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진화하고 있는 이머징 교회
여전히 진화하고 있는 이머징 교회
  • 박상진
  • 승인 2010.07.25 03:09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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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이머징 교회 다시 보기(2) 새로운 교회 '모델' 아닌 '지향성'

이머징 교회(Emerging church). 21세기 미국 교회에서 가장 널리 회자되고 있는 담론 중 하나지만 한마디로 규정하긴 쉽지 않다. 지금도 변화하고 있는 운동인 탓에 이머징 교회에 대한 정의와 그림이 제 각각이다. <미주뉴스앤조이>는 미국 교계의 이머징 교회 흐름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1부에서 이머징 교회에 대한 오해를, 2부에서 이머징 교회에 대한 정의와 특징과 흐름을, 3부에서는 이머징 교회에 대한 비판과 한국 교회에 대한 적용 방안을 짚어가려 한다. (편집자 주)

이머징 교회 운동의 참여자들이 유일하게 동의하는 것이 있다면, 이머징 교회를 하나의 형태로 규정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점일 것이다. 이머징 교회에 대한 오해가 널리 퍼진 이유는 이 운동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흐름을 무시하고 단편적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수많은 교회를 한 가지 모습으로 표현할 수 없듯, 이머징 교회 역시 마찬가지다. 이머징 교회는 교회 모델이 아니라 교회의 지향성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렇다면 이머징 교회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이고, 어떠한 흐름들이 존재하는가?

▲ 에디 깁스와 라이언 볼저가 쓴 <이머징 교회>는 이머징 교회를 이해하기 위한 입문서로 알려져 있다.
변화는 시대 속 교회?  변형되거나 소멸되거나

이머징 교회를 바로 알기 위해서는 이 운동이 생겨 난 배경, 즉 오늘 날의 서구 교회가 어떠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 이머징 교회는 '21세기 서구 교회가 직면한 상황(Context) 속에서 적절한 실천(Praxis)이 무엇인가' 하는 고민에서 생겨난 교회 현장 운동이기 때문이다.

풀러신학교의 에디 깁스 교수는 <변화하는 교회: ChurchMorph>라는 책에서 서구 교회가 속한 서구 사회의 변화를 다섯 가지 흐름으로 정리했다. 모더니티에서 포스트 모더니티로, 크리스텐덤(Christendom: 기독교 세계)에서 포스트 크리스텐덤(Post-Christendom: 탈 기독교 세계)으로, 종교적 정체성에서 영적 탐험으로, 산업사회에서 정보 사회로, 생산자 주도에서 소비자 의식 중심으로의 변화한다는 것이다.

에디 깁스는 이런 변화의 현실을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교회는 "새롭게 변형되거나 혹은 소멸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세상과 전통 교회라는 두 마리 토끼 앞에서

이머징 교회는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반응했다. 특별히 21세기 서구의 거대 조류인 포스트모던과 포스트 크리스텐덤 현상에 주목했다. 이들은 보편적 진리와 거대 담론을 거부하는 포스트모던 정신이 이미 사회와 문화 곳곳에 자리 잡았다고 여겼다. 또한 서구 세계를 지배했던 기독교 가치와 체계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 포스트 크리스텐덤 사회라고 봤다.

교회는 이러한 현상을 거부하고 전통적인 구조와 도그마를 지키는 제도적 교회로 남아 있거나, 아니면 창조적 대안을 제시해야 했다. 이머징 교회는 후자를 선택했다. 포스트모던 정신과 현상에 영향을 받은 이 운동의 참여자들 스스로 전통적 구조와 신학에 만족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제 3의 교회: Deep Church>의 저자 짐 벨처는 이 책에서 이머징 교회가 문제 삼는 전통 교회의 모습을 지적한다. 계몽주의적(모더니즘적) 사고에 갇힌 교리 중심 체계, 개인 구원에 치중하는 좁은 구원관, 환영에 앞서 강요되는 믿음, 오늘의 상황에 적합하지 않은 예배, 목사 중심의 일방적인 설교, 공동체성을 상실한 빈약한 교회론, 세상과 단절된 고립주의 등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머징 교회는 전통 교회가 가진 위와 같은 문제들을 극복하려 노력했다. 포스트모던 시대에서도 여전히 의미 있고 능력 있는 복음이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상황에 민감하나 복음의 본질을 잃지 않는, 세상에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는 교회가 무엇인지, 포스트모던적 상황화(contextualization)를 시도했던 것이다.

"포스트모던 속에서 예수의 길을 실천하는 공동체”

이머징 교회가 생각하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적합한 교회는 무엇일까? 이머징 교회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는 인터넷 웹사이트(emergingchurch.info)는 이머징 교회의 특징을 “창조적 예술을 사용한다. 인터넷이 소통의 도구이다. 문화에 민감하다. 공동체를 중요시 한다. 실험적 예배를 시도한다. 계속 변화하는 여정 가운데 있다. 열린 구조이다. 참여 지향적이다. 끝없이 질문하고 찾는다. 백인, 남자, 중산층 중심이다”고 열거한다.

위의 시각이 문화적인 면에서 이머징 교회를 바라본 것이라면 이머징 교회에 관한 입문서로 인정받는 <이머징 교회>는 좀 더 통전적인 관점을 보여준다. 이 책의 저자인 에디 깁스와 라이언 볼저는 다양한 이머징 교회들을 조사한 후 이들의 중요 실천을 설명한다.

이머징 교회는 예수를 따르는 삶, 세상의 변혁을 추구, 공동체로 살아가기, 낯선 이를 향한 환대, 사회정의 운동과 봉사 활동, 생산적이고 능동적인 사역 참여, 다양한 형식의 창조적 예배, 관계 중심의 은사적 리더십, 고대 교회의 영성 회복의 실천을 추구한다.

깁스와 볼저는 이 실천을 한 마디로 정의하여, “이머징 교회는 포스트모던 문화 안에서 예수의 길을 실천하는 공동체”라고 했다. ‘포스트모던’, ‘예수의 길’, ‘공동체’가 세 가지 핵심적 키워드인 것이다.

이머징 교회에 대한 다양한 시선들

물론 이러한 특징과 실천이 모든 이머징 교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교회들이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다른 것을 강조한다. 이머징 교회의 연구자들이 이 운동을 하나로 규정하지 않고 다양한 흐름으로 이해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정확한 실체가 불분명한 운동이지만, 그럼에도 각각의 실천과 유형에 따라 이머징 교회를 분류하려는 시도들이 있어 왔다. 그중 널리 알려진 것이 스코트 맥나이트가 <채채니티투데이>를 통해 정리한 것이다.

예언적 그룹은 전통교회를 예언적으로 비판하며 변화와 갱신을 강조한다. 포스트모던 그룹은 포스트 모던의 정신과 문화를 받아들여 다양성, 감성, 유기적 구조 등을 강조한다. 실천(Praxis)적 그룹은 예수를 따르는 실천, 믿음과 행동의 일치를 추구하고, 포스트 복음주의 그룹은 복음주의적 교리와 신학의 한계를 극복하려 한다. 정치적 그룹은 진보적 성향의 사회정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짐 벨처, "복음주의권 내부의 운동"

짐 벨처는 <제 3의 교회: Deep Church>에서 에드 스테저의 분류를 참고하여 이머징 교회를 설명한다. 벨처는 이머징 교회를 복음주의권 내부의 운동으로 보며, 복음과 교회를 이해하는 관점에 따라 세 가지 진영으로 설명한다.

첫 번째, 적합성을 추구하는 그룹이다. 보수적인 신앙과 전통적 교회 구조를 지키면서 포스트 모던 시대에 ‘적합한(relevant)' 교회를 추구한다. 제도 교회 안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그룹으로 개혁주의 이머징 교회들이 대표적이다.

두 번째, 재건주의적 그룹이다. 전통 보수 신앙을 지키려 하지만 기존 교회 구조를 다른 모습으로 '재건(reconstruct)'하려 한다. 아나뱁티스트 신앙과 선교적 교회론에 영향을 받아 가정교회와 같은 유기체적 교회 구조를 지향한다. 마이클 프로스트와 알렌 허쉬가 대표적 인물이다.

▲ 이머징 교회 운동의 대표적 인물로 알려진 브라이언 맥클라렌은 전통 교회의 구조와 교리를 비판하는 이유로 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세 번째는 수정주의적 그룹이다. 전통적 복음주의 교리에 의문을 표시하며, 복음과 교회의 새로운 '수정(revision)'을 시도한다. 포스트모던 시대에는 교리에 대한 인식론적 믿음보다 예수를 따르는 삶의 능력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브라이언 맥클라렌과 토니 존스의 이머전트 빌리지(Emergent Village)를 비롯해 대다수 논쟁적인 이머징 교회 운동가들이 여기에 속한다.

톰 사인은 <새로운 음모자 : The New Conspirators>라는 책에서, 좀 더 넓은 관점으로 오늘날 서구 교회의 갱신을 이끄는 네 가지 흐름을 말한다.

우선 이머징 교회 흐름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다양한 이머징 교회들이다. 전통교회의 한계를 넘어서려 새로운 교회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선교적 교회 흐름도 있다. 교회의 존재 자체가 선교임을 강조하며 보냄 받은 자의 삶을 강조한다. 여러 이머징 교회와 전통적 교회 역시 선교적 교회론을 받아들이는 추세다.

다민족(모자이크) 교회 흐름은, 단일 인종을 넘어서는 다민족 교회를 추구하는 그룹으로 교회 개척 사역에 적극적이다. 오늘날 주류 교단(Mainline)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심플웨이'의 쉐인 클레어본이 대표적 인물로 꼽히는 신수도원 운동 흐름은, 세속 사회 가운데 수도자적 삶을 강조하며 주로 공동체로 살아가고자 한다.

앤드류 존스, "이머징 교회의 10가지 형태"

마지막으로 이머징 교회 운동가이자 유명 블로거인 앤드류 존스는 다음 세대의 이머징 교회를 10가지 형태로 말한다. (앤드류 존스는 뉴질랜드 출신이지만 현재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기에 이 모델들은 보다 영국적 상황에 가깝다.)

각각의 문화와 취미를 바탕으로 모이는 문화에 기반한 교회의 형태를 띠기도 하고, 교리적 접근을 지양하고 포스트 모더니티의 요구를 수용하는 포스트모던 교회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고대의 수도사적 삶을 오늘의 세속 사회 가운데 시도하는 신수도원 운동의 흐름이나, 제도 교회 구조를 벗어나 유기적으로 모이는 가정 교회의 경향도 보인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서로의 삶과 신앙을 나누는 사이버 교회, 새로운 형태의 전위적인 예배를 시도하는 대안 예배 교회, 교회 건물이 아니라 선술집(Pub)이나 커피숍에 모여 교제하는 커피숍 교회, 기도를 통한 영적 삶에 집중하는 관상 기도 중심 교회, 지역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이를 위해 예배와 교제를 행하는 교인 아닌 그리스도인의 교회, 지역사회의 커뮤니티 센터가 하나의 교회로 진화된 형태인 사회 단체적 교회까지 이머징 교회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이머징 교회 운동 안에는 이렇게 다양한 흐름들이 존재한다. 그 규모 역시 분류에 따라 다르기에 정확히 알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이머징 교회는 서구 교회 상황에서, 제도권 교회에 대한 실망이 반성적 사유를 거쳐 대안적 실천으로 시작된 운동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여정' (On the Way)은 현재 진행형이며, 계속 진화하는 중이다.

 

박상진 / 미주뉴스앤조이 아카데미 기획실장

<참고자료>
- Eddie Gibbs and Ryan Bolger. <Emerging Churches: Creating Christian Community in Postmodern Cultures> Baker, 2005
- Dan Kimball. <The Emerging Church: Vintage Christianity for New Generations> Howard Hendricks. 2003
- Jim Belcher, <Deep Church: A Third Way Beyond Emerging and Traditional> IVP, 2009
- Eddie Gibbs, <Churchmorph: How Megatrends Are Reshaping Christian Communities> Baker, 2009
- Tom Sine, <The New ConspiratorsL Creating the Future One Mustard Seed At a Time> IVP, 2008
- tallskinnykiwi.com
- emergingchurch.info
- emergentvill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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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kaji 2010-11-06 23:22:24
이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참된 교회로서의 본질을 회복해야만 한다.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것이라는 말씀을 기억해야만 한다. 이 시대에 맞춰 살아남으려고 하니 영적으로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럴때일 수록 오직 복음의 순수성을 지킬때 도리어 성령의 역사는 나타날 것이다. 성령의 역사가 아니고서는 예수를 구주로 고백하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히 기억하자.

pakaji 2010-11-06 23:17:54
변질된 거대한 이단일 뿐이다. 보라 이머징 교회 안에 회개의 역사가 있는지를 보라 자기부인과 십자가의 신앙이 있는가? 끊임없는 의심속에 믿음으로 나아가는 것이 성경이 말하는 것인가? 아니다. 절대 진리를 말하는 성경을 믿는 자는 구원을 받을 것이요 아니면 심판이 있을 뿐이다. 이 마지막 때에 절대진리를 수호하려면 당하게 되는 핍박을 두려워하여 변질된 비겁한 모습이 이머징교회다. 피흘림이 없으면 구원도 없다.

pakaji 2010-11-06 23:14:25
편안하게 숨어있는 것과 같다.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서 회개없이 어떻게 예수를 믿는 다고 말할수 있는가? 회개없이 예수의 길을 살수 있는가? 그것은 새로운 율법이이 그리스도 안에서의 자유가 아니다. 이머징처니는 바로 그런 맹점을 안고 있다. 회개없이 예수님 처럼 살기만 하면 구원이 있는 것처럼 행복한 신앙생활을 말하지만 그러나 성령의 역사는 없다. 한마디로 포스트모더니즘에 감염된 변질된 복음을 말하는 이단

pakaji 2010-11-06 23:11:14
포스트모더니즘은 다양성으로 인한 절대진리를 부정하고 상대진리를 추구하는 모습이다. 그것이 핵심이다 이말은 인간의 원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인간은 모두 죄인이라는 성경말씀을 그저 또 하나의 의견으로 받아들일뿐이지 받아들이지 않는다 죄를 지어 회개하는 모습은 감옥의 죄수들에게나 해당하는 일이지 날마다 선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자신은 절대로 죄인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마치 따듯한 이불을 덮고서 그 안에서

타잔 2010-07-30 01:23:58
한국 교계에서의 이머징 교회의 실태는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