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안수 연령은 30세?
목사안수 연령은 30세?
  • 김범수
  • 승인 2017.09.1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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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적인 목사안수 연령제한, 고민이 필요하다.
목사 안수식은 교단마다 큰 차이 없이 비슷한 자격 조건과 절차로 이뤄진다. (구글 이미지 검색)

한국교회에서는 총회와 노회 시즌을 맞고 있다. 각 교단 총회가 끝나면 각 노회마다 목사안수가 이뤄지는 가을노회 시즌을 맞이한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이번 합동측 총회에서 목사안수 연령제한 30세 문제가 다시 언급되었다고 한다. 문득 지난 시절 내가 안수 받던 때의 경험이 떠오른다.

 

1. 조금 이른 목사 안수

나는 일반 대학교를 다니다 짧게 군대를 다녀오고, 신학대학원에 진학하였다. 그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강도사 고시 시험과 재시험을 모두 무사히 통과하고, 1999년 가을에 목사로 안수 받았다. 그 당시 예장합동측 목사 안수 연령 제한은 30세였다. 그런데 그해 가을 내가 목사 안수 받을 때 나의 나이는 29세 하고 8개월에 지난 상태였다. 만 30세에 4개월이 부족한 조기 편법 안수받은 목사라고 흉보지 말기를 바란다. 나도 목사 안수를 그렇게 받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다. 웬만하면 '이와 같이 하여 모든 의를 이루고'(마 3:15) 싶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학교에서 하라는 거 다 하고 군대도 갔다 왔고, 강도사도 하고 했는데도, 여전히 나이가 조금 모자른 것을 어쩌란 말인가? 대학교 때 재수를 했어야 했단 말인가? 보충역 아닌 현역을 갔어야 했는가? 어감도 좋지 않은 강도사를 2년이나 하란 말인가? 하라면 할 수야 있겠지만, 몇개월 앞당겨서라도 그 해에 받아야 할 사정이 있었다.

당시 총회법은 목사 안수를 만 30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담임목사님은 적극적으로 나를 비호해 주셨다. 그래서 모른 척하고 노회에 목사 고시 지원 서류를 접수시킬 수 있었다. 담임목사님의 안식년이 그 다음 해로 예정되어 있어서 부목사인 내가 미리 안수를 받고 교회를 지켜야 할 교회의 필요와 담임 목사님의 목회적 판단이 가장 컸다. 당시 노회에서는 알고도 넘어가 주었는지, 혹은 검토를 제대로 안했는지, 여하튼 아무도 생년월일을 내게 묻지 않았고 문제없이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었다.

 

2. 30세 안수의 이유

장로회 합동측 총회법의 목사안수 기준이 30세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예수님이 공생애를 30세에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성경적인 이유도 든다. 그러나 유교적 질서가 있는 한국교회 안에서 지나치게 젊은 목사들의 경우 교회에서 영이 서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더 컸을 것이다. 사실 이십대의 청년이 목사가 되어도 교회에서 권위를 갖고 설 자리는 마땅치 않다. 삼십대 초반이라고 해도 다르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1999년 당시에도 목사 안수 연령 관련하여 예외규정은 있었다. 군목과 선교사인 경우는 27세부터 목사 안수를 주었다. 그러면 선교사와 군목은 예수님의 본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 그러니 30세가 목사안수의 절대적인 연령기준은 처음부터 아니었던 것이다.

 

3. 30세 안수에 반기를 든 이유

당시 60대였던 담임목사님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때는 안수 연령이 27세이었거든. 옛날에는 예수님의 본을 따르지 않다가, 요즘에는 성경적으로 30세에 해야 된다는 말인가? 그냥 교회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 연령을 정한 것이지' 하면서 4개월 이른 나의 목사 안수를 밀어붙이셨다. 분명히 우리 담임목사님도 당시에는 30세 이전에 목사 안수를 받았을 것이었다. 그러니 평소 점잖으신 분이 그런 배짱을 부리신 것이었다. 나는 예장합동측 헌법에서 목사 안수 기준연령이 왔다갔다 했다는 역사적 변천사도 그 때 처음 알았다. 결국 30세는 돌판에 새겨진 절대불변의 진리가 아닌 것이 확실하다.

미국의 경우는 목사안수에 연령제한 자체가 없다. 세례교인이면 가능하므로 10대 청소년부터 할 수 있다. 그러나 보통 주요 교단에서 목사 안수의 학력조건을 채우려면 4년제 대학을 나오고 신학대학원을 나와야 하므로, 25세를 전후해서 초임지에서 안수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등학교를 건너 뛰고 조기졸업한 영재라면 20세 초반에도 가능할 것이다. 미시건 주에 있을 때는 27세 젊은 목사가 1000여명 대형교회의 담임목사로 청빙되었다. 온 교회가 그 젊은 목사의 말에 경청하고 따르는 것을 보면서 놀란 적이 있다. 30세에서 4개월 모자른 까닭에 조마조마하며 안수받은 나로서는 27세의 대형교회 담임목사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부러웠다. 나이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 미국의 문화가 그 점에서는 매우 합리적으로 다가왔다.

 

4. 30세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30세 기준은 교단에서 필요에 따라 정한 기준일 뿐이다. 그러니 목사 안수 연령을 30세로 끊으면서 성경적 기준이니 교회의 오랜 관습이니 운운하지 말자. 그냥 솔직하게 목사 수급에 문제가 있어서 안수 연령을 점점 늦춘 것이라고 말하자. 어차피 넘쳐나는 목사 후보생을 감당하지 못하면 언젠가 33세로 늦추자고 할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 그 때는 그 때 가서 33세가 주는 성경적인 의미를 찾아내려고 고민들 할 지 모르겠다. 그것보다는 지금도 27세에 주는 군목과 선교사에 대한 목사안수를 직시하고, 도대체 27세가 갖는 성경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부터 밝혀주어야 하지 않을까? 

30세는 숫자에 불과하다. 어떤 의미도 하나님의 계시도 없다. 교회, 교단이 필요해서 정한 것이다. 다들 알면서도 웬만하면 따라주려고 하는 것 뿐인것이다. 대신 거기에다 뭔가 신비스런 이유를 가져다 붙이지는 말자. 다만 우리 교단의 현재 정책이 그러하다고 말해주자. 필요한 경우에는 바꾸면 조정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솔직하게 말하자. 교회 안에 진실함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올해도 거룩한 소명에 몸부림치며, 두렵고 떨림으로 안수 받으러 나오는 모든 목회후보생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부디 진실한 사역자들이 되셨으면 좋겠다.

 

글쓴이 김범수 목사는, 미국 시애틀 드림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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