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목회자 '사용'하지 말고 '사귑'시다
2세 목회자 '사용'하지 말고 '사귑'시다
  • 방지은
  • 승인 2010.06.07 09: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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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뉴욕·뉴저지 영어권 목회자 모임 결성, 세대 간 화합 노력

최근 뉴욕과 뉴저지 지역 한인 교계에서 1세와 2세 간의 화합을 꾀하는 모임이 결성되고 있다. '뉴욕 및 뉴저지 영어권 목회자들의 모임(회장 데니 한 목사)'이라 명명된 이 모임은 지난 5월 17일 발족식을 갖고 1세와 2세 목회자들 간의 갈등 회복에 앞장서기로 결의했다. 데니 한 목사(조이크리스천펠러십교회)를 중심으로 김유민(비전크리스천펠러십교회), 노진산(리빙페이스커뮤니티교회), 마크 김(모닝사이드미니스트리), 임이삭(뉴욕장로교회), 정민철(뉴하트선교교회) 목사 등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모임의 회장인 한 목사는 3년 전부터 북부 뉴저지의 1세와 1.5세 및 2세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세대 간의 화합을 위한 컨퍼런스를 개최해왔다. 한 목사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 '뉴욕 및 뉴저지 영어권 목회자들의 모임' 결성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매년 1회 2박 3일간 열린 북부 뉴저지 목회자 컨퍼런스는 세대가 다른 목회자들이 열린 대화를 할 수 있는 물꼬를 트는 데 일조했다. 서로에 대해 너무 모르던 세대가 한 자리에 모여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해를 쌓아가는 과정은 세대 간 화합의 양분이 되었다. 한국 사회는 대화가 없는 문화이기 때문에 서로의 의견 교환이 원활하지 않아 불만이 많이 쌓였을 것이다. 함께 모여 즐기고 이야기하는 기회로도 그 불만과 오해들을 풀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좋은 행사였다."

1.5세 목회자인 데니 한 목사는 1세와 2세 목회자 사이의 갈등을 몸소 체험한 목회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1세 목회자와 2세 목회자 간에는 문화적 차이로 발생하는 갈등이 가장 많다며, 비록 외모는 똑같지만 성장 배경이 달라 사고 체계 역시 같지 않은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한 목사에 따르면, 동양권 문화의 1세 목회자는 리더십 방면에 있어서 지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담임 목사의 명령에 부목사는 무조건 순종해야 한다는 풍토가 전반에 깔려있다고 했다. 반면 서양권 문화에서 자란 2세 목회자는 수평적인 리더십을 추구하며 위 아래 서열의 구분 없이 토의해서 결정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했다.

또 그는 대화 방식의 차이점도 꼬집었다. 1세 목회자는 마음에 있는 것을 꺼내놓지 않아 상대가 눈치를 보고 알아채야 하는 '눈치 문화'를 조장한다고 했다. 하지만 마음에 있는 모든 것을 다 털어놓는 2세 목회자는 1세의 '눈치 문화'에 답답함을 느낀다고 했다.

▲ ‘뉴욕 및 뉴저지 영어권 목회자들의 모임’(회장 데니 한 목사)은 1세와 2세 목회자 간의 화합을 목표로 결성되었다. (사진 제공 : 브니엘 선교회)
한 목사는 1세 목회자들을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신학교를 갓 졸업하고 목회 활동 준비가 아직 미비한 2세 목회자들을 키우려는 마음가짐이 1세 목회자들에게는 부족한 것 같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다양한 목회 활동으로 1세 목회자들이 너무 바쁘고, 2세 목회자들과 문화가 달라 그들을 어떻게 배양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 주된 이유일 것이다. 어찌됐든 1세 목회자가 단지 2세 목회자를 '사용'하려고 한다는 느낌은 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한국 목회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한 목사는 “시작은 2세 목회자들부터지만, 2세 목회자들이 굳건히 결집되고 나면 1세 목회자들과의 화합도 쉬워지리라 생각한다”며 다시 한 번 '화합'의 큰 의미를 강조했다.

"이제 막 시작했다. 하나님께서는 한국 민족에게 세상을 복음화하라는 큰 사역과 큰 미래를 주셨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1세와 2세 목회자의 화합이 굉장히 중요하다. 말라기 4장 마지막 구절을 보면 아비와 자녀가 화해하지 않으면 재앙이 있을 것이다 하지 않았나. 아비 같은 1세 목회자들이 2세 목회자를 자녀처럼 여기고 이들과의 화해에 우선순위를 두길 바라는 마음이다. 세계 선교도 중요하지만 화해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가장 큰 뜻이다."

이 모임의 또 다른 회원인 정민철 목사도 1세와 2세 목회자 간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할 시기라고 못 박았다. 정 목사는 “한인 교회에서 담임 목사와 부목사 간의 관계가 고용 관계로만 맺어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민 사회의 목회자들끼리 하나가 되어 형제와 같은 관계를 이루고, 나아가 같은 비전을 가지고 목회를 이끌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그는 이 문제를 목회자들 사이의 갈등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이민 사회의 1세와 2세가 전반적으로 겪는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민 사회에서 1세와 2세는 서로가 어울릴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마주하기 때문에 문제가 불거진다. 여기서 우리는 1세와 2세 서로가 문화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목회자들이 과연 선교를 이해할 수 있을까 생각해봐야 한다. 선교는 복음을 전하는 것이며 복음은 바로 관계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복음을 통해 하나님과 관계가 깨어졌던 인간이 회복되고 거기서부터 가정, 교회, 1세와 2세 등의 모든 관계가 회복된다. 복음을 이해하고 있다면 용서와 관계 회복 그리고 하나 됨을 추구해야 마땅하다."

이러한 정민철 목사의 바람과 뜻을 같이하는 기도 운동도 뉴욕에서 시작돼 이민 사회에 훈훈함을 더했다. 기도로 이민 사회 1세와 2세 간의 갈등을 회복시키겠다는 ‘세대간장벽허물기운동’이 바로 그것. ‘세대간장벽허물기운동’은 ‘뉴욕 및 뉴저지 영어권 목회자들의 모임’과 세대 간 갈등 회복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에서 뜻을 같이 하고 있다.

브니엘 선교회 김명희 선교사는 지난 5월 17일 ‘세대간장벽허물기운동’의 시작을 알리며, 문화와 언어 차이로 인해 생겨난 이민 가정 세대 간의 격차를 좁히고 갈등의 뿌리를 뽑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 브니엘 선교회 김명희 선교사는 이민 가정의 세대 간 갈등 극복을 위해 15년 넘게 기도해 왔다고 했다.
김 선교사는 “이민 가정 내 1세 부모들과 2세 자녀들 사이에는 드러나거나 숨어있는 갈등이 많다. 전통적인 수직 문화가 몸에 베인 부모가 미국의 수평 문화 속에서 자란 자녀에게 자신들의 방식을 강요하다 보면 상처를 주기 쉽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2세 자녀들의 문화에선 눈을 똑바로 뜨고 부모를 쳐다보는 것이 예의지만, 부모들은 그런 자녀들의 행동을 버릇없고 반항적이라고 여긴다. 이런 상황에서 갈등이 생겨나게 된다. 세대 간 장벽을 허물기 위해선 서로가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우려 노력해야 된다”고 했다.

‘세대간장벽허물기운동’은 1세와 1.5세 및 2세가 서로를 이해하며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도록 기도하는 기도운동으로 출발한다. 뉴욕과 뉴저지 지역을 중심으로 교회 방문 캠페인, 세미나 개최, 관련 책 발간 등을 통해 다른 지역 및 한국으로 확산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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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ttsburgher 2010-06-11 04:32:18
지금 피츠버그 신학교에서 Dr. Tim Son교수의 주제로 어제부터 내일까지 이민 1세와 2세 리더들이 세대간의 회복과 이민교회 리더쉽의 성공적인 전달(1세->2세)을 위한 모임(Confluence)을 갖고 있습니다. 방기자님의 기사를 보며 느낀점이 많았었는데, 이번 Confluence모임을 통해서도 배우는 바가 많습니다. 이제 이런 모임들이 서서히 일어나고있는 것을 보니 하나님께서 이민교회를 위해 좋은 계획을 세우시고 이제 이루어 나가실 것으로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