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뱅의 신정통치와 '사역적 이단'
칼뱅의 신정통치와 '사역적 이단'
  • 신성남
  • 승인 2017.06.23 06:58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세 악마는 정통이란 괴물 속에 있었다"

"칼뱅은 잔인하고 절대적인 독재자였다." 이는 1974년에 간행된 <옥스포드 교회사 사전>에 서술된 내용이다.[1] 그리고 볼테르(Voltaire)는 "우리가 제네바의 사도로 간주하는 칼뱅은 자신을 '프로테스탄트의 교황 반열'에 올렸다"고 혹평했다.[2]

사실 장로교의 창시자인 칼뱅은 매우 뛰어난 신학자이며 열정적인 사역자다. 그는 병약한 몸에도 불구하고 보통 하루 12-18시간을 일했고 매주 약 5번의 설교를 했다. 그리고 54세의 나이로 죽기까지 성경 거의 전체에 대한 주석을 썼다. 특히 그가 27세에 저술한 <기독교강요>는 개신교 신학의 초석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신학적 기여와 업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존 칼빈과 기독교강요

시대착오적인 신정 통치

그럼에도 그의 사역에는 중대한 오류가 있었다. 흔히 일부 신학자들은 칼뱅이 세르베투스(Servertus)의 화형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고 따라서 그는 이단 처형에 큰 책임이 없다는 식의 주장을 편다. 하지만 그건 역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없는 매우 심각한 오도이며 궁색한 변명이다.

칼뱅은 1546년 2월 그의 친구 파렐(William Farel)에게 쓴 편지에서 "만일 그가 제네바에 온다면 나는 그를 결코 살려서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다"고 분명히 말한 바가 있다.[3] 게다가 칼뱅은 세르베투스의 사형 9년 후에 "그는 이단으로 처형당했고 그건 나의 의사에 따른 거다"라고 스스로 고백했다.[4]

당시 제네바는 시의회가 선출한 5명의 목사와 12명의 장로로 구성된 장로원에 의해 통치되었는데 그들은 극심한 폭압 정치를 행했다. 제네바의 모든 가정은 강제적으로 주일예배에 참석해야 했다. 이를 어기면 엄격한 처벌이 있었다. 또한 주중에 3회 정도 설교가 있었는데 그 때도 가능한 참석이 의무다. 그리고 사냥, 도박, 축제, 오락 등을 금했다. 아이들의 이름은 반드시 성경에 있는 이름으로 지어야 했고 이를 어긴 어떤 아버지는 4일 간 구금되기도 했다.

1545년 제네바 시의회의 기록에 의하면 최소한 20명 이상이 사탄의 사주로 역병을 돌게 한 마녀라는 죄목 아래 산채로 화형을 당했다.[5] 그 기록엔 다른 내용도 많다. 어떤 이는 세례식에서 웃었다고 3일간 구금을 당했다. 한 농부 부부는 예배 후 귀가 길에 사업 이야기를 했다고 감옥에 갔다. 그리고 그루엔트(Jacques Gruent)란 사람은 칼뱅이 위선자라고 비판했다가 처형당했다.    

1542년부터 1546년까지 단지 4년간 불과 인구 2만 명의 소도시에서 무려 58명이 처형당했고 76명이 추방당했다. 원칙적으로 마녀, 동성애, 간통은 사형이었다.[6] 한 소녀는 부모를 구타한 죄로 참수형을 당했다.[7]

칼뱅은 이런 신정통치가 하나님의 율법을 충실히 지키는 거라고 생각했다. 오죽하면 제네바 학교의 교장이었던 카스텔로(Sabastian Castellio)는 "만일 그리스도가 제네바에 오셨다면 그분도 거기서 십자가형을 받았을 것이다"고 말했다.[8] 

반기독교적 신앙 강요

카스텔로는 익명으로 쓴 그의 책(Should Heretics be Persecuted)에서 제네바의 참상을 더욱 상세하게 기록했다.[9] 이 글에서는 그 내용을 모두 생략했지만 차마 말로 형언하기 힘들 정도다. 교계 일각에서는 그의 글이 너무 악의적이라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하며 묵살한다. 물론 그건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한때 칼뱅의 동료였던 카스텔로는 결코 뜨내기 학자가 아니다. 그는 적어도 7권의 저서를 쓴 당대의 유명한 신학자다. "그의 증언이 100% 거짓이다"는 주장은 "그의 증언이 100% 진실이다"는 논리보다 훨씬 설득력이 없다. 더구나 그의 글은 매우 구체적이다. 피해자의 이름과 정황까지 자세히 서술한다.

어찌보면  익명으로 책을 낸 자체가 당시 제네바의 강압적 신정 통치를 역으로 반증한다. 표현의 자유가 심하게 제한되고 그 처벌이 너무 중하였기에 그리 한 것이다. 종교의 자유가 있었다면 굳이 익명으로 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칼뱅의 제네바는 반대자들의 의사 표시가 자유로운 도시가 아니었다. 그저 툭하면 이단이나 마녀로 몰아 처형했다.

그리고 이는 단지 제네바 뿐만 아니라 유럽의 다른 도시에서도 흔히 있던 일이다. 그 가장 큰 피해자는 유아세례를 거부했던 재세례파 신도들이었다. 중세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양쪽의 박해자들은 고작 세례에 대한 교리 차이를 이유로 무고한 사람들을 마구 죽였다. 종교가 눈이 멀면 이처럼 인간의 손에서 비정한 살인 병기가 되기도 한다.

만일 당신이라면 책 한 권의 내용을 허위적 사실로 가득 채울 수 있나. 나는 카스텔로의 책을 허구 소설이라고 단정하는 사람들이 더 무모하다고 본다. 칼뱅의 이단 처단에 대한 정체성은 이미 세르베투스 화형 사건에서 명백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종교 지도자들에 의해 유대교의 이단으로 몰려 처형당했다. 그런데 예수를 따른다는 칼뱅이 다른 사람들을 이단으로 판정하여 처형하는 모순을 행했다. 그래서 선배 개혁자인 루터(Martin Luther)조차 제네바에 대해 "그들은 사형 집행으로 모든 논쟁을 해결했다"고 평했을 정도다.[10]

가톨릭의 이단 사냥으로 인해 친동생을 잃었던 아픔을 지닌 칼뱅이 스스로 다른 사람들을 같은 죄명으로 처형했다는 사실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그의 과오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신앙 강요'라고 할 수 있다.

칼뱅은 중세 교회의 이단심문식 실수를 그대로 다시 반복했다. 시대착오적인 신정통치를 꿈꾸며 이단과 불신앙을 처형과 강압으로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목적이라도 그 방법이 불의하면 그건 결국 심각한 범죄다. 우리가 역사와 신학을 바르게 알아야 하는 이유다.

사역적 이단, 교회 부패의 원흉

지금 한국 개신교의 사역은 과연 어떠한가. 신학만 정통이면 그 사역도 저절로 정통일까. 오늘날 많은 교단에서 수시로 발생하고 있는 그 불의하고 부당한 수많은 판결들을 우린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세상 법정에서 유죄 판결 받은 목사들도 유독 교단과 교회에선 무죄라고 우긴다.

더구나 이는 단순히 장로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개신교 교단들도 마찬가지다. 간혹 어쩌다 처벌이 있어도 그저 솜방망이다. 덕분에 감옥에 있어야 마땅할 잡상인들이 긴옷을 입고 여전히 강단에서 큰소리로 설교하고 있다. 교회의 정화 기능이 이미 충분히 썩었기 때문이다.

개신교 신학의 토대를 세운 칼뱅마저 그 사역에 큰 오류가 있었다. 신학은 정통인데 그 사역은 밥통이었다. 마치 구약의 많은 유대인들이 이방인을 '지옥의 땔감' 정도로 생각했던 것처럼 그는 이단과 불신앙을 진멸과 강압의 대상으로 여겼다.

교회는 늘 두려운 마음으로 사역해야 한다. 신앙은 분위기 조작이나 강압으로 되는 게 아니다. 중세 시대의 진정한 악마는 당시 이단으로 몰렸던 집단이 아니라 오히려 소위 정통이란 괴물 속에 있었다.

정통이 실족하면 이단보다 더 무섭다. 교회가 힘이 생기면 신정통치의 유혹을 강하게 받는다. 자기만 홀로 진리인 줄 안다. 그래서 때로는 이단보다 더 잔혹하고 사이비보다 더 철면피하다. 이단도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중세 가톨릭과 개혁 교회는 가차없이 사람을 죽였다. 이와 유사한 실수는 미국으로 간 청교도들도 저질렀다. 신앙의 자유를 찾아 간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오히려 다른 교파를 박해했다.

따라서 다수가 모인다고 저절로 훌륭한 정통이 되는 건 아니다. 제네바 인구 전체가 다 모여도 틀릴 수 있다. 잡다하게 많이 안다고 정통도 아니다. 교회당이 크다고 정통도 아니다. 목소리가 크다고 정통도 아니다. 힘이 있다고 정통도 아니다. 바르게 알고 바르게 살아야 비로소 참된 정통이다.

아울러 '신학적 이단'만이 이단이 아니다. 차라리 공개적으로 분류된 이단은 그리 무섭지 않다. 진짜 사악한 이단은 정통을 표방하면서 교회 속에 천사처럼 위장하고 서식하는 '사역적 이단'이다. 이들은 자기 신학을 역행하며 돈과 권력을 따르는 반기독교적 삯꾼 집단이다.

이들은 교회에 충성하며 돈만 잘 바치면 나머지는 그다지 상관하지 않는다. 자기 교인들이 실제로 세상에서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도 별로 관심 없다. 신학과 예배는 그저 돈을 더 멋지게 걷기 위한 장식이며 극장쇼일 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더러운 이단은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상습적으로 헌금 강요, 헌금 남용, 거짓말, 설교 표절, 뇌물 수수, 성추행, 재단 사유화, 목회 독재, 그리고 교회 세습을 일삼는 자들이다.

"그는 사람이 행한 대로 갚아 주시는 분이십니다(욥기 34:11)." - 현대인의성경

신성남 / 집사, <어쩔까나 한국교회> 저자


<참고 자료>

[1] The Oxford Dictionary of the Christian Church, edited by FL Cross and EA Livingstone, (OUP: New York, 1974, 2nd ed.), p. 223.
[2] Philip Schaff, History Of The Christian Church, vol. 8, chap. 8.
[3] Bonnet and Gilchrist, Letters of John Calvin: Compiled From the Original Manuscripts and Edited With Historical Notes, 2:19.
[4] Responsio ad Balduini Convicia, Opera, IX. 575 (ccel.org/a/schaff/history/8_ch16.htm)
[5] The Minutes Book of the Geneva City Council, 1541-59 (translated by Stefan Zweig, Erasmus: The Right to Heresy)
[6] E. William Monter, "Crime and Punishment in Calvin's Geneva, 1562," in Articles on Calvin and Calvinism: Volume 3: Calvin's Work in Geneva, ed., Richard C. Gamble (New York: Garland Publishing, Inc., 1992), 272.
[7] Fear of the Word by Eli Oboler, pp. 60-62.
[8] How the Idea of Religious Toleration Came to the West by Perez Zagorin.
[9] Stefan Zweig (1951). Erasmus; The Right to Heresy: Castellio against Calvin. London: Cassell.
[10] Juergan L. Neve, A History of Christian Thought, vol. I, p. 285.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고찰 2024-01-14 18:39:55
신정통치나 민주주의나 결국 누가 어떤기준으로 어떤 방법으로 통제하느냐가 다른것이죠 제네바 신정통치속 처형, 강압, 추방에 집중하지 말고 무슨이유로 그런일을 했는지 이유가 중요합니다 모든 나라가 공동체의 존재를 위협하는 자에 대한 처형과 강압과 추방이 이루어지죠 이것 자체를 악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단 예로 우리나라에선 대마초 못피게하는것 그건 마약이기 때문이라고 할수 있지만 이것도 사람마다 기준이 다릅니다 이 기준이상을 마약으로 정하겠다고 하나님이 정해주지 않으시는 이상 그냥 그건 그사람의 감각적 기준이죠. 기독교인 입장에선 마약보다 끔찍한게 사상적 우상신앙이라고 봅니다 이에대한 강압은 대마초 강압과 똑같은 악에대한 통제입니다 이걸 사랑이 없다고 하지 않습니다 범죄자를 자유롭게 하는것이 사랑이 없는것이죠

왜이러지 2017-06-23 10:03:10
'가장 더러운 이단은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상습적으로 헌금 강요, 헌금 남용, 거짓말, 설교 표절, 뇌물 수수, 성추행, 재단 사유화, 목회 독재, 그리고 교회 세습을 일삼는 자들이다.' 맞습니다. 이런 이단들이 너무 많은 세상입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바르게 목회하려고 노력하시는 분들 또한 계셔서 한줄기 빛을 기대한답니다.

어설픈 역사학자 2017-06-24 05:44:01
http://ikccah.org/free_board/4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