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은 인본주의와 유교적 혈통주의가 낳은 불신앙"
"세습은 인본주의와 유교적 혈통주의가 낳은 불신앙"
  • 교회개혁실천연대
  • 승인 2010.03.17 15: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한국 교회의 교회 세습 관행에 다시 불이 붙었다. 지난 4월 13일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가 은퇴하고 막내아들 김정민 목사가 후임 담임목사로 취임했다. 김홍도 목사는 금란교회를 세계 최대 감리교회로 성장시켰고, 소속교단인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과 한국기독교회협의회 대표회장을 지내는 등 한국교회의 대표적 목사였으나, 다른 한편 '위증'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고, 극단적 냉전언동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앞서 2000년에는 김홍도 목사의 형인 김선도 목사가 광림교회를 아들 김정석 목사에게 세습했다.

그러고 보면 슬프게도 한국 교회의 못된 세습 습관은 주로 한국 교회의 내로라하는 대표적 교회들이 보여주었다. 예장 합동 측 55회 총회장을 지냈던 충현교회 김창인 목사가 1999년 아들 김성관 목사에게 세습한 후 유독 동 교단 총회장들 가운데 세습이 많았다. 73회 총회장을 역임한 이성헌 목사는 1995년 아들 이상민 목사에게 대구서문교회를, 86회 총회장을 지낸 예종탁 목사도 2006년 예성철 목사에게 동현교회를, 89회 총회장을 지낸 서기행 목사는 2005년 10월 아들 서성용 목사에게 대성교회를 물려주었다.

한기총 대표회장과 기독교침례회 30대 총회장을 지낸 지덕 목사는 아들 지병윤 목사에게 세습하는 과정에서 교회가 둘로 갈라지고 지금도 분란이 끊이지 않으며, 경향교회 석원태 목사도 2004년 장남 석기현 목사에게 세습한 상태다.

1. 혈통에게 물려준다고 모두가 세습은 아니다

교회 세습을 비판하면, "교회 목회라는 게 얼마나 힘든 고난의 길인데, 아버지가 섬긴 교회를 이어받는 게 꼭 나쁜 일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 우리는 앞선 세대가 섬겼던 교회를 혈육이 이어받아 사역한다고 무조건 모두 매도하려는 게 아니다.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는 시골이나 오지에서 평생 섬긴 교회를 아버지의 뒤를 이어 그 아들이 섬긴다고 할 때 그것은 비판받을 일이 아니라, 감동 그 자체다.

그러나 웬만한 규모의 도시 교회에서는 부교역자 청빙에도 일반회사 취업 경쟁률만큼의 이력서가 들어오는 상황에서 그런 교회들의 담임목사가 된다는 것은 과거처럼 그저 '고난의 십자가 길'로만 볼 수 없는 의미가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러한 교회들에서 담임목사의 아들이 후임목사로 결정되는 과정에서 흔히 말하는 일반적 공채의 과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담임목사의 아들로의 낙점은 처음부터 해당 교회 안팎에서 불문율로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적당한 후계자 수업기간을 거쳐 결국 화려한 이·취임식 속에서 이루어지곤 한다. 앞서 말한 대표적 교회들도 마찬가지다. 만약 그들이 담임목사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정상적인 경로로는 후임목사가 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2. 교회 세습은 한국 교회에 물든 인본주의와 유교적 잔재다

단언컨대 교회 세습은 인본주의와 유교적 혈통주의의 잔재다. 사랑하는 아들에게 좀 더 쉽게 목회의 길을 가게 하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과 이미 준비된 목회 환경에서 좀 더 안전하게 목회하려는 아들의 마음, 그리고 오랜 기간 쌓아올린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줘야 좀 더 안정적인 연속성이 있지 않겠냐는 생각들이 어우러져 생겨난 열매다. 인간적으로는 충분히 이해된다. 그래서 인본주의이며, 유교적 혈통주의라는 것이다.
 
사실 북한의 부자 세습도 이와 같은 논리와 정서를 가진 것이었고, 지금 사회적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삼성 이건희 부자의 기업 세습도 똑같은 내용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세상의 세습은 그나마 사회적 비판 속에 진행되고 있는 반면, 교회 세습은 '하나님의 뜻', '교회의 덕스러움', '교회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신본주의다'라는 상투적 합리화 수사로 덧칠되어 거의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진행되어 안타까움을 더 한다.

교회 세습은 교회가 사람(특히 목회자)에 의해 세워지고, 유지될 수 있다는 심각한 신학적 오류가 낳은 결과다. 그러므로 실제적인 목회 현장에서 우리가 믿는 신앙고백과 신학이 건강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인본주의가 교회의 주인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호령할 수 있는 것이다.

3. 한국 교회와 목회자들은 하나님과 민심을 두려워해야 한다

최근 들어 한국 교회가 우리 사회로부터 난도질을 당하고 있다. 물론 이 가운데는 근거가 부족한 편견으로 비롯된 것들도 있지만, 그 대부분의 원인 제공자가 우리 자신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종교로서의 특수성만을 내세우며 변하고자 하는 노력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올바른 신앙(종교)은 항상 말로 설명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식적인 사람들이 보기에도 합목적적인 공감이 생긴다. 그런 면에서 올바른 신앙은 이성이나 도덕과 꼭 같지는 않지만 사회적 설득력을 갖는다. 그리고 삶의 일관성을 갖는다. 진정한 신앙은 종파적 이해관계를 넘어 반드시 사회적 공공선에 기여하게 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기독교신앙을 문제 삼는 것은 그것이 그들의 신념과 다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기독교신앙이 사회적 설득력을 잃고 자기들만의 이해를 추구하고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 교회는 우리 사회 속에서 복음의 증인이 되어 하나님나라의 일꾼으로서 바로 살아가기 위해서도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 투명하고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미 교회 세습을 시행한 교회와 목회자들은 하나님과 사회 앞에 진심으로 죄를 자복하고, 한국 교회는 더 이상의 교회 세습이 일어나지 않도록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교회 세습은 하나님의 교회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인본주의다.

교회개혁실천연대(공동대표 박득훈 백종국 오세택)

* 이 글은 금란교회가 담임목사직을 세습한 직후인 2008년 4월 28일, 한국의 교회개혁실천연대가 발표한 논평입니다. (편집자 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