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전교조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목사님, 전교조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성회
  • 승인 2010.06.30 18: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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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강남 대형 교회 청빙위원회 풍경, 20년 전과 후

▲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소망교회. (한국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청빙위원인 장로가 미국 유력 신학교를 졸업하고 부목사로 지원한 아무개 목사에게 물었다. "목사님,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로 있는 소망교회(담임 김지철 목사)의 부목사 채용 면접 현장의 풍경이다. 그 목사는 질문에 대해 "뭐 부정적인 영향도 있지만, 견제 세력으로 의미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라고 말했고 보기 좋게 떨어졌다. 불과 몇 달 전 일이다.

20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서울 강남 대치동에 있는 어느 예장 통합 소속 교회의 부목사 채용 면접 현장이다. 청빙위원인 장로가 부목사 후보에게 물었다. "목사님, 주일에 자동차 기름이 떨어지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면접을 보던 그 목사는 그 장로의 의도를 알아챘지만 "주일에 기름이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평소에 잘 채워 넣고 다니겠습니다"라고 돌려 말했다. 결과는 탈락이다. 강남 한복판에 30평짜리 아파트 전세와 자동차까지 지급하는 파격적인 조건에 이미 사전 선발을 걸친 형식적인 인터뷰였지만 청빙위원회가 원하는 답을 시원하게 말하지 않은 탓이다.

"우리 입맛에 맞는 목회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물론 두 부목사의 탈락이 그 대답 때문만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20년을 건너뛰고도 두 장면은 매우 닮아있다. 강남에 위치한 대형교회라는 점, 이미 대답은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주일에 자동차 기름을 넣겠냐는 질문의 모범답안은 "주일에 기름이 떨어지면 절대 기름을 넣지 않고 걷겠습니다"다. 전교조에 대한 질문의 모범답안도 정해져 있다. "사회악이자 좌익 세력인 전교조는 척결되어 마땅합니다." 묻는 사람도 대답하는 사람도 정답을 알고 있다. 질문자의 의도는 간단하다. "당신은 우리 입맛에 맞는 목회를 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할 것인가?"

그러나 쌍둥이처럼 닮은 두 사건에도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20년 전에는 부목사를 굴복시킬 질문을 그나마 성경적인 것(?)에서 찾았지만, 지금의 소망교회는 정치적 색깔까지 검증할 수 있는 질문을 골랐다는 점이다.

누가 검증대를 통과할 것인가?

이런 식으로 시험 문제가 나오면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은 두 부류다. 첫 번째는 전교조가 정말 좌익이며 척결의 대상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다.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에도 있는 교원 노조가 한국에서만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지만 이런 부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는 합격을 위해서라면 무슨 대답이라도 할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처세에 능한 사람들일 것이다. 목회 생활을 하면서도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다. 목회자는 성경에서 진리를 찾고 그것을 전파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런 자세를 가진 사람에게 예언자적 사명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가장 큰 피해자는 교인들과 아이들이다. 교인들 중에 민주당 지지자도 있고, 한나라당 지지자도 있다. 정치적인 활동을 교회에서 하지 않는다 뿐이지 각자 정치적 성향이라는 것이 다 존재하기 마련이다. 저런 인터뷰를 거치고 살아남은 목회자만 있는 교회라는 건 다른 말로 정치적으로 편향된 목회자들이 가득 차 있는 교회가 되는 것이다.

부모 손에 이끌려 교회에 가는 아이들은 성인이 될 때까지 "하나님의 뜻을 담은 목사님의 말씀"이라는 미명 하에 정치적 편견을 가진 인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이 자라서 집사가 되고 장로가 되어 교회를 좌지우지하게 되면, 정치적으로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그 교회에 들어갈 수 없게 되고, 예수의 몸뚱이인 교회는 한 가지 정치적 색깔만을 가진 단체로 변질될 것이다.

그토록 정교분리를 주장하던 목사들이

진보적인 성직자들이 독재 타도니, 민주화니, 4대강이니 하면서 정치적 발언을 쏟을 때, 많은 보수적 목회자들은 "성직자가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그들의 활동을 폄하해 왔다. 하지만 정치에 관여하지 말자는 보수적인 목사들이 나서서 부시 전 대통령 같은 가장 정치적인 인물을 초청해, 평화기도회를 친미·반공 집회로 만들어버렸다.

▲ 한국전쟁60주년: 평화기도회 현장에서 최성규 목사는 기도하기에 앞서 '하나님, 우리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구호를 청중과 함께 외쳤다. (한국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친미·반공의 좋고 나쁨을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친미·반공이 성경적이냐고 묻는 것이다. 있지도 않은 대량학살무기를 핑계로 전쟁을 일으킨 부시 전 대통령을 '모시고' 친미·반공을 역설하는 집회를 왜 교회가 해야 하는지 묻는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 치하에서 한국 교회는 예언자적 사명에 충실했다. (물론 일부였지만) 교회 청년부는 민주화 세력을 길러내는 산실이었고, 교회 목사들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필요하면 길바닥에 드러누워서 민주화의 열망을 뿜어냈다. 어려운 독재 하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교회의 모습에 박수를 보냈고 교회도 성장할 수 있었다. 최소한 '개독교' 소리를 듣지는 않던 시절이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자기 안의 검열

그 폭발적인 성장의 혜택을 보고 있는 지금의 교회는 어떤 모습인가. 소위 ‘고소영’ 라인(고대·소망교회·영남)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교회는 정치적인 곳이 되어가고 있다. 대형교회는 신분 상승과 부의 축적이라는 야망을 달성하기 위한 인맥 쌓는 곳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우리 교회에 판검사, 변호사가 500명”이라는 소리가 교회를 자랑하는 말처럼 돼버렸다 아무도 교회 성도 중의 청소부 숫자를 자랑하는 일은 없지 않는가.

교회는 정치적인 인물을 길러 내거나 인맥을 쌓게 해주는 곳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소위 강남을 대표한다는 소망교회는 정치적인 입장을 정확히 표명하는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고 있는 것이다. 교회에서 누구는 빨갱이고, 어떤 단체는 가입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이 생겨날 판이다. 강남 대형 교회를 몰려드는 수많은 목회자들과 신학생들이 이런 보이지 않는 정치적 가이드라인에 스스로를 열심히 세뇌하고 있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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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헛소리말도록 2013-12-25 19:55:19
대통령을 욕하고, 권위와 법이 정한 역할을 인정치 않고, 사사건건반대하고,북괴의 지령을 좇아 나라의 기강을 파괴시키는 전교조와같은 악마적 사탄적 세력을 옹호하고 잘 타이르라는 말이냐? 악마나 사탄과는 타협이 있을수 없다. 네놈과 같은 놈부터 없어져야 이 세상이 바로 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