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보다 머슴이 좋다'
'종보다 머슴이 좋다'
  • 이승규
  • 승인 2010.11.04 16:3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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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머슴론 세미나 연 빌립보교회 송영선 목사 인터뷰

▲ 빌립보교회 담임목사인 송영선 목사.
웬만한 교회 담임목사 방에 가면 열에 일곱은 걸려 있는 그림이 있다. 예수님이 양을 안고 있고, 그 뒤를 수많은 양이 따르는 그림. 대부분 비슷하다. 아마 예수님을 목자라고 생각하고, 양을 우리라고 생각한다. 심한 경우는 예수님 자리에 담임목사가 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메릴랜드에 있는 빌립보교회 담임인 송영선 목사 방에는 예수님이 제자의 발을 씻겨주는 그림이 걸려 있다. 빌립보교회의 핵심 키워드인 '머슴'을 한 마디로 보여주는 그림이다. 빌립보교회는 송영선 목사가 개척한 교회다. 17년 전인 1993년 창고를 빌려 예배를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5월 교회를 건축해 이사 왔다.

송영선 목사는 개척 초기부터 머슴을 강조했다. 송 목사에 따르면 머슴은 종보다 더 낮은 개념이다. 예수님은 이 땅에 섬기러 오셨는데, 지금 교회나 목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송 목사는 목사들이 스스로 주의 종이라고 하면서 너무 높아졌다고 얘기했다. 종은 그냥 종이라고 불러야 하는데, 교인들은 목사에게 '주의 종님'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송 목사는 머슴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빌립보교회는 머슴론을 어떻게 현실에서 적용할까. 목사와 교인 사이가 상하관계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걸 목사와 교인이 나눠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목사가 모든 걸 하지 않는다. 물론 주일 설교나 성만찬 집례는 목사가 한다. 송 목사는 이걸 목사가 하는 이유로 전문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양육, 친교, 성경공부 등등 그 외에 일은 교인들과 함께한다. 물론 간섭도 하지 않는다. 교인들을 믿고 맡겨놓을 뿐이다. 송영선 목사 스스로 '난 참 편한 목사다'는 고백을 할 정도다.

그러기 위해 교인들과 함께 제자훈련을 한다. 송 목사는 빌립보교회 제자훈련이 다른 교회 제자훈련과 다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다른 교회 제자훈련을 평가할 수는 없다. 우리 교회도 마찬가지로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빌립보교회 제자훈련은 교인들을 예배 구경꾼으로 만들지 않는다. 삶의 변화가 확실히 오는 것을 느낀다. 그게 우리 교회 장점이다."

송 목사는 특히 한국 교회에서 목사, 장로, 집사, 교인 순으로 계급화 되어 있는 이유가 유교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신교는 평등의 개념이 강하고, 유교는 상하개념이 많은데 한국은 유교의 사상을 많이 이어받았다는 애기다. 교회가 복음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더욱 유교적이 됐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송 목사는 사실 개신교에서 크고자 하면 다른 사람을 머슴처럼 섬기면 된다고 했다.

▲ 빌립보교회는 1993년부터 머슴교회세미나를 했다. 그리고 올해 처음으로 그동안의 열매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교회가 처음에는 복음을 전하는데만 집중을 하다가, 나중에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 교회 위상이 높아지는 것에 대한 유혹을 받고 대부분 이런 유혹에 쉽게 넘어가기 때문에 문제가 뻥뻥 터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송 목사는 이런 유혹에서 회복되는 것만이 한국 교회가 다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송 목사는 한국 교회 목사들이나 교인들이 머슴이 되려고 발버둥을 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게 개독교라 불리울 정도로 위상이 떨어진 한국 교회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찌 보면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다. 그런데 송 목사는 그동안 기본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교회가 욕을 먹는 것이라며 기본으로 돌아가는 일이 현 상황에서 제일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 3박 4일 동안 빡빡하게 이어지는 세미나였지만, 참가자들은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강의를 들었다.
빌립보교회는 지난 10월 25일부터 10월 28일까지 '머슴교회 세미나'를 열었다. 메릴랜드를 비롯, 뉴욕, 멀게는 이탈리아에서까지 약 150명의 목사와 교인들이 참석했다. 머슴교회 세미나는 빌립보교회가 하고 있는 제자훈련 과정을 3박 4일 동안 함께 지내며 배우고 익힌다. 송영선 목사가 주로 강의를 하고, 김성모 선교사, 권기창 목사 등이 강사로 나섰다.

빌립보교회의 제자훈련은 모두 7단계 필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제자훈련의 첫걸음인 생명반에서는 복음을 제시하고, 교회론과 비전 등을 배운다. 새신자, 세례 받고 싶은 사람, 다시 듣고 싶은 사람 등이 들을 수 있다. 다음이 성장 1반인데, 만나며 사랑하며라도 부르기도 한다. 이 단계에서는 복음 안에서 자유, 평등, 진실, 사랑의 양육과 교제가 이루어진다. 성장 2반에는 하나님 자녀로서의 정체성 등을 배루고, 4단계인 제자반에서는 성경의 맥을 짚고, 예수의 비전, 제자도 등을 공부한다.

사역자반에서는 평신도 사역자로서의 성경적 리더십, 전문성, 목양론 등을 배우며 만사교사반에서는 성장 1반을 맡아 교사 훈련과 실습을 한다. 제자반의 최종 목적이자 7단계인 선교반에서는 평신도 선교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거치는데, 약 1년이 걸린다. 하지만 대부분 교인은 이 과정을 즐겁게 하고 있다. 또 다시 처음부터 듣는 사람도 많다.

이탈리아에서 온 한 선교사는 "그동안은 교회가 교역자를 섬겼는데, 빌립보교회는 교역자가 교회를 섬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며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빌립보교회는 지난 1993년 개척 이래 17년 동안 머슴교회론을 정착했다. 이번 세미나도 외부에서 요청이 너무 많아 열었다는 게 교회 관계자의 얘기다. 물론 이제는 다른 교회와 공유해도 된다는 자신감도 한몫했다.

송영선 목사는 앞으로 이 세미나를 더 확장해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미나 홍수 시대에 송 목사는 머슴세미나는 교회 본질 추구를 지향하는 세미나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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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10-11-08 01:25:49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일은 제자들이 요구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요. 요즘 교회 분위기는 예수님 앞에 발을 내놓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군요? 그는 우리의 섬김과 경배를 받으실 분인 것을 알고는 있는가요? 예수님이 발을 씻겨 주시는 그림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우선 부끄러운 마음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나그네 2010-11-08 01:19:56
섬긴다는 뜻은 자기 은사를 따라 교회를 세우는 일에 동참하는 일이라 봅니다. 목회자든 교인이든 각자의 자리에서 교회를 섬기고 있지요.목회자가 높아지려고 하는 것도 잘못,목회자를 끌어내리는 것도 잘못, 각자의 자리에서 주님과 교회를 섬기면 되는 것을! 이민 교회 목회자들이 자신을 높이고 대접받기를 애쓰는가요? 좀 가련한 생각도 드는데. 이런 프로그램이 교회 성장을 위한 것은 아니겠지요?

나그네 2010-11-08 01:14:51
섬긴다는 개념은 무슨 머슴 노릇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교회를 세우기 위한 활동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목회자는 말씀과 양육을 통해서, 성도는 자기에게 주어진 직분과 은사를 따라 교회를 섬기는 거지요. 섬김을 무슨 윗 사람을 대접하는 거라면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러나 섬김이 무슨 종의 위치로 내려 가는 것도 잘못입니다. 한국 교회 큰 교회 목사님들이 들으면 좋겠군요.