴 논의는 중단됐다. 교계 관계자들은 “두 교회의 교세가 큰 탓에 노회에서도 탈퇴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한다. 필그림교회는 출석 교인 3000명이 넘는 뉴욕 뉴저지에서 손에 꼽히는 대형 교회다. 

교단 탈퇴를 결의한 필그림교회 공동의회. 지난해 공동의회는 노회 인정을 받지 못하고, 분쟁하는 원인이 되었다. 하지만 필그림교회는 이번 공동의회는 교단이 정한 절차를 따랐다며, 노회가 부결하기 위해 정치적 활동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그림교회는 노회의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비판하는 성명을 지난 17일 발표했다. 노회의 절차에 따라 최대한 노력했고, 이해할 수 없는 결정에 동북대회에 청원할 준비를 하겠다는 내용이다. 

- 필그림교회가 지난 4년간 GDP 절차를 충분히 잘 지켜 왔으며 노회측이 직접 주관한 공동의회 후 노회 조정위와 필그림교회 SCC가 사전에 협의해 상정한 관계해소 동의안이므로 형식적인 인준절차(동의안 설명후 절차상 문제나 제안내용의 적정성에 대한 토론후 필요시 수정동의후 재청후 기부 물어 인준)를 밟는 것이 GDP의 기본 정신임에도 그동안의 모든 과정과 협상의 결과물을 무시한채 비상식적이고 불공정한 찬반 토론 방식 과정을 통해 총대들의 마음을 편향되게 오도한 뒤 표결로 부결시킨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임.

- 노회 조정위원장 박상천 목사가 본인이 담당 위원장 신분임에도 그동안 진행과정과 동의안에 대한 객관적이고도 공정한 설명과 입장 표명 없이 본인 시무하는 교회의 피해사례 근거한 반대 의견만 표시한 것 역시 이해할수 없는 절차상 하자임.

- 미장로교 한인교회 전국 총회(NCKPC) 총회장 심평종 목사 명의의 서한을 동의안 표결제안서 앞에 포함 여부 등을 포함한 회의 진행방식과 당일 배포자료 등에 관한 충분한 사전 설명 없이 총회장의 권위를 이용해 자신이 속한 노회도 아닌 타노회의 안건에 반대로 편향된 개인적인 의견을 문서로 표명하며 독려해 동의안 표결의 공정성을 침해함.

- 조문길 목사 역시 총회 소속 한인회중 담당 목회자로 교단소속 모든 한인교회(필그림을 포함)들의 입장을 대표해야 마땅함에도 교단에 남고자 하는 교회들의 편에 서서 발언하며 필그림교회 탈퇴후 개교회들이 입게 될 피해 가능성을 강조하며 반대 의견을 노골적으로 표명해 동의안 표결의 공정성을 침해함.

- 실제 반대의견들 역시 그동안의 GDP 절차나 공동의회 진행 및 결과, 그리고 재정적인 제안내용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언급도 없이 노회원 자신들의 목회에 생길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한 의견 위주로 발표함으로서 노회원으로서 노회의 안건을 다루지 않고 자신들 교회의 득실위주의 의견들만 내놓고 반대한 또 다른 절차 진행상 하자임.

노회, 신앙 양심에 따라...

노회는 현재 대외적인 반응은 피하고 있다. 소속 목회자에게 이번 상황을 설명하는 메일을 보내, 상황을 설명했을 뿐이다. 노회원들은 지난 3월에 겨우 잦아든 민감한 관계가 다시 노회와 교회의 대립 관계로 비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았다. 한 노회원은 “워낙 민감한 상황이고, PCUSA 소속 교회들도 지켜보는 사안이라 노회원 모두가 많이 고민한 사안이다. 모든 사안에 대응하면 노회와 교회가 대립하는 모습으로 보일 가능성이 높아 언론에는 알리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탈퇴를 반대한 한 노회원은 40년 동안 진행된 PCUSA의 고민을 단 시간에 설명하고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을 안타깝다고 말했다. 더불어 교회가 크고 적고가 법 적용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른 노회원은 탈퇴하는 교회가 생길 경우, 모든 한미노회에 속하 교회 입장을 생각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노회는 모두 동성결혼과 성소수자 안수를 받아들일 때 반대했다. 모두 반대했는데 남는 교회와 떠나는 교회가 생긴다면 교인들은 혼란을 경험할 것이다”라며, 투표 당시 반대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015년, 교단의 동성결혼 인정 안건에 반대한 동부한미노회가 총회 결의로 변화하는 상황과 신앙 양심에 따라 반대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한 노회 관계자는 앞으로도 필그림교회와 계속 대화해 가며, 해결 방안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동부한미노회 소속 교회와 목회자들이 동성결혼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탈퇴를 반대한 교회들이 동성결혼과 성소수자 안수를 찬성해 결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PCUSA 결정을 잘 살펴보면 교단이 동성결혼을 찬성해서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오랜 논의와 신학적 근거 등으로 신앙 양심에 따라 이를 받아들일 교회는 받아들이고, 신앙 양심에 따라 받아들이지 못하는 교회는 거부할 수 있다.”

뉴욕 뉴저지 한인 교계에서 이번 사안은 대의명분과 교회 재산을 두고 벌이는 다툼으로 보일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교계는 둘 사이가 봉합될 수 없을까 우려한다. 한 교계 인사는 “동부한미노회와 필그림교회가 어떻게 화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신앙 양심이 다른 이가 남으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이렇게 분열하는 게 옳은지, 갈라진 사이를 붙잡아 두는 것이 능사일지도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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