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의 미국 대사관, 하나님의 뜻인가?
예루살렘의 미국 대사관, 하나님의 뜻인가?
  • 마이클 오
  • 승인 2018.05.1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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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미국 대사관 이전을 통해 본 세대주의와 기독교 시온주의

[미주뉴스앤조이=마이클 오 기자] 국제사회의 우려 가운데 강행된 예루살렘 미국 대사관 이전 소식이 전해졌다. 팔레스타인 주민은 격렬한 시위를 벌였고, 이스라엘군은 58명의 사망자와 2700명의 부상자를 발생시키는 무력 진압을 자행하였다. 하지만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영상 메세지와 함께 장녀 이방카, 쿠슈너 부부와 정부인사들을 파견하여, 대사관 이전을 축하하며 축제분위기를 즐겼다. 

예루살렘 미대사관 이전을 둘러싼 축하와 갈등 <워싱턴 포스트>

제프리스 목사의 찬양

한쪽에서는 축제를 즐기고 반대편에서는 아비규환의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사절단에 포함된 로버트 제프리스 목사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제프리스 목사는 축하 행사의 기도 순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위해 예비한 하나님 우편에 서 있는” 자라고 치켜세웠다. 

성경에서 “하나님 우편”은 예수님의 자리로 표현되며, 하나님으로부터 특별한 권위와 소명을 받은 사람을 나타낼때 사용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제프리스 목사가 트럼프 대통령을 신적 권외와 소명을 받은것 처럼 찬양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4년에도 바락 오바마 대통령을 적그리스도로 표현하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하나님이 선택한 현대판 고레스왕으로 묘사하였다. 

문제는 유혈사태와 국제사회의 우려와 긴장을 만들어내고 있는 이번 미대사관 이전의 결정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을 예수님을 연상시키는 표현이나 신적 권위와 소명을 받은 존재로 묘사하는데 있다. 

이런 제프리스 목사의 찬양은 결국 수많은 생명의 희생과 긴장과 반목을 고조시키는 이번 사태가 하나님의 뜻이며, 나아가 하나님은 이러한 폭력과 갈등에 무관심하거나 호의적인 분이라는 메세지를 유포시킬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찬양하는 제프리스 목사 <Vox>

예루살렘의 미국 대사관, 하나님의 뜻?

VOX는 이러한 제프리스 목사의 찬양은 결코 한 개인의 무지나 일탈이 아니라,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의 오랜 전통이자 믿음인 세대주의로부터 뿌리쳐 나온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세대주의는 16-17세기 미국 초기 정착민인 청교도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던 믿음의 한 형태로, 오늘날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신학과 전통이라고 한다. 세대주의 신학은 하나님이 각 시대마다 특별한 방법으로 역사하며 뜻을 이루어 간다는 믿음이다. 

특별히 전천년설로 불려지는 세대주의의 한 형태는 심판의 종말이 오기전에 예수님이 재림하여 천년동안 다스리는 시기가 온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믿음은 요한계시록과 다니엘서의 예언을 나름의 해석을 통해 얻은 것인데, 예수님의 재림은 예루살렘의 유대성전의 재건과 이스라엘의 회복 후에 온다는 믿음을 포함하고 있다. 

특별히 이러한 예루살렘 성전과 이스라엘의 회복이 종말을 위한 필요조건이라는 것을 믿고 있는 기독교 분파를 가리켜 기독교 시온주의라고 한다. 이들의 믿음은 구체적으로 중동지방의 전쟁이 하나님의 계획 가운데 있으며, 유대인들이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이들은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돕는 사람들을 축복하며,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언약은 영원한 것이며, 이스라엘의 회복에 관한 예언은 문자 그대로 이루어져야 종말이 온다고 생각하고 있다. 

제프리스 목사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지방의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수많은 기독교인들의 행동과 정치적 노력은 이러한 세대주의와 기독교 시온주의의 맥락가운데 이해할수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미국의 친 이스라엘 정책도 이러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기독교인들과 연관이 있다고 할수 있다. 

기독교, 폭력의 종교인가? 평화의 종교인가?

세대주의와 기독교 시온주의의 신학적 평가와 타당성을 따져보기 이전에, 이러한 믿음이 자칫 폭력적이고 획일적인 국가 정책과 국제 관계를 형성시킬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것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독교 신앙은 무엇보다도 평화와 화해를 그 중심으로 삼고 있다. 어떠한 신학과 믿음을 가지고 있든, 그 결과가 평화와 화해가 아닌 폭력과 갈등을 조장하고, 약자의 희생을 발판삼아 전개되는 것이라면, 반드시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고, 섯부른 주장과 정치적 결정을 삼가해야 할것이다. 

팔레스타인과 중동 지방에 폭력과 억압으로 인한 군림과 복종이 아닌, 평화와 화해를 통한 진정한 샬롬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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