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 교회에 대한 4가지 오해
이머징 교회에 대한 4가지 오해
  • 박상진
  • 승인 2010.06.03 15:2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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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이머징 교회 다시 보기(1) 이머징 교회의 핵심은 '교회 갱신'

이머징 교회(Emerging church). 21세기 미국 교회의 가장 널리 회자되고 있는 담론 중 하나지만 한마디로 규정하긴 쉽지 않다. 지금도 변화하고 있는 운동인 탓에 이머징 교회에 대한 정의와 그림이 제 각각이다. <미주뉴스앤조이>는 미국 교계에서 오르내리는 이머징 교회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1부에서 이머징 교회에 대한 오해를, 2부에서 이머징 교회에 대한 정의와 특징과 흐름을, 3부에서는 이머징 교회에 대한 비판과 한국 교회에 대한 적용 방안을 짚어가려 한다. (편집자 주)

"젊은이들을 교회로 불러 오기 위해 이머징 교회의 어떤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하나요?"

이머징 교회에 속한 이들이 난감하고 불쾌하게 여기는 질문 중 하나다. 이머징 교회에 대한 오해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머징 교회는 프로그램이나 스타일이 아니라 교회론에 관한 것이다. 이머징 교회가 추구하는 것은 21세기 문화에 적합한 교회가 되기 위해 방향을 재정립하고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는 데 있기 때문에 질문 자체가 본질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이머징 교회는 2000년대 이후 미국 교계에서 널리 이야기 되고 있다. 이머징 교회는 다양한 책과 블로그, 그리고 컨퍼런스 등을 통해 지역 교회들에게 알려져 왔다. 그러나 동시에 부정확한 정보로 인한 오해가 퍼져 있기도 하다.

미국 교회의 절대적 영향 아래 있는 한국 교회 역시 이머징 교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80~90년대를 풍미한 경배와 찬양 운동, 2000년대 이후 퍼진 구도자 중심 예배에 이어, 이머징 교회라는 개념이 수입 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머징 교회를 무비판적으로 따라 하거나, 반대로 피상적인 비판을 가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렇다면 이머징 교회는 무엇이고, 한국 교회는 이 운동의 어떤 면을 수용하고, 어떤 면을 조심해야 할까? 먼저 이머징 교회 운동의 지도자들이 말하는 대표적인 오해를 살펴보기로 하자.

이머징 교회에 대한 오해들

첫째, 이머징 교회는 젊은이들에게 다가가려는 교회 성장 프로그램이다?

이머징 교회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다. 이머징 교회 운동을 교회 성장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보는 경향이다. 하지만 이머징 교회가 추구하는 것은 프로그램이나 스타일의 변화가 아니라, 본질적인 교회 갱신이다. 이머징 교회에 속한 이들의 핵심적 고민은, '포스트모던이라는 상황 속에서 선교적 공동체(Missional Community)로 존재하는 교회를 어떻게 이룰 수 있는가'이다.

교회 성장 운동이 기존의 교회 구조를 유지한 채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을 꾀하는 것이라면, 이머징 교회 운동은 교회의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노력이다. 그러므로 이들은 수적 성장에 큰 관심이 없다. 이들은 기존의 교회가 가진 조직체적(Organization) 구조의 한계를 넘어,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한 유기체(Organism) 구조의 교회가 포스트모던 시대에 어울리는 교회라 믿는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이머징 교회들은 가정 교회나 적은 수의 교회로 모인다.

둘째, 이머징 교회는 새롭게 시도되는 예배 형식이다?

창조적 예배가 이머징 교회의 중요 특징이기는 하지만 한 부분일 뿐이다. '신선한 표현'(fresh expression) 으로 불리는 영국의 이머징 교회들이 실험적인 예배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지만, 대다수 이머징 교회는 예배형식과 상관없이 모두가 참여하는 공동체적 예배를 추구한다.

이머징 예배에서 사용되는 상징, 그림, 양초, 향, 춤 등은 개인의 창조성을 표현하고 다수의 참여를 유도하는 도구일 뿐 필수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머징 교회 운동의 지도자들은 '구도자 중심 예배'(Seeker-Sensitive Service)와 같은 현대적 예배가 회중을 구경꾼과 소비자로 전락시킨다고 비판한다. 이머징 교회는 보여지는 소비자 중심 예배가 아니라, 함께 참여하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이머징 예배에서 사용되는 상징, 그림, 양초, 향, 춤 등은 다수의 참여를 위한 도구일 뿐 필수적인 것이 아니다.
셋째, 이머징 교회는 교회의 전통적 신앙에서 벗어난 운동이다?

이머징 교회가 오늘날의 교회의 신학에 비판적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기독교 역사에 존재했던 정통 신앙을 회복하려는 노력이다. 그 핵심은 역사적 예수의 삶과 가르침이다. 보수 복음주의 목회자인 존 파이퍼는 이머징 교회들이 성경을 가볍게 여기고, 복음주의적 교리에서 벗어났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성경을 교리의 집합이라기보다, 하나님나라의 이야기라는 관점으로 이해하는 이머징 교회는 복음주의적 교리를 다양한 해석 가운데 하나로 여긴다. 이들은 신앙을 이해하는 해석의 다양성을 인정하며 자신들 역시 오류의 가능성을 가진 채 진리를 향한 여정 가운데 있음을 인식한다. 이머징 교회의 관심사는 교리적 체계를 믿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삶 속에서 예수의 길을 따라 사는 것이다.

넷째, 이머징 교회는 하나의 흐름이다?

이머징 교회로 불릴 수 있는 특징은 있지만 이 운동을 단선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복음주의 계열의 신약학자 D. A. 카슨은 이머징 교회를 비평하며 브라이언 맥클라렌과 그가 속한 이머전트 빌리지 (Emergent Village)를 이머징 교회 운동과 동일시한다. 맥클라렌과 이 그룹이 이머징 교회 운동의 초기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은 전체 운동의 일부 일 뿐이다.

이머징 교회는 작게 보면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의 서구에서, 크게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교회 갱신 운동이다. 이 안에는 예전주의자와 반예전주의자, 자유주의 신학과 보수주의 신학, 오순절적 신앙과 경건주의적 신앙, 복음전도와 사회 참여를 추구하는 다양한 그룹들이 존재한다. 이머징 교회는 서로 다른 생각과 목소리를 지닌 개인, 교회, 연합체가 추구하는 운동이다.

박상진 / 미주뉴스앤조이 아카데미 기획실장

<참고자료>
- Eddie Gibbs and Ryan Bolger. <Emerging Churches: Creating Christian Community in Postmodern Cultures> Baker, 2005
- Dan Kimball. <The Emerging Church: Vintage Christianity for New Generations> Howard Hendricks. 2003
- Jim Belcher, <Deep Church: A Third Way Beyond Emerging and Traditional> IVP, 2009
- Eddie Gibbs, <Churchmorph: How Megatrends Are Reshaping Christian Communities> Baker, 2009
- tallskinnykiwi.com
- emergingchurch.info
- emergentvill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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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사 2010-06-04 14:31:06
정말 정확한 판단, 감사합니다. JCJ같은 분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하나님에게로 돌아서는 철저한 회귀일 뿐이다." 이 말씀 하나로 모든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참으로 하나님의 말씀이 '하찮은 좋은 말씀'으로 전락되고 있는 이 시대를 보면서, 그러나 이렇게 끝까지 하나님 말씀 붙드는 주의 사람을 봅니다. 우리의 소망은, 그리고 교회의 교회됨은 바로 여기에 있을 뿐입니다.

igmutanka 2010-06-04 11:06:19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